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회 국제현대무용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영국 발레보이즈의 ‘라이프(Life)’.
제36회 국제현대무용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영국 발레보이즈의 ‘라이프(Life)’.
영국 발레보이즈, 이스라엘 키부츠현대무용단 등 세계적인 현대무용단체들이 서울 대학로에서 ‘춤의 향연’을 펼친다. 오는 17일부터 31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과 이음아트센터 등에서 열리는 ‘제36회 국제현대무용제(모다페·MODAFE)’에서다. 올해 축제는 ‘헬로, 마이, 라이프?!(Hello, My, Life?!)’를 주제로 열린다. 총 7개국, 31개 단체의 무용수 186명이 참여한다.

한국현대무용협회가 1982년부터 주최한 모다페는 국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현대무용제다. 국제무용협회 한국본부가 매년 9월 주최하는 서울세계무용축제(시댄스)와 함께 한국의 양대 국제 무용축제로 꼽힌다.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공연이 많다는 평가를 받는다.

남성 무용수 10명으로 구성된 발레보이즈가 올해 모다페의 개막 무대를 연다. 발레보이즈는 영국 로열발레단에서 활동한 마이클 눈과 윌리엄 트레빗이 2000년 설립한 무용단이다. 이들은 ‘래빗(Rabbit)’과 ‘픽션(Fiction)’ 두 작품으로 구성된 ‘라이프(Life)’를 무대에 올린다. ‘래빗’은 토끼 가면을 쓰고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남성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바탕으로 어딘가에 소속되지 않고 살기 위한 분투와 외로움, 그런 역경 속에서 이어지는 삶을 그린다. ‘픽션’은 불만과 좌절, 동정심, 연민 등을 우아하고 슬픈 움직임으로 표현한다.

폐막작으로는 키부츠현대무용단의 ‘하늘의 말들(Horses In The Sky)’이 선정됐다. 모다페 사무국 관계자는 “16명의 무용수와 무대, 조명 등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움직임의 공간, 빈 공간, 쏟아지는 색깔, 융합의 순간, 풍경, 시선 등을 아름답고 강렬하게 보여줄 것”이라고 소개했다.

‘현대무용 불후의 명작’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되는 국내 초청작들도 눈길을 끈다. 창립 20년 이상의 무용단체가 10년 넘게 공연해온 대표작 중에서 모다페 조직위원회가 선정했다. 현대무용가 최청자가 바쁜 샐러리맨을 상징하는 ‘넥타이 부대’와 남성들이 해변에 갔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유머 있게 그린 ‘해변의 남자’를 무대에 올린다. 최청자는 한국에 ‘댄스뮤지컬’이라는 장르를 처음 선보이고 현대무용 작품에 꽹과리나 가야금 등을 처음 사용한 무용인이다.

태극기나 한글 등 한국적 이미지를 모티브로 작품을 기획해온 안무가 이숙재는 신라의 화랑 기파랑의 고결한 신념을 그린 ‘(신)찬기파랑가’를 선보인다. 미국 제이컵스필로무용축제에 한국인 최초로 초청됐던 안무가 전미숙은 ‘가지마세요’에서 떠나려는 자를 위한 비망록을 무대에 펼친다.

신인 안무가들은 17일과 19일 열리는 ‘스파크 플레이스(Spark Place)’에서 기량을 뽐낸다. 최은지의 ‘환상’, 손민의 ‘하룻밤 사이’, 김대현의 ‘여름을 삼키다’ 등이 공연된다. 스파크 플레이스는 Mnet 예능 프로그램 ‘댄싱9’ 우승자로 현대무용 열풍을 불러일으킨 안무가 김설진 등이 거쳐간 현대무용계 등용문이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