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임기자 칼럼] 프랑스 '구체제 심판' 남의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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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창 정치선임기자 leejc@hankyung.com
프랑스 대선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프랑스 정치를 좌지우지해온 양대 정당(공화당과 사회당) 후보가 23일 치러진 예선전에서 탈락했다. 두 당 후보가 모두 결선 진출에 실패한 것은 프랑스 5공화국 출범(1958년) 후 처음이다. 결선에 진출해 당선이 유력한 에마뉘엘 마크롱은 ‘정치 아웃사이더’다. 현 사회당 정부에서 경제장관을 지낸 마크롱이 탈당해 중도 신생 정당인 ‘앙마르슈(전진)’를 만든 것은 지난해 4월이다. 국회 의석이 한 석도 없다. 그런 ‘초짜 정당’을 이끌고 불과 1년여 만에 ‘기적’을 일궜다.
이유있는 '아웃사이더 돌풍'
40세로 이번이 첫 선거인 마크롱은 3년 전 장관에 임명되기 전까지 무명 인사였다. 말 그대로 ‘정치 신인’이다. 그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앞세워 공화당(중도우파)과 사회당(중도좌파) 간 이념 대립의 장이었던 대선판을 흔들었다. “앙시앵레짐(구체제)을 붕괴시킨 ‘신(新)프랑스 혁명’”이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프랑스 국민이 마크롱을 선택한 것은 저성장과 고실업률, 미숙한 테러 대응 등 현안을 해결하지 못한 무능한 정치권에 대한 심판이자 새 정치와 변화에 대한 열망의 표현이다. 실업자 직업훈련 확대, 법인세 인하(33.3%→25%), 세금 부담 경감, 노동 유연성 제고 등 합리적 중도를 표방한 공약이 먹힌 배경이다.
기성 정치에 대한 심판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워싱턴 아웃사이더’가 워싱턴을 점령한 지난해 미국 대선이 예고편이었다. 좌파인 버니 샌더스가 민주당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데 이어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는 예상을 깨고 기득권의 상징인 힐러리 클린턴을 물리치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기성 정치에 대한 미국인들의 강한 불신의 표현이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국민의 정치 혐오가 미국과 프랑스에 비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정치는 실종된 지 오래다. 국회는 노동개혁법안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양극화 해소와 경제활성화를 위한 법안을 몇 년째 처리하지 못하는 ‘식물국회’로 전락했다. 지난해 총선에서 국민이 3당체제를 만들어준 것은 대화와 타협을 통해 구태정치를 청산하라는 요구였다. 신생당(국민의당)에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보다 높은 정당 득표율(26.7%)로 힘을 실어준 배경이다. 정치권은 이런 국민의 정치개혁 요구를 묵살했다. 1년이 지났지만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
막판으로 치닫는 대선전은 난장판이다. 정책은 온데간데없고 네거티브가 난무한다. 각종 ‘후보 연대론’이 춤을 춘다. 대선을 10여일 앞두고 부동층이 줄지 않는 이유다. 보수와 진보는 벌써 담을 쌓고 있다. 보수층에선 최선과 차선은커녕 차악의 선택도 마땅치 않아 기권하겠다는 사람이 늘고 있다.
국민의 정치혐오 폭발 직전
당선이 유력한 후보의 비호감도는 40%가 넘는다. 보수 대통령이 등장하면 진보진영이 승복하지 않고, 진보 대통령이 나오면 보수진영이 담을 쌓는 악순환이 이번에도 되풀이될 거라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무능한 정치에 대한 국민 분노가 폭발 직전이다. “싸움 잘하는 정치인을 수출하자”는 자조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탄핵정국과 대선전을 치르면서 국민의 정치 불신은 더 깊어졌다. 정치권이 대선 이후 협치 대신 갈등과 대립을 거듭하다간 한 방에 훅 갈 수도 있다.
이재창 정치선임기자 leejc@hankyung.com
이유있는 '아웃사이더 돌풍'
40세로 이번이 첫 선거인 마크롱은 3년 전 장관에 임명되기 전까지 무명 인사였다. 말 그대로 ‘정치 신인’이다. 그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앞세워 공화당(중도우파)과 사회당(중도좌파) 간 이념 대립의 장이었던 대선판을 흔들었다. “앙시앵레짐(구체제)을 붕괴시킨 ‘신(新)프랑스 혁명’”이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프랑스 국민이 마크롱을 선택한 것은 저성장과 고실업률, 미숙한 테러 대응 등 현안을 해결하지 못한 무능한 정치권에 대한 심판이자 새 정치와 변화에 대한 열망의 표현이다. 실업자 직업훈련 확대, 법인세 인하(33.3%→25%), 세금 부담 경감, 노동 유연성 제고 등 합리적 중도를 표방한 공약이 먹힌 배경이다.
기성 정치에 대한 심판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워싱턴 아웃사이더’가 워싱턴을 점령한 지난해 미국 대선이 예고편이었다. 좌파인 버니 샌더스가 민주당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데 이어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는 예상을 깨고 기득권의 상징인 힐러리 클린턴을 물리치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기성 정치에 대한 미국인들의 강한 불신의 표현이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국민의 정치 혐오가 미국과 프랑스에 비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정치는 실종된 지 오래다. 국회는 노동개혁법안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양극화 해소와 경제활성화를 위한 법안을 몇 년째 처리하지 못하는 ‘식물국회’로 전락했다. 지난해 총선에서 국민이 3당체제를 만들어준 것은 대화와 타협을 통해 구태정치를 청산하라는 요구였다. 신생당(국민의당)에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보다 높은 정당 득표율(26.7%)로 힘을 실어준 배경이다. 정치권은 이런 국민의 정치개혁 요구를 묵살했다. 1년이 지났지만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
막판으로 치닫는 대선전은 난장판이다. 정책은 온데간데없고 네거티브가 난무한다. 각종 ‘후보 연대론’이 춤을 춘다. 대선을 10여일 앞두고 부동층이 줄지 않는 이유다. 보수와 진보는 벌써 담을 쌓고 있다. 보수층에선 최선과 차선은커녕 차악의 선택도 마땅치 않아 기권하겠다는 사람이 늘고 있다.
국민의 정치혐오 폭발 직전
당선이 유력한 후보의 비호감도는 40%가 넘는다. 보수 대통령이 등장하면 진보진영이 승복하지 않고, 진보 대통령이 나오면 보수진영이 담을 쌓는 악순환이 이번에도 되풀이될 거라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무능한 정치에 대한 국민 분노가 폭발 직전이다. “싸움 잘하는 정치인을 수출하자”는 자조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탄핵정국과 대선전을 치르면서 국민의 정치 불신은 더 깊어졌다. 정치권이 대선 이후 협치 대신 갈등과 대립을 거듭하다간 한 방에 훅 갈 수도 있다.
이재창 정치선임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