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스타트업 CEO-②] 발명특허·초고속카메라로 업그레이드…"골프는 과학이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안종균 파온테크 대표, 특허 도입된 실외스크린골프 '필드존'
업그레이드한 스윙분석기 '닥터스윙' 일본 수출 성과 올려
업그레이드한 스윙분석기 '닥터스윙' 일본 수출 성과 올려
가상현실(VR) 속에서의 연애는 어떨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데이트를 하면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포옹이나 입맞춤과 같은 스킨십의 결정적인 순간(?)까지 함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골프를 연애와 비교하자면, 골프에서 결정적인 순간이 바로 홀컵에 공이 들어가는 순간일 것이다. 골프인이라면 퍼팅을 거쳐 홀컵으로 쏙 빨려들어가 '딸깍'하는 소리를 낼 때처럼 짜릿할 때가 없다고 한다.
"필드 골프처럼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실제 홀컵이 나타납니다. 바닥에서 경사까지 구현하는 시스템이 실외 골프장에 설치되는 셈입니다."
안종균 파온테크 대표(사진·62)는 홀컵에 직접 퍼팅하는 시뮬레이터 시스템을 발명특허로 보유하고 있다. 발명가이자 사업가인 셈이다. 2008년 발명특허를 받아 20년간 권리가 보호받고 있다. 이 특허를 기반으로 가상현실 기술까지 더해 실감나는 골프를 즐길 수 있는 시스템이 '필드존'이다.
파온테크는 2005년에 창업된 회사지만, 골프 시뮬레이터의 자체기술을 업그레이드 하면서 신제품을 속속 출시했다. 작년 필드존의 최신 버전 개발을 완료했고, 올해 국내 실외골프장에 필드존을 400대 설치하는 게 목표다. "실내스크린골프장이 우후죽순으로 생기면서 골프인구가 늘어난 점은 긍정적입니다. 하지만 가상현실을 통해 화면에만 대고 치다보니 '스포츠' 보다는 '게임'으로 인식이 강해진 건 사실이죠. 필드에 나온 기분은 나지만 뭔가 허전한 기분이랄까? 진정한 골프를 실내스크린골프장에서 즐기기는 어렵다는 얘기죠."
안 대표는 골프산업이 최근 몇년 동안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고 말했다. 실외골프연습장은 그물에 마냥 스윙을 하다보니 지루한데다 나홀로 찾는 공간이 됐다. 레슨을 받지 않는다면 각자 자리에서 따로 골프를 칠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그렇다고 필드로 나가기엔 접대의 시선이 있다보니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안 대표는 "필드존은 실외골프연습장에서 비행하는 볼을 보면서 대형모니터 화면으로 라운딩을 하는 시스템"이라며 "구질의 정확도가 화면상의 구질과 100% 일치해야하기 때문에 기술적인 진입장벽이 높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러한 기술은 그와 기술력을 갖춘 건 엔지니어들이 2년여 동안 연구에 매달린 결과다. 현재도 프로골퍼를 비롯해 프로급에 준하는 골프 고수들이 사내에서 기술을 조언하고 있다.
초고속 카메라도 한 몫을 했다. GC2 센서를 장착한 초고속 카메라가 골프공 딤플(옴폭 들어간 곳)의 회전량을 초고속으로 촬영해 구질을 95% 이상의 정확도로 읽어낸다. 페이드(공이 왼쪽으로 출발해서 오른쪽으로 돌아 타깃방향으로 가는 것)나 드로우(공이 오른쪽으로 출발해서 왼쪽으로 돌아 타깃방향으로 가는 것)의 구질까지도 가상현실로 정교하게 구현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시장 확장이 쉽지만은 않았다. 예전에는 뛰어난 기술로 좋은 제품만 내놓으면 된다고 생각했던 시절도 있었다고. 가맹점을 내면서 사업을 확장하는 게 아니라, 실외골프장과의 계약을 통해 필드존을 공급했다. 골프장 사장님들을 설득하면서 사세를 확장하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고 그는 회상했다. 여기에 실내스크린골프장이 급증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늘리는 데 브레이크가 걸리기도 했다.
"필드존은 실외골프장에서 공략한 곳이 가장 최상층이었어요. 연습장을 찾는 대부분의 분들은 아랫층은 선호하시거든요. 최상층에 빈자리가 있더라도 아랫층에서 대기했다가 운동을 하는 게 보통이니까요. 골프장 사장님 입장에서는 수지가 맞지 않는 자리였지만, 이 자리에 필드존을 설치하면서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실외연습장에서 이용률이 저조한 최상위 층의 타석을 조정했다. 2개 타석당 1개의 룸으로 개조했다. 실전과 같은 느낌으로 스크린 골프를 즐길 수 있게 됐다. 방 형태로 설치하다보니 사계절 내내 골프를 즐길 수 있는 것도 장점이었다.
