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4월30일 오후 3시51분

4년 만에 공모 회사채 발행에 나섰던 무림페이퍼가 계획했던 금액을 투자자로부터 끌어모으지 못하며 흥행에 실패했다. 공급과잉은 여전한데 신문용지를 중심으로 수요가 위축돼 수익성이 악화된 영향이다. 제지업계가 앞으로 상당 기간 자금조달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무림페이퍼가 4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위해 지난달 26일 진행한 수요예측에 총 220억원의 매수 주문이 들어왔다. 200억원어치를 발행할 예정이었던 2년물에 단 20억원의 주문이 들어와 180억원어치 대규모 미매각이 발생한 것이 흥행 실패의 결정타였다. 매수 주문 200억원어치는 희망금리 범위보다 높은 금리를 요구했다. 단기물임에도 투자자들이 회사의 신용위험을 높게 봤다는 반증이다. 3년물은 모집금액 200억원 만큼만 수요가 들어왔다. 미매각 물량은 주관사인 신한금융투자가 떠안아 판매할 예정이다.

주력사업인 제지부문의 수익성 악화가 발목을 잡았다. 무림페이퍼의 지난해 매출은 1조1315억원으로 전년 대비 2.2%, 영업이익은 421억원으로 41.9% 감소했다. 소비 정체와 공급 과잉 지속으로 인쇄용지 이익률이 떨어져 제지부문의 영업이익(641억원)이 전년보다 3.2% 줄었다. 펄프 부문은 펄프값 하락으로 189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수익성 악화로 약 1조원에 달하는 차입금 상환 부담도 커졌다.

신용평가업계는 제지산업의 위험도를 높게 보고 있다. 펄프 등 원재료 가격의 등락에 따라 수익성이 널뛰기를 거듭하는 데다 제품 차별화가 어려워 가격 경쟁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수출 의존도가 높아 환율 변화에 민감한 것도 약점이다.

특히 신문용지부문은 신문산업이 위축되며 수급 불균형이 심각해지고 있다. 신문용지가 주력인 페이퍼코리아는 지난해 15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공장과 부지를 매각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고부가 지종으로의 주력 제품 전환을 추진하면서 영업손실 규모가 다소 줄어들었지만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