[천자 칼럼] 왜 '칼 빈슨'호(號)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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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천자 칼럼] 왜 '칼 빈슨'호(號)일까](https://img.hankyung.com/photo/201704/AA.13771006.1.jpg)
그의 이름을 딴 칼빈슨호는 1983년 첫 항해 때 부산항에 들어와 화제를 모았다. 지난달 독수리훈련에 이어 이번 주에도 한국으로 온다. 걸프전과 이라크전 등 실전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항공모함이다. 2011년 사살된 오사마 빈 라덴의 시신을 바다 한가운데 수장하기도 했다. 축구장 3배 크기의 갑판(길이 333m, 폭 77m)에 최대 병력 6000명, 탑재기는 80대에 이른다. 원자로 덕분에 항속 거리는 무제한이다. 작전 반경이 1000㎞에 이르니 웬만한 중소국 군사력과 맞먹는다.
한국도 미국처럼 군함에 인물 명을 많이 쓴다. 대형 이지스함에 세종대왕과 서애 류성룡, 구축함에 광개토대왕과 을지문덕 이름을 붙혔다. 2차 대전 이전까지 최대 항모전단을 자랑한 일본은 항공모함 이름에 용, 학, 봉황 등 하늘을 나는 생물체를 썼다. 인명을 쓰지 않은 것은 침몰 때 명예를 생각해서라고 한다.
중국 항모 이름은 지명이다. 2012년 취역한 옛 소련제 랴오닝(遼寧)함은 랴오닝성 다롄 조선소에서 개조하면서 붙인 이름이다. 최근 자체 기술로 완성한 산둥(山東)함은 모항이 산둥성에 있다. 물론 전투력에선 아직 멀었다. 중국 항모가 두 척뿐인 데 비해 미국 항모는 11척이다. 탑재 비행기 수준 차이도 크다.
항모를 가진 나라는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 프랑스 등 10개국밖에 안 된다. 한 척 가격이 7조5000억원, 연간 유지비가 3000억원 이상이다. 역시 경제력과 기술력의 승리다. 미국이 지난해 지출한 군비는 6110억달러로 중국(2150억달러) 러시아(692억달러)보다 훨씬 많다. 한국은 약 368억달러로 10위지만, 전투력과 자원 등을 합산한 군사력은 7위에서 11위로 떨어졌다. 북한은 36위에서 25위로 11단계 뛰었다.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에 이른 요즘, 96세 노구를 이끌고 항모 진수식에 참석했던 칼 빈슨의 말을 새삼 떠올린다. “값싼 군대가 세상에서 가장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한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