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수백명에 달하는 공공기관장이 대폭 ‘물갈이’될 것으로 보인다. 정권 교체기마다 벌어진 논공행상과 ‘코드 맞추기’ 논란이 재연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가 지정한 공공기관은 모두 332개에 달한다. 공기업 35개, 준정부기관 89개, 기타공공기관 208개다. 이 기관들의 감사와 임원만 합해도 대통령이 실질적으로 임명할 수 있는 자리는 2000여개가 훌쩍 넘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시스템에 의해 능력에 따른 ‘대탕평 인사’를 할 것”이라고 수차례 공언했다.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참여정부 이후 9년 만에 여야 정권 교체가 이뤄진 데다 문재인 캠프가 어느 때보다 규모가 큰 ‘매머드 캠프’였다는 점에서 공공기관 물갈이 유혹을 떨쳐버리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문재인 캠프는 공식 선거대책위원회에 속한 인사만 430여명이었다. 여기에 △60여명으로 구성된 교수 외곽 자문단 ‘10년의 힘’ △600명 규모의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 △180여명 규모의 ‘국방안보포럼’ 등 각종 외곽단체를 포함하면 캠프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인사는 2000여명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챙겨줘야 할 사람이 워낙 많아 ‘전리품(공공기관장 등)’을 놓고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선거 과정에서 ‘적폐청산’을 앞세우며 집권 이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등에 대해 전방위 조사를 벌이겠다고 공약한 것도 공공기관 임원의 대규모 교체로 귀결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탄핵당한 정권이 졸속으로 추진한 ‘알박기’ 인사, 국정농단 세력에 의해 불공정하게 이뤄진 ‘최순실’ 인사는 철저히 검증해 바로잡겠다”고 했다. 공공기관장과 임원 사이에선 “‘살생부’가 존재하는 것 아니냐”는 풍문도 떠돈다.

문재인 정부가 다음달 발표하는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는 물갈이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공기관들은 정권교체 이후 처음 나오는 이번 경영평가가 예년보다 훨씬 박하게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