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황교안→안철수→홍준표…수차례 옮겨다닌 보수 지지층
지역구도는 예전보다 희미해져…文, 대구·경북서 20%대 지지율
60대 이상은 洪후보에 쏠림…20~40대는 文 압도적 지지
○방황 거듭한 보수 표심
과거 대선에서 ‘상수’ 역할을 하던 보수 표심은 이번 대선에선 방황을 거듭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임기를 마치고 지난 1월12일 귀국해 정치 행보에 나서면서 보수층을 흡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양강 구도를 형성했다. 하지만 반 전 총장은 현실 정치의 벽을 넘지 못하고 2월1일 돌연 불출마를 선언했다. 흩어진 보수 표심은 출마설이 나오던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쏠리는 듯했다. 그러나 황 대행마저 불출마를 결정하면서 보수 표심은 표류했다.
민주당 경선 기간엔 안희정 충남지사가 보수층 지지를 받으며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문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큰 격차로 앞서가는 가운데 보수층이 문 후보의 대항마로 안 지사를 선택한 것이다. 안 지사가 경선에서 탈락한 뒤 보수층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로 순식간에 이동했다. 이에 힘입어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양강 구도가 형성됐다. 막판엔 보수층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에게로 집결하면서 보수·진보 간 대결 구도가 다시 부각됐다. ○후보 단일화 없는 다자 구도
역대 대선에서 막판 변수로 떠올랐던 후보 단일화가 없었다. 문 후보가 초반부터 독주에 나서면서 이를 견제하기 위한 ‘반문(반문재인) 연대’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홍 후보와 안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간 중도·보수 단일화를 통해 문 후보에게 맞서는 시나리오였다. 3자 단일화가 여의치 않을 경우 양자 단일화를 추진할 가능성도 있었다. 또 중도·보수 후보 단일화가 성사되면 이에 맞서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문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사퇴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그러나 조기 대선으로 시간이 부족했던 데다 지지층과 이념적 차이 등 세 후보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후보 단일화 논의는 수면 위로 떠오르지 못했다. 바른정당 의원 13명이 선거전 막판 탈당 후 홍 후보 지지를 선언하면서 유 후보가 강한 사퇴 압박을 받았지만 결국 완주했다. ○지역보다 세대 대결
세대 대결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세대 대결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02년과 박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12년에도 나타났지만 이번 대선에서 더욱 두드러졌다는 평가다. 문 후보는 20~40대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반면 60대 이상에선 홍 후보가 앞섰다. 50대는 문 후보와 홍 후보, 안 후보에게 비교적 고른 지지를 보내면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했다.
이에 비해 지역 간 대결 구도는 약해졌다. 문 후보는 호남에서 지지율 1위를 달렸지만 과거 민주당 계열 정당의 후보만큼 80~90%대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지는 못했다. 일정 부분을 안 후보와 나눠 가졌다. 대구·경북에선 홍 후보가 강세를 보였지만 문 후보도 20%대 지지율을 유지했다. 부산·경남에선 문 후보가 마지막 여론조사까지 지지율 1위를 달렸다.
유승호/은정진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