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광고홍보학과 휴학생 이재선·표시형 대표는 지난 2014년 동기부여 콘텐츠 스타트업 '열정에 기름붓기'를 창업했다.
동국대 광고홍보학과 휴학생 이재선·표시형 대표는 지난 2014년 동기부여 콘텐츠 스타트업 '열정에 기름붓기'를 창업했다.
사상 최악의 취업난에 젊은이들이 창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템 선정부터 창업 실패에 따른 리스크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죠. 한경닷컴이 새롭게 선보이는 [조아라의 청춘극장]은 성공한 젊은 창업가들의 실전 스토리를 담아내는 기획인터뷰입니다. 이들의 좌충우돌 도전기가 예비창업가들에게 좋은 길라잡이가 되었으면 합니다. <편집자 주>

"전역 후 학교에 돌아와보니 친구들은 해외로 어학연수 가거나 스펙 쌓기에 여념이 없더라고요. 그런 것만 중요한 건 아니잖아요. 우리만 그렇게 생각할까? 후배와 술자리에서 나눈 이야기들을 페이스북에 올리기로 했죠. 이렇게 성공할 줄은 몰랐습니다."

지난달 26일 서울 마포구의 무인서점에서 만난 '열정에 기름붓기'(이하 열기) 이재선 대표(27·사진)가 들려준 창업 계기는 소박했다. 동국대 광고홍보학과 휴학생인 그는 학교 후배인 표시형 공동대표(26)와 지난 2014년 창업에 나섰다.

독특한 스타트업 모델이다. 열기는 한 주에 3~4개의 '동기부여 콘텐츠'를 생산한다. 처음에는 구독자 1000여 명 규모의 소소한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드는 게 목표였다. 3년이 흐른 지금 열기의 구독자 수는 56만 명을 돌파했다.

"열기의 가장 큰 매력은 '공감'입니다. 기존 강연이나 자기계발서는 누가 봐도 성공한 사람들이 가르치듯 동기부여를 하잖아요. 잘 공감이 안 되죠. 열기는 '나도 그랬다'라는 게 기본이에요. 우리부터 독자들과 비슷하게 생각하면서 공감하고 동기를 부여합니다. 그래야 더 인상에 남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지난 26일 마포구 연남동 무인서점에서 만난 열정에 기름붓기 이재선 대표(27).
지난 26일 마포구 연남동 무인서점에서 만난 열정에 기름붓기 이재선 대표(27).
2014년 모교의 도움을 받아 학내 작은 공간에 사무실을 차렸다. 완벽하고 진지하게 접근하기보다는 직관적으로 생각했다. 열정에 기름붓기란 이름도 3분 만에 지었다. 광고홍보학 전공을 살려 긴 텍스트 대신 읽기 쉬운 슬라이드 형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했다.

'해리포터' 작가 조앤 K. 롤링의 이야기를 담은 세 번째 콘텐츠를 기점으로 반응이 불붙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롤링의 스토리를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하루에 구독자가 수천 명씩 늘었다.

"짜릿했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과 '잘하는 일'을 찾은 것 같았어요. 평생직업으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최근에는 '이유 있는 쉼' 콘텐츠에 대한 반응이 좋습니다. 쉬는 건 나태한 것이 아니라 목표를 잘 이루기 위한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내죠. 사람들이 지쳐있잖아요. 나만 그런 건 아니구나, 다행이라고 여기는 것 같아요."

열기의 직원은 8명. 연남동에 위치한 작은 사무실 하나와 무인서점이 오프라인 사업장의 전부다. 주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 온라인을 무대로 한다. 업계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자생적 수익모델을 가지고 있다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열정에 기름붓기의 가장 큰 매력은 '공감'입니다.(이재선 대표)" 사진=열정에 기름붓기 페이스북. 지난 26일 기준 현재 구독자는 56만명에 달한다.
연남동에 있는 열정에 기름붓기 무인서점. 방문자들은 서점 내 책과 스케줄러, 커피 등을 구매할 수 있다. 돈은 양심적으로 돈 통에 넣는다. 구독자들과 함께 꾸며나가는 공간이다.
연남동에 있는 열정에 기름붓기 무인서점. 방문자들은 서점 내 책과 스케줄러, 커피 등을 구매할 수 있다. 돈은 양심적으로 돈 통에 넣는다. 구독자들과 함께 꾸며나가는 공간이다.
"출판사에서 열기의 콘텐츠를 책으로 만들고 싶다는 제의가 왔어요. 제작했는데 반응이 좋았습니다. 책 판매량이 상당해 출판사 관계자들도 놀랐죠. 이런 방식으로 콘텐츠 제작을 하면서 수익을 내는데요.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와도 맞아야 하기 때문에 제의가 들어오면 꼼꼼히 검토합니다."

열기가 출판사로부터 거둬들이는 수익은 월 평균 3000만 원 수준. 기업 브랜드 홍보와 자체 제작한 스케줄러, 무인서점 등 각종 콘텐츠 사업을 합산하면 매출은 월 5000만 원에 이른다. 제조업과 달리 인건비, 월세를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 순이익으로 잡힌다.

"생존 가능한 1차적 수익모델은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우리의 열기를 오프라인으로 확산시키려 합니다. 주체성을 갖고 살아가는 데 동의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어요. 수시로 와서 머물 수 있는 공간 또는 정기적으로 모임을 만들어주는 비즈니스 모델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유료 회원제로 운영할 계획입니다."

그가 운영하는 무인서점이 열기의 오프라인 모델이다. 무인서점 방문자는 서점에 비치된 책과 스케줄러, 커피 등을 구매할 수 있다. 돈은 양심적으로 통에 넣는 식이다. 작은 공간이지만 '열기' 구독자들과 함께 꾸며나가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열정에 기름붓기 무인서점 방명록 쓰는 곳. 한 방문자의 쪽지가 눈에 띈다.
열정에 기름붓기 무인서점 방명록 쓰는 곳. 한 방문자의 쪽지가 눈에 띈다.
열기는 꾸준히 동기부여 콘텐츠를 확산시켜나갈 계획이다. '헬조선'으로 대표되는 극단적 비관론이 퍼지는 시대에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변화의 동기를 불어넣는 것이 목표다.

"창업 후 2년간 거의 수익이 없어 망하기 직전까지 갔습니다. 포기하려는데 시형이(공동대표) 아버지께서 '지금 그만두면 인생에서 언제 올지 모르는 소중한 기회를 날려버리는 것'이라면서 잘 생각해보라고 하셨어요. 그 말씀을 계기로 마음 고쳐먹고 다시 일어섰죠. 작은 기회라도 쉽게 포기하지 않는 것, 인생의 동기부여란 그런 것 아닐까요."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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