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환율·금리…증시여건 볼 때 코스피 연내 3000까지 갈 것"
“본격적인 상승장은 이제 막 시작됐습니다. 연말까지 코스피지수가 3000까지 올라갈 것으로 봅니다.”

신성호 IBK투자증권 사장(사진)은 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업 실적 개선, 환율 안정세, 저금리 추세 등 현 증시 여건을 감안할 때 코스피지수는 오를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 사장은 2014년 8월 IBK투자증권 사장으로 취임하기 전까지 30년 가까이 리서치 분야에서 일해온 ‘베테랑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환율 금리 유가 등 다양한 경제변수를 고려해 시장의 미래를 읽는 ‘증시 고수’로 꼽힌다.

신 사장은 “증시가 어느 한쪽으로 확실하게 방향을 잡고 움직이기 시작하면 통상적인 예측을 크게 뛰어넘을 수 있다”며 “지수 2350, 2400 등과 같은 시장 예상치는 여유 있게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유가증권시장이 6년 동안 계속된 박스권(1800~2200)으로 또다시 주저앉을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면서 1905년부터 2016년까지 다섯 차례 박스권 장세가 벌어진 미국을 예로 들었다. 신 사장은 “미국 역시 각각의 박스권을 벗어나는 데 5~20년가량 걸릴 정도로 조정 기간이 길었다”며 “하지만 경기 회복 등 시장 여건 변화 등에 힘입어 한 번 박스권을 뚫고 올라서자 아예 증시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고 강조했다.

신 사장은 한국 증시가 미국처럼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이란 근거로 한국 기업의 위상 변화를 꼽았다. 그는 “과거에는 투자자들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나 내수시장 상황이 악화되면 한국 증시도 나빠질 것으로 전망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한국 기업 중 상당수가 이미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했고, 이들의 실적은 한국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 상황에 더 많은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 사장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뿐 아니라 중견기업 중에도 해외 매출 비중이 더 높은 곳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며 “한국 주식시장을 전망하려면 글로벌 경제 상황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시장으로 시야를 돌리면 한국 증시를 둘러싼 여건은 더 좋다고 신 사장은 설명했다. 미국 경기는 2014년 이후 고용과 소비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등 개선세가 뚜렷하고,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역시 지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좋아지는 모양새를 갖추고 있어서다. 신 사장은 “미국과 유럽 경기가 좋아지면서 한국 기업들의 수출액도 작년 4분기부터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한국 증시를 쓸어담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바이 코리아’ 현상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신 사장은 “외국인 투자자로선 기업 실적 개선과 안정적인 환율 흐름을 보이고 있는 한국만큼 유망한 시장을 찾기 힘들 것”이라며 “당분간 외국 자본이 몰려올 것”이라고 말했다.

신 사장은 미국 중앙은행(Fed)이 예고한 기준금리 인상도 코스피 상승 흐름을 막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1870년부터 2016년까지 미국 주식시장을 보면 금리가 올라도 기업 이익이 증가하면 주가는 상승했다”며 “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과 실적”이라고 강조했다. 신 사장은 “Fed가 금리를 올려도 0.25%포인트 안팎에 그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유가 기조도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1974년부터 2016년까지 석유시장을 보면 유가가 급락한 뒤 추세적인 상승세를 타기까지 18년 정도 걸렸다”며 “앞으로 유가가 다시 오르려면 비슷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