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장 회복과 신흥시장 개척에 힘입어 두산인프라코어의 1분기(1~3월) 실적이 대폭 개선됐다. 영업이익은 148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5% 늘었고, 매출(1조5616억원)은 8.9% 증가했다. 장기간 부진의 늪에 빠진 중국에서 경쟁력을 회복했고, 오랜 기간 공을 들인 신흥시장에서도 성과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세계적인 경기 회복의 온기가 건설기계 시장에 퍼지면서 2분기 실적 전망도 밝아졌다.
굴삭기로 중심 파고드니 두산인프라 '깜짝 실적'
◆중국·신흥시장 호재

두산인프라코어의 1분기 중국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했다.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등 중국 정부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 정책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중국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 내 굴삭기 판매량 증가율은 작년 연간 19.1%에서 올 1~2월 214.4%로 급등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1분기 중국에서 3198대의 굴삭기를 판매했다. 전년 동기 대비 121% 증가한 것이다. 2008~2010년 중국 건설기계시장이 호황일 때 판매한 굴삭기의 교체 수요가 다가온 것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기간 중국에서 판매된 굴삭기는 33만대였다. 업계 관계자는 “굴삭기 수명은 보통 10년이지만 2008년부터 단기에 과잉 생산된 굴삭기가 중국에 많아지면서 잦은 고장과 부품 교체로 수명이 단축됐다”고 말했다.

꾸준히 추진해온 신규 시장 개척도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1분기 신흥시장 매출은 33% 늘었다. 두산은 미얀마 금광업체, 카타르 항만공사, 마다가스카르, 말레이시아 등에서 대규모 굴삭기 공급 계약을 따냈다.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광산 채굴이 급증했다”며 “채굴에 필요한 굴삭기와 로더의 수요가 늘어난 원인”이라고 했다. 자회사인 두산밥캣도 주력 매출처인 북미시장에서 건설경기가 살아나면서 미니굴삭기나 무한궤도식 콤팩트 로더 등 고수익 상품 판매가 늘어 이익 상승에 기여했다.

◆뼈를 깎는 자구노력

두산의 자구노력도 실적 개선을 뒷받침한 요인이다. 우선 중국 중심의 매출 구조를 대수술했다. 중국 매출 비중은 20%에서 8%로 낮췄다. 대신 동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남미 등 신흥시장 비중을 18%로 높였다.

중국은 북미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큰 건설기계시장이다. 세계 6위권인 두산인프라코어는 중국 시장과 함께 성장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0년에는 중국 내 2만2000대 굴삭기를 판매해 시장점유율 13.5%를 기록했다. 중국 굴삭기 10대 중 1대 이상은 두산이 만든 셈이다.

하지만 중국 건설경기가 침체에 들어가면서 두산인프라코어도 위기를 맞게 됐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015년 1430억원(개별 기준)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네 차례 희망퇴직을 시행해 전체 인력의 20%가량인 1500여명을 감축했다. 이 과정에서 알짜사업이었던 공작기계사업부를 약 1조원에 매각하기도 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중국 굴삭기 판매량은 2015년 3500여대로 바닥을 찍은 뒤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도 작년 취임 후 중국 옌타이 굴삭기 공장을 방문해 “품질로 승부해야 한다”고 인프라코어를 독려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