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 때보다 높은 열기 속에 19대 대통령선거가 9일 치러졌다. 산불도 궂은 비도 새 대통령을 내 손으로 뽑으려는 유권자의 행렬을 막지 못했다. 인증샷이 허용되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예년보다 훨씬 많은 메시지가 넘쳤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투표’로 올라온 게시물은 44만여개, ‘#투표인증’으로 올라온 인증샷은 23만여개에 달했다. 손바닥에 기표 도장을 찍고 인증샷을 남기거나, 투표소 앞에서 찍은 사진이 많았다. 인증샷의 상당수가 ‘엄지척’, V자, 오케이 사인 등 손가락으로 지지하는 후보의 기호를 만들어 보였다.

○…인증샷 열풍이 투표 무효로 이어지기도 했다. 남양주시, 안양시, 포천시, 양주시 등에서는 투표용지를 촬영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기표소 안에서는 촬영을 금지하며, 이를 위반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린다. 선관위는 해당 사진을 모두 삭제한 뒤 기표한 투표용지를 촬영하면 무효 처리했다.

○…대리 기표 사건도 발생했다. 부산진구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오전 7시10분께 투표소 앞에서 머뭇거리던 80대 할머니에게 70대 노인(남)이 접근, 투표 방법을 설명하면서 기표소까지 동행해 대신 기표했다. 할머니의 항의에 선관위는 해당 투표용지를 무효 처리하고 다시 투표하게 했다.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강릉과 삼척 지역 이재민들도 시름을 잠시 뒤로하고 투표장으로 향했다. 이재민 김순태 씨(81)는 손바닥에 아직 검은 재가 남아 있는 상태로 강릉시 성산면 제1투표소를 찾았다. 김씨의 집에 붙은 불을 끄다 손목을 다친 김진걸 씨(63)도 깁스한 상태로 같은 투표소를 찾았다.

○…전남 신안군 유권자들도 풍랑이 이는 바다를 뚫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하의면 하의농민기념관에서 투표를 마친 김성갑 씨(69)는 “비가 내려 투표 못 할까봐 걱정했다”며 “새 대통령을 뽑는 데 일조했다는 생각에 뿌듯하다”고 말했다. 신안군은 군 행정선 등 총 9척을 동원해 이른 아침부터 섬 유권자 수송에 나섰다.

○…투표권이 없는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유권자도 많았다. 임신 중인 아내, 세 살·네 살배기 자녀와 동행한 회사원 김정수 씨(35)는 “석 달 뒤면 셋째가 태어난다”며 “체감할 수 있는 보육정책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내와 아들, 네 살 손자와 함께 온 최모씨(70)는 “그저 우리 손자들이 살기 편안한 세상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