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사진=한경 DB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사진=한경 DB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사진)이 금호타이어 인수를 무산시키기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채권단과 인수협상을 진행 중인 중국 더블스타에 금호타이어 상표권을 줄 수 없다고 선언한 것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더블스타는 최장 5개월 이내에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 채권 만기연장, 정부 인허가 등 매도 선결 요건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 박 회장은 채권단으로부터 컨소시엄 구성을 거부 당해 인수협상에서 배제된 상태다.

채권단이 매각하려는 금호타이어 주식은 6636만여주(지분율 42.01%), 9550억원어치다. 박 회장은 산업은행과 더블스타의 거래가 무산되면 다시 자신에게 기회가 올 것으로 보고 있다.

인수협상 중 상표권 사용 문제가 가장 크다. 금호타이어 상표권은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인 금호산업에 있다. 사실상 박 회장이 상표권 허용 여부의 열쇠를 쥐고 있는 셈이다.

금호타이어는 그동안 연간 매출액의 0.2%, 약 60억원을 상표권 사용료로 지급했으며, 매년 1년 단위로 상표권 사용 계약을 갱신했다.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라는 상표를 20년간 사용할 수 있도록 요구한 상황이다. 9550억원이라는 인수대금에는 당연히 금호타이어라는 브랜드 가치가 반영된 것이라는 입장이다.

금호산업은 최근 이사회에서 금호타이어와의 상표권 사용계약을 내년 4월30일까지 연장하면서 "계약 기간에 해지 또는 변경 등이 가능하다"는 단서 조항을 뒀다. 박 회장이 상표권 사용문제가 쟁점이 될 것을 염두에 두고 미리 대비책을 마련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금호산업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412억원. 이에 비하면 상표권 사용료 60억원은 적은 돈이 아니다. 금호산업이 박 회장의 뜻에 따라 상표권 사용료를 포기한다면 '경영적 판단'의 범위를 벗어나 금호산업 주주들에 대한 배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이 때문에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는 채권단으로부터 상표권 협의요청이 오면 '협의'를 하겠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상표권 사용을 못 하게 하더라도 박 회장 개인의 뜻이 아니라 회사 차원의 판단이라는 근거를 만들겠다는 뜻이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