반신반의 하면서 필드존을 설치한 실외연습장에서는 반전이 일어났다. 설치비 이상으로 매출이 올라가면서 1개만 설치했던 골프장들이 추가 요청을 했기 때문이다. 부산 대연3동의 시티원골프장에는 15개의 룸이 설치됐고 인천 가좌동 유림골프장과 서울 가양동 강서한강자이타워에도 각각 10개, 7개씩의 방이 들어섰다.
"버려졌던 최상층이 이른바 펜트하우스가 된 거죠. 사업에 확신도 얻고 자신감을 가지게 됐습니다. 필드에서 짜릿함을 느껴본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고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함께 즐기는 골프문화가 보편화된 점도 사업에 확신을 갖게 합니다."
안 대표는 이러한 기술에 대한 자부심을 늘려 필드존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스윙분석기인 '닥터 스윙'을 내놨다. 파온테크는 그동안 국내외에 5000대 이상의 스윙분석기를 공급했다. POD-1000, SP-1000이라는 모델이지만, 브랜드가 없다보니 시장에서는 점유율에 비해 '무명'에 가까웠다.
'닥터스윙'은 SP-2000에 이름을 부여한 제품이다. 프로와 본인의 스윙비교, 과거 스윙보기, 파노라마 보기, 클럽속도 등의 다양한 기능이 있다. 여기에 온라인으로 연동돼 회원가입만 하면 언제 어디서든 나의 스윙모습을 볼 수 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도 있어서 실시간으로 프로의 조언을 받을 수도 있고 커뮤니티도 만들 수 있다.
"닥터스윙은 거리가 짧은 연습장에서의 취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내놓은 제품입니다. 개발에서 시장에 내놓은지 얼마 안됐음에도 일본으로 수출 계약이 체결됐습니다. 다음달까지 100여대를 공급할 예정입니다."
수출 얘기를 풀어내면서 안 대표의 눈이 반짝였다. 2년 전에 '어려운 사정에 가당키나 할까'했던 양수진 KLPGA 프로와의 모델 계약은 다음달 재계약을 앞두고 있다. 신제품들이 속속 나오면서 양 프로와의 재계약도 당연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는 "양 프로도 직접 경험해보고 제품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며 "프로가 인정하는 제품이야말로 저와 직원들의 미래를 걸만한 제품이 아닐까요?"라고 반문했다. 그의 말대로 골프는 과학이고 이는 갈수록 실감나는 기술로 현실화되고 있었다. 역시 발명가다웠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골프를 연애와 비교하자면, 골프에서 결정적인 순간이 바로 홀컵에 공이 들어가는 순간일 것이다. 골프인이라면 퍼팅을 거쳐 홀컵으로 쏙 빨려들어가 '딸깍'하는 소리를 낼 때처럼 짜릿할 때가 없다고 한다.
"필드 골프처럼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실제 홀컵이 나타납니다. 바닥에서 경사까지 구현하는 시스템이 실외 골프장에 설치되는 셈입니다."
안종균 파온테크 대표(사진·62)는 홀컵에 직접 퍼팅하는 시뮬레이터 시스템을 발명특허로 보유하고 있다. 발명가이자 사업가인 셈이다. 2008년 발명특허를 받아 20년간 권리가 보호받고 있다. 이 특허를 기반으로 가상현실 기술까지 더해 실감나는 골프를 즐길 수 있는 시스템이 '필드존'이다.
파온테크는 2005년에 창업된 회사지만, 골프 시뮬레이터의 자체기술을 업그레이드 하면서 신제품을 속속 출시했다. 작년 필드존의 최신 버전 개발을 완료했고, 올해 국내 실외골프장에 필드존을 400대 설치하는 게 목표다. "실내스크린골프장이 우후죽순으로 생기면서 골프인구가 늘어난 점은 긍정적입니다. 하지만 가상현실을 통해 화면에만 대고 치다보니 '스포츠' 보다는 '게임'으로 인식이 강해진 건 사실이죠. 필드에 나온 기분은 나지만 뭔가 허전한 기분이랄까? 진정한 골프를 실내스크린골프장에서 즐기기는 어렵다는 얘기죠."
