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1000원대 줄타기 하던 주가 갤S8·안철수 관련 소문에 5배 널뛰기
10년간 1000원대 줄타기 하던 주가 갤S8·안철수 관련 소문에 5배 널뛰기
10년간 1000원대 안팎에 머물던 아남전자 주가가 올 들어 크게 출렁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 수혜주’ ‘안철수 테마주’ 등으로 엮이며 주가가 치솟고 거래량도 급증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실적 개선을 지속할 수 있을지가 주가 향방의 관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0년간 1000원대 줄타기 하던 주가 갤S8·안철수 관련 소문에 5배 널뛰기
아남전자는 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3545원에 장을 마쳤다. 이 회사 주가는 올 2월 삼성전자가 인수를 결정한 미국 자동차 전장 및 카오디오 업체 하만의 주주총회를 앞두고 들썩이기 시작했다. 2월 초만 해도 1100원대였던 주가는 3월31일 5500원을 찍기도 했다.

아남전자가 하만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제품을 공급하고 있어서다. 아남전자 관계자는 “주문을 받은 제품을 설계한 뒤 아남전자베트남유한회사에서 생산해 수출하고 있다”며 “하만뿐 아니라 일본 D&M, 야마하, NAD 등이 주요 공급처”라고 설명했다.

올해 창립 45주년을 맞은 아남전자는 국내 최초로 컬러 TV를 생산하며 1980년대 삼성전자 LG전자와 어깨를 나란히 한 TV 제조업체였다. 반도체 사업도 주력사업으로 키웠다.

외환위기 여파로 1999년 법정관리를 밟으면서 시련을 겪었다. 반도체 사업은 동부그룹과 미국 앰코테크놀로지에 넘어갔고 2004년에는 TV 생산도 중단했다. 이후 오디오 전문기업으로 다시 태어났지만 실적 회복은 더뎠다. 2014년부터 2년 연속 영업적자를 내다가 지난해 흑자(49억원)로 돌아섰다.

주가 상승에 불을 붙인 건 실적 턴어라운드보다 2월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 확정과 3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신제품 갤럭시S8 판매 등 외부 요인이었다. 갤럭시S8에 하만의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 AKG 기술이 적용됐다는 소식에 하만에 OEM 방식으로 제품을 공급하는 아남전자가 덩달아 뛰었다.

아남전자는 3월31일 주가가 상한가에 근접(28.50%)하자 다음 거래일인 4월3일 “갤럭시S8 출시와 관련해 직간접적으로 연관성이 전혀 없다”고 공시했다. 하만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지만 갤럭시S8과는 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투자자에게 알리자 다음날 주가는 하한가(-30.00%)로 추락했다.

이 회사는 지난달 중순 이후 ‘안철수 관련주’로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1996년 세운 아남정보기술이 아남전자와 관계가 있을 것이란 추측 때문이었다. 이 소문이 퍼진 뒤 지난달 17일부터 4거래일간 주가는 44% 급등했다. 이후 안 후보의 지지율이 주춤하자 다시 2거래일간 10% 넘게 빠졌다. 아남전자는 지난달 24일 “안철수 후보와 전혀 관련이 없다”는 공시를 내야 했다. 이후로도 주가는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김용구 하나투자금융 연구원은 “정치 테마주의 끝은 대체로 좋지 않지만 올해 아남전자의 본격적인 실적 개선이 확인된다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