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공포'는 전세계적인 현상
데이터·딥러닝 활용에 수학 필수
산업수학 키워야 기업 발전해

세계적인 수학자 존 오켄돈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77·사진)는 지난 29일 서울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기자와 만나 “산업에서 수학이 활발하게 사용되는 영국에서도 수학자를 만나길 꺼리고 수학이란 말을 가급적 사용하지 않으려 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학에서 가치를 찾으려는 노력은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주최로 28일 광주광역시 조선대에서 열린 대한수학회 봄 학술연구발표회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오켄돈 교수는 “빅데이터와 딥러닝이 활용되면서 수학을 쓸 일이 점차 줄 것 같지만 의미를 찾아내는 핵심엔 수학이 자리하고 있다”며 “점점 더 수학에서 가치를 찾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켄돈 교수가 산업수학이란 말을 사용하기 시작한 1960년대 말에도 응용수학이란 용어가 있었다. 2차 세계대전부터 암호, 통신 등에 수학을 사용하긴 했지만 막상 기업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나가지는 못했다. 영국 정부가 영국왕립학회를 통해 후원자로 나섰다. 오켄돈 교수는 “산업수학은 기업에 실질적 도움을 주지만 사회와 산업계가 막상 가치를 깨닫는 데는 시일이 오래 걸린다”며 “공공영역에서 산업수학을 활용한 성공사례를 많이 만들어 기업들이 중요성을 파악할 수 있도록 정부가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원 석사 과정에 산업수학이 개설될 정도로 발전한 영국에서도 우여곡절이 있었다. “2008년 이전까지만 해도 옥스퍼드대 수학과 상위 20% 졸업생이 다른 회사보다 연봉을 세 배 많이 주는 은행으로 취업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금융위기가 수학전공자들이 다른 산업계에 골고루 퍼져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오켄돈 교수는 한국 정부가 올해 대학 두 곳에 산업수학센터를 지정하려는 계획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산업수학은 앞으로 의료 빅데이터, 바이오 이미징 등 새로운 영역에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순수수학도 산업 발전과 함께 더욱 단단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회 모든 구성원이 수학을 잘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자질이 있는 인재를 발굴하고 수학자들의 10%만 산업에 관심을 둬도 산업계의 많은 현안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