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식품업체 직원이 지난 2월26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2017 두바이식품박람회’에서 현지 바이어에게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aT 제공
국내 식품업체 직원이 지난 2월26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2017 두바이식품박람회’에서 현지 바이어에게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aT 제공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은 지난해 인도네시아에서 기대 이상의 실적을 거뒀다. 이슬람교의 식음료 규정인 할랄(Halal) 인증을 받으면서 수출길이 열린 뒤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작년 11월에만 인도네시아에서 680만달러어치가 팔렸다. 이는 2015년 한 해 인도네시아 라면 수입액(350만달러)보다 많은 금액이다.

전통식품 제조업체인 참고을은 2014년부터 코셔(Kosher) 인증을 받은 참기름과 들기름을 미국, 호주, 영국 등에 수출하고 있다. 이 덕분에 2013년 30만달러이던 수출액은 2015년 70만달러로 급증했다.

국내 식품업계가 새로운 수출 돌파구로 할랄 시장과 코셔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할랄은 이슬람교, 코셔는 유대교 율법에 따른 식음료 규정을 뜻한다. 진입장벽이 높지만 한 번 인증받으면 수출을 늘리기가 쉬워 도전할 가치가 충분하다는 평가다.

◆‘할랄 불닭볶음면’ 열풍

aT, 할랄·코셔 공략으로 '식품한류' 영토확장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2013년 1조2920억달러 규모였던 할랄 식품시장은 2019년 2조5370억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글로벌 식품시장에서 할랄 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 기간 17.7%에서 21.2%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국내 업체는 민·관 협력을 통해 할랄 시장 개척에 성공하고 있다. 불닭볶음면으로 동남아와 중동 입맛을 사로잡은 삼양식품이 대표적이다. 2015년 307억원에 불과하던 삼양식품의 수출액은 지난해 95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불닭볶음면은 인도네시아 젊은 층을 중심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약 2억6000만명(세계 5위)의 인구를 가진 거대 시장이다. 지난해 라면 132억개를 소비해 세계 라면 소비량의 13.5%를 차지했다.

그간 한국 기업들은 할랄 등 높은 비관세 장벽 탓에 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었다. 인도네시아는 무슬림 인구가 80% 이상으로 할랄 식품 선호도가 높다. 불닭볶음면은 2014년 11월 한국이슬람중앙회로부터 할랄 인증을 받았다. 이는 인도네시아 라면 시장을 뚫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aT 자카르타 지사와 삼양식품은 2015년 9월부터 현지 대학 축제와 연계한 ‘케이푸드(K-Food)’ 행사를 열어 홍보에 나섰다. 그 결과 지방 주요 도시까지 판매점을 확대할 수 있었다.

‘할랄 불닭볶음면 열풍’은 아랍에미리트(UAE)에서도 거세다. 지난해 한국의 대(對)UAE 라면 수출액이 전년 대비 67% 급증했을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UAE에서도 할랄 인증이 수출 확대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다른 중동 국가와도 수출을 협의 중이다.

◆‘코셔 참기름’도 수출

빙그레는 ‘바나나맛 우유’로 할랄 시장 진출에 성공했다. 바나나맛 우유는 2015년 말레이시아에서 처음 할랄 유제품으로 인정받아 수출을 시작했다. 할랄 인증을 받기 위해 2014년부터 aT와 식품의약품안전처, 한국이슬람중앙회 등이 민·관 합동으로 뛰었다.

한 번 수출길이 열린 뒤엔 무서운 성장세를 보였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당초 지난해 5만L를 수입 쿼터로 배정했으나 폭발적 인기에 공급량이 달리자 쿼터를 15만L까지 늘렸다. 바나나맛에 이어 딸기맛과 멜론맛 우유도 준비 중이다.

지난달 18일에는 충남 서천농협이 사상 처음으로 말레이시아에 ‘할랄 인증 쌀’ 13t을 수출했다. 연말까지 말레이시아에 할랄 쌀 200t을 수출할 계획이다.

유대인 소비자를 겨냥한 코셔 참기름, 코셔 들기름도 2014년부터 수출길에 올랐다. 미국, 영국, 호주 등 선진국이 주요 코셔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코셔식품시장 진출 가이드’를 제작해 배포하고 ‘할랄식품표준’을 제정하는 등 할랄·코셔 시장 진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