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버트 맥마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북한 선제타격으로 서울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지적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은 미국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동맹국인 한국의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미국 국익을 최우선시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돼 외교적 파장이 예상된다.

맥마스터 보좌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의 케이블TV인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가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선제공격을 포함한) 군사적 옵션이 있어야 한다”고 하자, 사회자는 “북한의 단거리미사일 사정범위에 있는 서울의 인구 수백만명이 위협에 노출된 상황을 상정하고 있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그는 한국민에 관한 언급 없이 곧바로 미국 국민 보호가 최우선임을 언급했다.

맥마스터 보좌관은 “미국을 사정권에 둔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과 같은) 정권을 용납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또 “미국민에 대한 위협 측면에서 용인할 수 없으며, 트럼프 대통령도 어떻게 해서든 북한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덧붙였다.

외교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100일에 맞춘 인터뷰란 점을 감안하더라도 미국 안보정책을 좌우하는 최고위관계자가 언론 인터뷰에서 동맹의 안전을 언급하지 않고 자국민 보호만을 강조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맥마스터 보좌관은 이날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를 외교적으로, 또 제재와 같은 경제적 수단을 통해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실행가능한(viable) 군사적 옵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적대로 군사적 선택과 정치적 해법은 연관돼 있다”며 “지금까지는 이 두 가지가 너무 오랫동안 별개로 떨어져 있었다”고 지적했다. 무력사용을 전제로 하지 않은 외교적 노력만으로는 북한을 효율적으로 압박하지 못해 성과를 낼 수 없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도 전날 CBS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더 나은 핵운반 수단을 갖게 놔둘 수 없다”며 강경발언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적 행동이 필요하다는 뜻이냐”는 사회자 질문에는 “모르겠다. 보자”고 답변했다. 이어 “우리는 모든 행보를 발표할 수 없다. 이것은 체스게임”이라며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김정은에 대해서는 “꽤 영리한 녀석(cookie)”이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