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도시 르네상스의 롤모델, 영국
‘가장 행복한 삶’에 대한 우스갯소리가 있다. 바로 ‘독일 회사에 다니면서 미국 연봉을 받고 영국 저택에서 프랑스 요리를 먹으면서 사는 것’이다. 영국 건축은 그만큼 세계 유수 건축물 중에서도 제일로 꼽힌다.

시사주간지 기자 출신인 송준 건축칼럼니스트는 한 달간 영국 건축을 답사한 이야기를 《건축의 표정》(글항아리)에 꼼꼼히 풀어놓는다. 영국은 1990년대 중반부터 ‘도시 르네상스’의 선두에 서 있던 국가였다. 도시 르네상스란 도시 내부에 효율성과 쾌적함을 극대화한 친환경 고밀도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차 없이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충분히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주거지와 은행 병원 극장 체육관 등 활동공간이 함께 존재하는 압축된 도시를 만들자는 얘기다.

저자는 “2009년 발생한 용산참사로 대변되는 ‘젠트리피케이션’의 대척점에 있는 개념”이라고 설명한다. 젠트리피케이션이란 상권이 활성화된 뒤 임대료 상승을 견디지 못해 원래 그 지역에 기반을 뒀던 상인이나 사람들이 떠나는 현상을 말한다.

저자는 같은 크기 건물보다 에너지를 25%만 써도 유지되는 친환경 하이테크 건축인 ‘런던 시청’, 런던 스카이라인의 꽃 ‘거킨 타워’ 등을 영국 건축 역사와 함께 친절히 설명해준다.

영국 건축이 일찍 부흥할 수 있었던 역사적 사실도 눈길을 끈다. 저자는 “영국은 콜레라를 겪으며 본격적으로 상하수도 시스템을 개선하고 정원이 딸린 영국식 주택을 탄생시킨다”며 “이 영국식 주택은 빅토리아 양식이라 불리는 미국의 목조 주택 양식의 기반”이라고 설명했다. (글항아리, 444쪽, 1만8500원)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