안 대표는 골프산업이 최근 몇년 동안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고 말했다. 실외골프연습장은 그물에 마냥 스윙을 하다보니 지루한데다 나홀로 찾는 공간이 됐다. 레슨을 받지 않는다면 각자 자리에서 따로 골프를 칠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그렇다고 필드로 나가기엔 접대의 시선이 있다보니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안 대표는 "필드존은 실외골프연습장에서 비행하는 볼을 보면서 대형모니터 화면으로 라운딩을 하는 시스템"이라며 "구질의 정확도가 화면상의 구질과 100% 일치해야하기 때문에 기술적인 진입장벽이 높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러한 기술은 그와 기술력을 갖춘 건 엔지니어들이 2년여 동안 연구에 매달린 결과다. 현재도 프로골퍼를 비롯해 프로급에 준하는 골프 고수들이 사내에서 기술을 조언하고 있다.
초고속 카메라도 한 몫을 했다. GC2 센서를 장착한 초고속 카메라가 골프공 딤플(옴폭 들어간 곳)의 회전량을 초고속으로 촬영해 구질을 95% 이상의 정확도로 읽어낸다. 페이드(공이 왼쪽으로 출발해서 오른쪽으로 돌아 타깃방향으로 가는 것)나 드로우(공이 오른쪽으로 출발해서 왼쪽으로 돌아 타깃방향으로 가는 것)의 구질까지도 가상현실로 정교하게 구현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시장 확장이 쉽지만은 않았다. 예전에는 뛰어난 기술로 좋은 제품만 내놓으면 된다고 생각했던 시절도 있었다고. 가맹점을 내면서 사업을 확장하는 게 아니라, 실외골프장과의 계약을 통해 필드존을 공급했다. 골프장 사장님들을 설득하면서 사세를 확장하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고 그는 회상했다. 여기에 실내스크린골프장이 급증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늘리는 데 브레이크가 걸리기도 했다.
"필드존은 실외골프장에서 공략한 곳이 가장 최상층이었어요. 연습장을 찾는 대부분의 분들은 아랫층은 선호하시거든요. 최상층에 빈자리가 있더라도 아랫층에서 대기했다가 운동을 하는 게 보통이니까요. 골프장 사장님 입장에서는 수지가 맞지 않는 자리였지만, 이 자리에 필드존을 설치하면서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실외연습장에서 이용률이 저조한 최상위 층의 타석을 조정했다. 2개 타석당 1개의 룸으로 개조했다. 실전과 같은 느낌으로 스크린 골프를 즐길 수 있게 됐다. 방 형태로 설치하다보니 사계절 내내 골프를 즐길 수 있는 것도 장점이었다.
반신반의 하면서 필드존을 설치한 실외연습장에서는 반전이 일어났다. 설치비 이상으로 매출이 올라가면서 1개만 설치했던 골프장들이 추가 요청을 했기 때문이다. 부산 대연3동의 시티원골프장에는 15개의 룸이 설치됐고 인천 가좌동 유림골프장과 서울 가양동 강서한강자이타워에도 각각 10개, 7개씩의 방이 들어섰다.
"버려졌던 최상층이 이른바 펜트하우스가 된 거죠. 사업에 확신도 얻고 자신감을 가지게 됐습니다. 필드에서 짜릿함을 느껴본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고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함께 즐기는 골프문화가 보편화된 점도 사업에 확신을 갖게 합니다."
안 대표는 이러한 기술에 대한 자부심을 늘려 필드존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스윙분석기인 '닥터 스윙'을 내놨다. 파온테크는 그동안 국내외에 5000대 이상의 스윙분석기를 공급했다. POD-1000, SP-1000이라는 모델이지만, 브랜드가 없다보니 시장에서는 점유율에 비해 '무명'에 가까웠다.
'닥터스윙'은 SP-2000에 이름을 부여한 제품이다. 프로와 본인의 스윙비교, 과거 스윙보기, 파노라마 보기, 클럽속도 등의 다양한 기능이 있다. 여기에 온라인으로 연동돼 회원가입만 하면 언제 어디서든 나의 스윙모습을 볼 수 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도 있어서 실시간으로 프로의 조언을 받을 수도 있고 커뮤니티도 만들 수 있다.
"닥터스윙은 거리가 짧은 연습장에서의 취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내놓은 제품입니다. 개발에서 시장에 내놓은지 얼마 안됐음에도 일본으로 수출 계약이 체결됐습니다. 다음달까지 100여대를 공급할 예정입니다."
수출 얘기를 풀어내면서 안 대표의 눈이 반짝였다. 2년 전에 '어려운 사정에 가당키나 할까'했던 양수진 KLPGA 프로와의 모델 계약은 다음달 재계약을 앞두고 있다. 신제품들이 속속 나오면서 양 프로와의 재계약도 당연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는 "양 프로도 직접 경험해보고 제품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며 "프로가 인정하는 제품이야말로 저와 직원들의 미래를 걸만한 제품이 아닐까요?"라고 반문했다. 그의 말대로 골프는 과학이고 이는 갈수록 실감나는 기술로 현실화되고 있었다. 역시 발명가다웠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