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주류 '피츠'…'소·맥'산맥 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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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설의 저주' 빠진 롯데주류, 신제품으로 반전 노려
100% 맥아 맥주 '클라우드'
특유의 향…'소맥'에 부적합, 점유율 7%서 3%대로 추락
이달말 신제품 피츠 출시
맥아 함량 줄인 라거 맥주…하이트·카스와 정면 승부
생산능력 3배 늘린 롯데
맥주시장 공급과잉 우려도
100% 맥아 맥주 '클라우드'
특유의 향…'소맥'에 부적합, 점유율 7%서 3%대로 추락
이달말 신제품 피츠 출시
맥아 함량 줄인 라거 맥주…하이트·카스와 정면 승부
생산능력 3배 늘린 롯데
맥주시장 공급과잉 우려도
롯데주류의 맥주 클라우드는 ‘신동빈 맥주’로 불렸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14년 “국내에 맛있는 맥주가 없다”며 만든 야심작이기 때문이다. 출발은 좋았다. ‘물 타지 않은 맥아 100% 맥주’라는 이미지를 내세웠다. 가격은 좀 비쌌지만 높은 도수와 진한 향으로 카스와 하이트가 양분하던 시장을 흔들었다. 출시 1년 만에 시장 점유율 7%대를 넘겼다. 클라우드가 승승장구하자 6000억원을 들여 공장 증설에 나섰다. 10만kL 규모를 생산하는 충주 맥주 1공장 옆에 생산량 20만kL를 갖춘 새 공장을 지었다. 이 공장은 이달 말부터 정식 가동한다.
◆증설의 저주…‘피츠’가 무기 될까
증설의 저주일까. 롯데주류의 ‘프리미엄 전략’은 3년 만에 시들었다. 클라우드는 수입 맥주 공세와 카스, 하이트의 철옹성 같은 영업망을 뚫지 못했다. 가정용 시장에서는 값싸고 맛있는 수입 맥주에 치이고, 업소용 시장에서는 ‘소맥(소주+맥주를 섞은 폭탄주) 문화’에 끼지 못했다. 현재 클라우드의 맥주시장 점유율은 3%대. 한창때의 절반 아래로 뚝 떨어졌다. 롯데주류는 결국 새 공장에서 클라우드가 아니라 ‘피츠 (Fitz) 슈퍼클리어’를 생산키로 했다. 피츠는 맥아 함량과 알코올 도수, 가격까지 모두 카스, 하이트와 비슷한 수준의 맥주다. 맥주 이름은 사내 공모전을 통해 ‘트루거’ ‘한강’ ‘크러쉬’ 등을 후보로 놓고 고민하다가 ‘한국인에게 딱 맞는다’는 뜻의 피츠로 최종 결론 내렸다. 이달 25일께 정식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클라우드 점유율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소맥 시장에서의 실패다. 국내 맥주시장은 가정용과 업소용이 50%씩으로 나뉜다. 클라우드는 특유의 진한 향과 높은 도수(알코올 5%) 때문에 소맥용으로 인기를 끌지 못했다. 롯데주류가 한때 자사의 주류를 유흥업소 등 영업용 시장에 안착시키기 위해 소주 ‘처음처럼’과 맥주 ‘클라우드’를 섞어 마시는 ‘구름처럼’을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카스와 하이트는 맥아 함량 70%에 알코올 도수는 각각 4.5%, 4.3%다. 상대적으로 값이 비싸고 독한 클라우드는 섞어 마시는 ‘소맥’에 적합하지 않다는 게 소비자들의 평가였다. 이보다 더 큰 걸림돌은 경쟁사들의 촘촘한 영업망. 오비맥주의 카스와 하이트진로의 하이트는 둘 다 1990년대 초반 출시된 이후 약 30년간 시장을 장악해온 브랜드다. 업계 관계자는 “홈술과 혼술이 늘었지만 여전히 술 소비는 대규모 회식을 하는 업소에서 가장 많이 이뤄지고 있다”며 “이 시장에서 프리미엄 전략만으로 승부한다는 건 무리”라고 말했다.
◆수입 맥주와도 힘겨운 싸움
피츠는 업소용 주력 제품으로 밀고, 클라우드는 가정용·프리미엄 시장에서 계속 승부를 걸겠다는 것이 롯데주류의 전략이다. 하지만 가정용 시장에선 수입 맥주 점유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현재 국내에 수입되는 맥주는 약 600종. 관세청에 따르면 2012년 수입 맥주 규모는 7359만달러(약 830억원)였지만, 지난해 1억8158만달러(약 2054억원)로 늘어났다. 2조7000억원 정도인 국내 맥주시장의 10% 정도를 수입 맥주가 차지한다. 수입 맥주는 관세청 수입 신고가에 따라 세금을 내기 때문에 국내 맥주 대비 가격 경쟁력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1만원에 수입 맥주 4캔을 판매하던 편의점은 최근 1만원에 6캔까지 가격을 낮췄다.
