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트럼프의 '폭탄 발언'] "한·미 FTA 끔찍"…종료까지 첫 언급하며 압박
“끔찍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재협상하거나 종료시킬 것이다.”(외신 인터뷰)

“미국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서 탈퇴하면 엄청난 충격이 될 수 있어 재협상을 곧 시작한다.”(아르헨티나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직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한·미 FTA와 NAFTA에 대해 각각 이렇게 말했다. 미국 대통령이 공교롭게도 같은 날 두 무역협정과 관련해 전혀 상반된 견해를 내놨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한·미 FTA 재협상이나 종료 가능성을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구나 ‘끔찍한(horrible)’이란 표현까지 동원한 이날 발언은 과거 NAFTA에 대한 ‘독설’을 연상케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줄곧 “재앙과 같은 NAFTA를 재협상하거나 파기할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NAFTA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가 변화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지난 26일 트럼프 대통령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NAFTA 재협상 개시에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원래 2~3일 안에 NAFTA를 종료시킬 계획이었지만 캐나다와 멕시코 정상들이 재검토를 설득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벼랑 끝 협상’ 전략이 캐나다와 멕시코의 극적 양보를 이끌어낸 것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에 대해서도 파기라는 초강수를 먼저 던진 뒤 극적 재협상 합의를 이끌어낸 NAFTA의 사례를 그대로 따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트럼프가 NAFTA 재협상 합의 직전까지 탈퇴 행정명령을 준비시킨 점을 고려하면 정말로 한·미 FTA 종료를 선언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워졌다”며 “이미 트럼프의 머릿속에 한·미 FTA 종료 선언이 전략적 스텝 중 하나로 들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FTA는 한쪽 당사국이 다른 당사국에 협정 종료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서면으로 통보하면 180일 후에 종료된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돌발적이면서 예상치 못한 발언에 당황스럽다”며 “발언의 취지 및 배경 등을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