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7] '통합'은 간데없고…증오·막말 판치는 대선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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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후 협치 필수인데 진영논리로 '편가르기'
"극우보수 완전 궤멸" "좌파 공화국"…지지표 결집 위해 증오 부추겨
선거 임박해지며 정책 대결은 뒷전
진영논리 부추기는 '선동 발언' 판쳐
대외환경 최악…누가 돼도 국론분열
"극우보수 완전 궤멸" "좌파 공화국"…지지표 결집 위해 증오 부추겨
선거 임박해지며 정책 대결은 뒷전
진영논리 부추기는 '선동 발언' 판쳐
대외환경 최악…누가 돼도 국론분열
![[대선 D-7] '통합'은 간데없고…증오·막말 판치는 대선판](https://img.hankyung.com/photo/201705/01.13821013.1.jpg)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지난달 30일 충남 공주 유세에서 “선거철이 되니까 또 색깔론, 종북몰이가 시끄럽다. 오히려 안보를 믿을 수 있는 후보는 문재인뿐이다. 이제 국민도 속지 않는다. 이×들아”라고 말했다. ‘안보관이 불안하다’는 보수진영의 공격을 반박하는 과정에서 ‘이×들아’라는 욕설이 튀어나왔다.

정준길 한국당 대변인은 “집권하면 완장 차고 반대세력을 제거하겠다는 굳은 의지로 보인다. 그것도 완전 궤멸시켜버린다고 하니 총칼만 안 들었지 대대적인 숙청이라도 할 것 같다”고 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측의 조영희 대변인은 논평에서 “이미 선거에 승리한 양 집권을 전제로 한 발언들을 쏟아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대변인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대선공약집에서 ‘적폐청산’을 10대 공약의 1순위로 올린 것을 거론하며 “민주당은 집권 후 적폐청산의 기치 아래 정치 보복과 사정 광풍을 명시적으로 예고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손금주 수석대변인도 “이 의원은 ‘완전 궤멸’ 운운하며 국민을 아예 숙청하겠다고 나서고 있다”며 “집권하면 복수의 정치를 하겠다는 공개 선언에 다름 아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막말은 몇 차례 TV토론에서 벌어진 ‘저질 공방’에서 이미 예고됐다. 문 후보는 홍 후보의 잇단 과거 공세에 “이보세요”라고 홍 후보를 몰아세웠고 홍 후보는 “버릇없다”고 맞받았다. 유 후보는 홍 후보를 향해 “성폭행 방조범”이라고 비난했고 홍 후보는 “제2의 이정희”라고 역공을 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세탁기에 들어갔다 나왔다’는 홍 후보를 향해 “고장난 세탁기에 들어갔다 나왔다”고 비꼬았고 안 후보는 문 후보에게 “제가 갑철수입니까” “제가 MB(이명박 전 대통령) 아바타입니까”라는 생뚱맞은 질문을 던졌다.
전문가들은 “대선 막판에 지지자 결집이 필요한 상황에서 아직 선택을 하지 못한 상당수 유권자를 결집하기 위한 네거티브 공략”이라며 “지지자 결집을 위한 전략적 차원이지만 과거 대선에서도 별 효과는 없었다”고 말했다. 또 “대선후보들은 관용과 포용 대신 갈등과 불안을 키워 공포 분위기를 조장하는 막말은 삼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 후보 측의 이 같은 기류는 공약 우선순위와 화두 변화에서도 감지된다. 안 후보와 1위 자리를 놓고 접전을 벌일 때 등장했던 ‘대통합’ 화두는 언젠가 슬그머니 사라졌다. 당시 주요 화두에서 빠졌던 적폐청산이 다시 공약집 전면에 등장했다. 공약집 12대 약속의 첫째가 ‘이명박 박근혜 9년 집권 적폐청산’이며 구체적 공약 제1호가 ‘적폐청산특별조사위원회 설치’다. “문 후보가 일자리 등을 강조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론 미래보다는 과거에 초점이 맞춰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홍 후보가 ‘좌파 공화국’ 등 원색적인 용어를 동원해 문 후보를 공격하는 것은 보수표 결집을 위한 전략이다. TV토론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음에도 대구·경북(TK) 등에서 보수 바람을 일으킨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이 여세를 몰아 안 후보를 제치고 문 후보와 양강구도를 형성하는 게 홍 후보 구상이다.
이재창 선임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