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연휴 '카톡 사무실'에 갇힌 직장인들
직장인 송모씨(31)는 ‘황금연휴’를 맞아 2일과 4일에 휴가를 내고 1주일간 유럽으로 여행을 떠났다. 직장에 남아 일할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커피도 한 잔씩 돌렸다. 하지만 한국시간으로 2일 아침이 되자 송씨를 찾는 ‘카톡’ 알림이 끊임없이 울리기 시작했다. ‘잊어버릴까 봐 말해둔다’는 상사의 지시는 물론 자료를 이메일로 바로 보내달라는 요청까지 이어졌다. “여행지까지 직장 상사가 따라온 기분”이라는 게 송씨의 하소연이다.

징검다리 연휴를 맞아 휴가를 떠난 직장인들이 ‘카톡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단체카톡방(단톡방)’ 등을 통해 업무 지시를 내리는 문화가 확산되고, 스마트폰으로 업무 처리가 가능해지면서 휴가지에서도 ‘SNS 사무실’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불만이다. 그렇다고 휴가를 핑계로 단톡방을 나갈 용기를 내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송씨는 “수시로 울리는 알람이 스트레스지만 단톡방을 나가기엔 눈치가 보인다”며 “왜 여행지에서까지 이런 고민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스마트기기를 사용하면서 업무와 관련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는 의견이 43%였다. ‘업무 시간 외 또는 휴일에 스마트기기를 사용해 업무를 처리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70.3%가 ‘처리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시간대별로는 퇴근 이후가 78.5%로 가장 많았다. 주말(56.1%), 연차 등 휴가 기간(45.5%)에도 스마트기기로 업무를 처리했다.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퇴근 후 업무용 메시지나 이메일 발송을 금지하고 있다. 지난해 프랑스에서는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법제화했다.

국내에서도 관련 법 제정이 시도되고 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퇴근 후 SNS 등을 통한 업무 지시를 제한하는 ‘칼퇴근법’을 대선 공약 2호로 내걸었다.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작년 6월 근무시간 외에 휴대폰을 통해 업무 지시를 내릴 수 없도록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기업의 일을 법으로 일일이 정하고 규제하는 데 대한 반론이 만만찮다.

업무와 사생활 분리를 원하는 사람이 늘면서 업무용 메신저 시장도 커지고 있다. 퇴근 후에는 메신저를 로그아웃해 직장과의 연결을 차단하는 식이다. 한국IDC에 따르면 국내 업무용 모바일메신저 시장은 2015년부터 5년간 연평균 24.5% 성장해 2019년에는 1075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