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이 애플 아이폰의 미국 수입을 막겠다고 나섰다. 특허료를 놓고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는 애플을 압박하기 위해서다. 애플은 퀄컴이 통신칩셋 특허와 관련해 부당한 계약을 강요해왔다며 특허료도 내지 않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3일(현지시간) 퀄컴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애플 아이폰 수입 금지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퀄컴 특허를 침해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애플은 제조파트너인 폭스콘(훙하이) 등에 맡겨 중국 대만 등에서 생산한 아이폰을 가져와 팔고 있다. 수입이 막히면 사실상 미국 내 판매가 불가능하다.

아이폰은 애플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주력 상품이다. 또 세계 아이폰의 40%가 미국 시장에서 팔린다. 블룸버그통신은 “퀄컴의 전략은 올가을 아이폰8을 출시하려는 애플을 압박하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준사법기관인 ITC는 상품의 수입을 금지할 권한이 있다. 법원보다 사건 처리가 빠른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양사 간 분쟁은 지난해 12월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퀄컴에 ‘이동통신 표준특허를 무기로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한다’며 과징금 1조300억원을 매기면서 불거졌다. 퀄컴이 애플 삼성전자 등 스마트폰업체에 통신칩셋이 아니라 스마트폰 판매가의 3~5%에 달하는 과도한 특허료를 요구하고, 특허 끼워팔기를 해 왔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본 애플은 지난 1월 퀄컴이 특허료를 부당하게 높게 받아왔다며 10억달러(약 1조1300억원) 이상의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미국과 중국 영국 등의 법원에 냈다. 또 폭스콘 등 제조파트너에 요구해 퀄컴에 줘야 할 특허료 지급을 중단했다. 퀄컴은 지난 3월 ‘애플이 특허 라이선스 사업을 방해하고 있다’며 맞소송을 제기했다. 퀄컴은 벌써 타격을 입고 있다. 퀄컴은 지난달 28일 올 1분기 매출 전망치를 53억~61억달러에서 48억~56억달러로 낮췄다. 애플이 내지 않고 있는 특허료를 뺀 것이다. 퀄컴은 지난해 같은 기간엔 매출 60억달러를 올렸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