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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 칼럼] 탄피·붓대·볼펜…기표 변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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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천자 칼럼] 탄피·붓대·볼펜…기표 변천사
    “그땐 총알 껍데기를 많이 썼지. 탄피 엉덩이에 붉은 인주를 묻혀서 말이야. 붓대나 가는 대나무를 잘라서 쓰기도 했고….”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전쟁과 경제성장기를 거치면서 선거 기표 도구도 여러 차례 변했다. M1 총알 탄피는 1980년까지 경기·강원 지역에서 쓰였다.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게 탄피와 대나무였으니 그럴 만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구멍이 크고 확실한 붓대, 탄피 등을 쓰라’고 명시할 정도였다.

    1980년대 초 플라스틱 볼펜이 나온 뒤로는 볼펜 자루가 많이 활용됐다. 전국에서 통일된 기표 도구를 사용한 것은 1985년 12대 총선부터다. 하지만 투표용지를 접을 때 인주가 다른 곳에 묻어 누구를 찍었는지 알 수 없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그래서 1992년 대통령선거부터 동그라미 안에 ‘사람 인(人)’ 자를 넣어 구분했다.

    그것도 잠시. 2년 뒤에는 ‘점 복(卜)’ 자로 바꿨다. ‘인(人)’ 자가 당시 김영삼 대통령의 시옷(ㅅ)을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 때문이었다. ‘복(卜)’ 자는 대칭으로 찍혔을 때 구분하기 쉽다.

    2005년에는 인주를 찍을 필요가 없는 만년기표봉이 등장했다. 붉은 잉크가 내장돼 있어 5000회 이상 찍을 수 있고, 종이를 접어도 묻어나지 않는 순간 건조 기능까지 갖췄다. 개발 업체는 문구 전문기업 모나미. 이번 대선에도 중앙선관위의 경쟁입찰을 통해 공급하고 있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 일본에서는 후보자 이름을 투표용지에 직접 써넣는 ‘자서(自書) 방식’을 택하고 있다. 표기를 잘못하면 무효가 되므로 후보자 이름을 안내문에 적어둔다. 프랑스에서는 후보자 성명이 따로 적힌 용지를 골라 투명 투표함에 넣기만 하면 된다. 후보마다 용지가 달라 기표할 필요가 없다. 우리의 ‘도장 문화’와는 다른 방식이다.

    미국은 주별로 다양하다. 앨라배마 등 많은 주에서는 전통적인 종이투표를 고수하고 있다. 일리노이 등에서는 전자투표와 종이투표 방식을 병행한다. 전자투표기만 쓰는 주도 조지아 등 5곳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전자투표 시스템을 개발했지만 ‘해킹 시비’ 등 보안 문제로 아직 활용하지는 못하고 있다.

    69년간 65회의 선거와 국민투표를 치르면서 탄피가 만년봉으로 바뀐 만큼이나 우리 사회도 엄청나게 변했다. ‘탄피 시절’ 67달러에 불과했던 1인당 국민소득은 2만7561달러로 411배 늘었다. 국내총생산은 14억달러에서 1조4044억달러로 1000배나 증가했다. 그사이에 정치 지도자를 뽑는 국민 의식은 얼마나 성숙했는지 새삼 돌아보게 된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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