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세는 증오와 질시의 20세기 세제
세율 아닌 경기가 세수에 직접적 영향
세금 더 걷고 싶으면 경제부터 살려야
정규재 논설고문

미국의 소득세는 위헌판결 등 숱한 논쟁을 거쳐 1913년 7%의 세율로 다시 부활했다. 그리고 바로 급격하게 최고세율을 올려 순식간에 1918년 77%의 최고 세율로 치솟았다. 소득세는 출발부터 그렇게 증오와 분노의 세금이었다. 1912년 타이타닉호의 침몰은 죽음조차 빈부를 차별대우한다는 대중의 반부자 정서를 자극했다. 실제로 1등석 부자들은 타이타닉에서도 많이 살아남았다고 한다. 이 시기에 대중의 반기업 정서도 폭발해 “록펠러여! 너와 함께 죽으리” 같은 대중가요가 생겨났다. 에릭 홉스봄은 1914년을 20세기의 시작점으로 규정했다.(극단의 시대) 홉스봄의 20세기는 1991년 옛 소련의 붕괴까지였다. 공산당원다운 시대 구분이지만 1913년이 20세기를 열었다는 주장에는 지지자들이 많다. 중앙은행 제도가 이때 탄생했고, 록펠러의 스탠더드오일이 분할 명령을 받았으며, 포드의 대량생산 시대가 열렸던 때가 이즈음이다. 중산층 대중이 해외유람이라는 새로운 풍조를 만들어 낸 것도 이 시기였다. 타이타닉은 그 와중에 일어난 사건이다.

여기에 소개한 그림은 미국의 ‘세율과 세수’를 한 장의 그림에 옮겨 놓은 것이다. 1972년 이후 2009년까지의 기간을 포괄하고 있다. 세율은 오른쪽 눈금이고, GDP 대비 개인소득세수는 왼쪽 눈금이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세율은 70%에서 30% 중반까지 크게 움직였다. 그러나 놀랍게도 소득세수는 8%를 중심축으로 그다지 큰 변화가 없다. 레이건의 급격한 세율 인하에도 불구하고 세수는 GDP 8%에서 미세한 변화만을 보여준다. 법인세수를 합치면 진폭이 확대돼 11~12%를 중심축으로 등락하게 된다. 기대보다는 역시 변화가 적다. 2008년에는 역사적 저점이었던 GDP 8%까지 내려간다. 결론은 한 가지다. 세수는 명목 세율이 아니라 경기의 영향을 받는다.
세율은 큰 변동이 없었지만 빌 클린턴의 신(新)경제 기간에 세수가 늘었고 이후 줄었다가 2010년 이후 미국 경제가 살아나면서 다시 증가하고 있다. 최고세율은 증오나 분노 지수일 뿐 세수와는 큰 관련이 없다. 그것은 마치 ‘전깃줄에 다섯 마리 참새가 있는데 한 마리를 잡고 나면 몇 마리가 남나?’ 하는 문제와도 같다. 모두 도망가고 한 마리도 없다는 것이 답이다. 세율이 높아지면 사람들은 조지프 케네디처럼 무언가를 시도하게 된다. 세금을 많이 걷어 복지에 쓴다는 대선후보들이 많다. 참새도 아는 것을….
정규재 논설고문 jkj@hankyung.com
※지난회 칼럼 중 근로자 이익 균점권은 1962년 개헌 때 폐지됐음을 확인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