국내 업체들의 견제도 만만치 않다. 피츠 출시에 약 한 달 앞서 하이트진로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운 발포주 ‘필라이트’를 신제품으로 출시했다. 필라이트는 맥아 함량 67%에 다른 부재료를 사용한 술로, 주세법상 맥주가 아니라 기타주류다. 맛과 향은 맥주와 비슷하고 알코올 도수도 4.5%지만 1캔(355mL)당 출고가가 717원으로 같은 용량의 맥주에 비해 40%가량 싸다. 1만원에 12캔을 살 수 있다는 게 필라이트의 광고 카피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술 소비가 지난 5년간 평균 2% 증가하는 데 그쳤는데 맥주 생산량은 소비량의 1.7배 수준”이라며 “맥주시장이 이미 공급 과잉에 시달리고 있어 두 자릿수 점유율을 목표로 하는 롯데주류의 도전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증설의 저주…‘피츠’가 무기 될까
증설의 저주일까. 롯데주류의 ‘프리미엄 전략’은 3년 만에 시들었다. 클라우드는 수입 맥주 공세와 카스, 하이트의 철옹성 같은 영업망을 뚫지 못했다. 가정용 시장에서는 값싸고 맛있는 수입 맥주에 치이고, 업소용 시장에서는 ‘소맥(소주+맥주를 섞은 폭탄주) 문화’에 끼지 못했다. 현재 클라우드의 맥주시장 점유율은 3%대. 한창때의 절반 아래로 뚝 떨어졌다. 롯데주류는 결국 새 공장에서 클라우드가 아니라 ‘피츠 (Fitz) 슈퍼클리어’를 생산키로 했다. 피츠는 맥아 함량과 알코올 도수, 가격까지 모두 카스, 하이트와 비슷한 수준의 맥주다. 맥주 이름은 사내 공모전을 통해 ‘트루거’ ‘한강’ ‘크러쉬’ 등을 후보로 놓고 고민하다가 ‘한국인에게 딱 맞는다’는 뜻의 피츠로 최종 결론 내렸다. 이달 25일께 정식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클라우드 점유율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소맥 시장에서의 실패다. 국내 맥주시장은 가정용과 업소용이 50%씩으로 나뉜다. 클라우드는 특유의 진한 향과 높은 도수(알코올 5%) 때문에 소맥용으로 인기를 끌지 못했다. 롯데주류가 한때 자사의 주류를 유흥업소 등 영업용 시장에 안착시키기 위해 소주 ‘처음처럼’과 맥주 ‘클라우드’를 섞어 마시는 ‘구름처럼’을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카스와 하이트는 맥아 함량 70%에 알코올 도수는 각각 4.5%, 4.3%다. 상대적으로 값이 비싸고 독한 클라우드는 섞어 마시는 ‘소맥’에 적합하지 않다는 게 소비자들의 평가였다. 이보다 더 큰 걸림돌은 경쟁사들의 촘촘한 영업망. 오비맥주의 카스와 하이트진로의 하이트는 둘 다 1990년대 초반 출시된 이후 약 30년간 시장을 장악해온 브랜드다. 업계 관계자는 “홈술과 혼술이 늘었지만 여전히 술 소비는 대규모 회식을 하는 업소에서 가장 많이 이뤄지고 있다”며 “이 시장에서 프리미엄 전략만으로 승부한다는 건 무리”라고 말했다.
◆수입 맥주와도 힘겨운 싸움
피츠는 업소용 주력 제품으로 밀고, 클라우드는 가정용·프리미엄 시장에서 계속 승부를 걸겠다는 것이 롯데주류의 전략이다. 하지만 가정용 시장에선 수입 맥주 점유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현재 국내에 수입되는 맥주는 약 600종. 관세청에 따르면 2012년 수입 맥주 규모는 7359만달러(약 830억원)였지만, 지난해 1억8158만달러(약 2054억원)로 늘어났다. 2조7000억원 정도인 국내 맥주시장의 10% 정도를 수입 맥주가 차지한다. 수입 맥주는 관세청 수입 신고가에 따라 세금을 내기 때문에 국내 맥주 대비 가격 경쟁력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1만원에 수입 맥주 4캔을 판매하던 편의점은 최근 1만원에 6캔까지 가격을 낮췄다.
국내 업체들의 견제도 만만치 않다. 피츠 출시에 약 한 달 앞서 하이트진로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운 발포주 ‘필라이트’를 신제품으로 출시했다. 필라이트는 맥아 함량 67%에 다른 부재료를 사용한 술로, 주세법상 맥주가 아니라 기타주류다. 맛과 향은 맥주와 비슷하고 알코올 도수도 4.5%지만 1캔(355mL)당 출고가가 717원으로 같은 용량의 맥주에 비해 40%가량 싸다. 1만원에 12캔을 살 수 있다는 게 필라이트의 광고 카피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술 소비가 지난 5년간 평균 2% 증가하는 데 그쳤는데 맥주 생산량은 소비량의 1.7배 수준”이라며 “맥주시장이 이미 공급 과잉에 시달리고 있어 두 자릿수 점유율을 목표로 하는 롯데주류의 도전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