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 체크] 노무현·MB·박근혜, 아무도 못 지킨 공약
19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한 주요 후보들이 복지 재원 마련 공약으로 공통으로 내건 게 ‘비과세·감면 축소’다. 이는 과거 대통령 후보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역대 대선에서 당선된 후보들은 집권기간에 비과세·감면을 줄이기는커녕 오히려 3조~5조원씩 늘린 것으로 드러났다.

3일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가 노무현 정부부터 박근혜 정부까지 15년간 비과세·감면에 따른 연도별 국세감면액(일명 조세지출액)을 전수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노무현 정부 이후 모든 정부는 대선 때나 집권 초기 중장기 조세 개편 방안 등을 발표하면서 비과세·감면 제도를 대폭 없애겠다고 약속했다. 선심성 비과세·감면을 없애 세제 형평성과 효율을 높이고 세율 인상 없이도 급증하는 복지 재원 등을 마련하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국세감면액은 정권을 불문하고 거의 매년 증가세를 이어갔다. 노무현 정부에서 5조5000억원, 이명박 정부 3조2000억원, 박근혜 정부에선 3조4000억원이 늘었다.

노무현 정부 이후 15년간 국세 감면액은 19조5000억원 급증했다. 정부 관계자는 “정권마다 지역 균형 발전, 투자·고용 확대, 서민·중소기업 보호 등을 명분으로 비과세·감면을 신설 또는 확대한 데다 정치권도 선거 때마다 유권자 대상 비과세·감면 확대에 나서 15년간 국세 감면액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한 세제 전문가는 “유력 19대 대선후보들도 복지 확대 등을 위해 연간 수십조원의 추가 재원 마련 수단 중 하나로 비과세·감면 정비를 내놓고 있지만 이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출범 첫해인 2013년 33조6000억원이던 국세 감면액이 올해는 37조원(정부 추정치)으로 3조4000억원 늘어난다. 박근혜 정부는 집권 기간 중 총 18조원의 재원을 마련한다는 목표 아래 △대기업 대상 투자세액공제율 축소·폐지 △최저한세율 인상 △외국납부세액공제 한도 설정 등 비교적 큰 규모의 비과세·감면 정비에 나섰지만 국세 감면 절대액은 줄지 않았다.

김영훈 바른사회시민회의 경제실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신용카드 소득공제처럼 대상자가 많은 비과세·감면 항목들은 일몰이 도래했지만 대부분 연장됐고 중소기업이나 서민을 중심으로 한 비과세·감면 조항 신설도 적지 않았다”며 “결과적으로 비과세·감면 항목이 집권 초기 218개에서 말기 229개로 늘어 대기업 대상 세금 혜택 축소에도 불구하고 국세 감면액은 3조원 이상 늘었다”고 분석했다.

이명박·노무현 정부도 국세 감면액이 늘어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명박 정부의 연간 국세 감면액은 집권 첫해(2008년) 30조2000억원에서 마지막 해(2012년) 33조4000억원으로 3조2000억원 늘었다. 노무현 정부에서도 국세 감면액은 2003년 17조5000억원이었지만 2007년 23조원으로 5조5000억원 급증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19대 대선후보들의 비과세·감면 축소 공약도 현실성이 낮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연 조세 감면액의 30% 정도를 없애 매년 11조1000억원의 신규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공약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비과세·감면을 포함한 세법 개정으로 연평균 6조3000억원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한 세제 전문가는 “지난해 국세 감면액 36조5000억원 중 60~70%는 서민·중산층이나 중소·중견기업이 받아갔다”며 “차기 정부에서 누더기 비과세·감면 제도를 제대로 정비하려면 이들에 대한 세제 혜택도 크게 줄여야 할 텐데 이것이 정치적으로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