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화가 조반니 벨리니도 1475~1480년 프란치스코가 알베르나 산에서 은둔하면서 기적적으로 성흔(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렸을 때 입은 상처)을 받은 순간을 화폭에 재현했다. 바로 ‘황홀경에 빠진 성 프란치스코’란 제목의 명작이다. 햇빛을 온몸으로 받는 듯한 프란치스코의 모습을 잡아내 영성을 생생하게 조명했다. 손과 발에 성흔을 희미하게 그려 넣었고, 포도나무 울타리 아래로 책상과 슬리퍼를 배치해 복음을 은유했다. 로뎀나무와 당나귀, 양떼 등 평화로운 풍경 아래 황금빛 햇살을 채색해 자연과 인간의 통합도 꾀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