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첫날인 10일 청와대 관저가 아니라 홍은동 자택에서 머물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3월 서울 삼성동 자택으로 돌아간 뒤 관저는 비어 있지만, 새 대통령이 정해진 뒤에야 벽면 도배 등 시설 보수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2~3일간 관저를 정비하고 이사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국회의사당 중앙홀(로텐더홀)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식은 이례적으로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여야 지도부와 정부 관계자는 물론 일반 시민도 자연스럽게 모여들었다. 격식과 권위를 내려놓은 친근한 모습 때문에 곳곳에서 “정말 대통령이 온 게 맞느냐”는 말까지 나왔다. 지정석을 마련하지 않아 여야 의원들이 자연스럽게 섞여 앉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지지자들과 악수하기 위해 동선을 벗어나 시민에게 다가가는 등 소탈한 모습을 보였다. 지지자들은 휴대폰을 높이 들어 문 대통령의 사진을 찍고 “대통령, 문재인”을 연호하며 박수를 보냈다.

국회의원과 국무위원 등 300여명이 참석한 이날 행사에 문 대통령은 오전 11시50분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국회 중앙홀로 들어왔다.

문 대통령은 정세균 국회의장, 황교안 국무총리 등 5부 요인과 차례로 인사한 뒤 연단 오른쪽에 마련된 자리에 앉았다. 문 대통령은 감색 정장에 푸른색 넥타이를 맸고, 김 여사는 하얀색 바탕에 꽃 모양으로 장식된 재킷과 치마를 입었다.

문 대통령은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을 하고 엄숙한 표정으로 연단에 나왔다. 오른손을 들어 올려 취임선서를 한 뒤 취임사를 읽어 내려갔다.

문 대통령은 “지금 제 두 어깨는 국민 여러분으로부터 부여받은 막중한 소명감으로 무겁고, 제 가슴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뜨겁다”고 밝혔다. 이어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대역사가 시작된다”며 “이 길에 함께해달라”고 요청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