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감세안을 내놓았다. 법인세율을 35%에서 15%로 인하하는 것을 포함해 개인소득세와 자본소득세 최고세율을 내리고 상속세는 아예 폐지하는 게 골자다. 감세 규모만도 10년간 2500조원에 달한다. 파격적 감세안의 핵심은 경제활성화다. 특히 법인세율을 세계 최저 수준으로 끌어내리는 것은 미국으로 기업을 유치, 투자를 활성화해 일자리를 늘리고 경제를 살려내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트럼프의 감세안은 다른 나라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우선 높은 법인세를 피해 해외로 나갔던 상당수 미국 기업들이 ‘유턴’할 가능성이 높다. 애플처럼 해외에 막대한 돈을 보유 중인 기업들의 본국 송금도 늘 것이다. 미국으로 본사나 공장을 이전하는 외국기업도 많아질 것이다. 글로벌 생산설비와 자본의 미국 유입은 다른 나라 입장에서는 위기가 될 수 있다. 홍콩의 영자 신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중국이 미국 법인세율 인하에 긴장하고 있다’고 보도한 것은 그런 점을 잘 보여준다.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인건비는 비싸고 규제는 늘고 세금까지 역전되면 기업들은 떠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한국 대표기업조차 본사를 미국으로 옮길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지 않아도 트럼프는 “생큐 삼성” 운운하며 국내 기업에 노골적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미국의 법인세율 파격 인하는 결코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우리 발등에 떨어진 불일 수도 있다.

그런데도 대선판에는 법인세율 인상론이 대세다. 해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제 갈 길만 가겠다는 식이다. 우물 안 개구리가 따로 없다. 미국발(發) 글로벌 기업 유치 전쟁이 시작됐는데, 한국 정치인들은 기업을 쫓아낼 궁리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