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지 말아라"
오해 살만한 대규모 행사 자제
상의, 회장단 회의 하반기로 연기…삼성, 이재용 부회장 재판 영향 '촉각'
"코드 맞춰라"
사회적 역할 확대 방안 '고심'…파격적인 상생안 나올 수도
“무섭고 불안하죠. 지금까지 공약을 다 지킨 대통령이 없었다는 게 그나마 위안거리라고 해야 하나….”
새 정부 출범과 관련해 한 대기업 임원이 보인 반응이다. “일단 튀지 않도록 하겠다”는 ‘각오’도 덧붙였다. ‘재벌개혁’을 대표 공약 중 하나로 내세운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취임하면서 ‘찍힐’ 일이나 ‘눈 밖에 날 일’은 피하겠다는 얘기다.
재계가 납작 엎드렸다. 문 대통령이 △재벌 불법 경영승계 근절 △대기업 불공정 거래 척결 △법인세 인상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권한 확대 등 기업으로선 부담스러운 공약을 내건 터라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서다.
◆“행사는 나중에…”
재계는 주목받거나 불필요한 오해를 살 만한 큰 행사를 미루거나 자제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조만간 개최할 예정이던 ‘전국상공회의소 회장 회의’를 올 하반기로 미루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권 초기 대규모 행사를 여는 게 부담스럽다는 이유에서다. 새 정부 정책이 구체화된 이후 지역 상공회의소 회장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하는 게 낫다는 판단도 연기 배경이다.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해오던 대통령 당선인과의 간담회 행사도 이번엔 열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조기 대선으로 대통령이 인수위원회를 꾸리지 않고 곧바로 취임했기 때문에 당장 기업인과 만나는 일정을 잡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한국기업연합회로 이름을 바꾸기 위한 임시총회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새 정부 초기에 총회를 열고 정부에 인가 신청을 하기엔 부담이 됐다는 후문이다. 전경련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여파로 정경유착의 고리로 낙인이 찍힌 뒤 간판을 바꾸고 새롭게 출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기념행사를 미루는 곳도 있다. 10일 창립 70주년을 맞은 A그룹은 그룹 차원의 기념행사를 다음달 22일로 미뤘다. 매년 5월12일 ‘자동차의 날’ 기념행사를 열어온 자동차업계도 다음달 15일로 날짜를 연기했다. 행정자치부가 조기 대선을 앞두고 각종 훈포장 등 유공자 포상을 미리 준비하기 어렵다는 뜻을 업계에 내비쳤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 계열사들도 지난 2월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이후 사업상 필요한 활동 이외에 눈에 띄는 대외행사를 열지 않고 있다.
◆‘코드 맞추기’ 비상?
새 정부 출범에 따른 기업들의 고민은 조금씩 다르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노동계 친화적인 정부 정책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등은 경유값 인상 등 에너지 세제 개편 가능성에 관심을 쏟고 있다.
재벌개혁 공약에는 다들 우려가 크다. 대놓고 말하지 못할 뿐이다. 일부 기업은 이날 대관 및 홍보 부서를 중심으로 회의를 하기도 했다. 10대 그룹 임원은 “재벌개혁 관련 공약 이행 가능성과 속도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권 초기 기업을 대상으로 한 ‘군기 잡기’가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나온다. 대기업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년 초에도 공정거래위원회가 4대 그룹을 대상으로 전격적인 공시 위반 조사에 들어간 적이 있다”며 “사정당국의 기업 조사가 많아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첫 시범 케이스에 걸리면 곤란하지 않겠느냐”는 것도 공통된 반응이다.
재계에선 기업마다 당분간 협력사에 대한 납품 단가 인하 요구도 자제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영승계 작업 속도를 늦추는 곳도 많아질 것이란 시각이다. 기업들의 사회공헌 대책이나 대·중소기업 상생경영 방안 등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기업들이 새 정부와 ‘코드’를 맞추기 위한 ‘선물’을 내놓지 않겠냐는 예상이다. 삼성전자 등 일부 기업에서는 파격적인 사회공헌 방안이 나올 수 있다는 소문도 돈다.
중견 건설사 보미건설이 케냐과학기술원(Kenya-AIST) 준공을 앞둔 가운데 공사 과정에서 친환경 설계, 기술 교육 제공 등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실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보미건설은 케냐과학기술원 캠퍼스 건설 현장에서 ESG 경영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고 11일 밝혔다. 한국 KAIST를 벤치마킹한 케냐과학기술원은 한국과 케냐 정부 간 협력으로 진행된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사업이다. 개발도상국의 경제 발전을 지원하는 한국의 공적개발원조(ODA) 형태로 이뤄진다.캠퍼스에는 첨단연구시설과 강의동, 실험실이 조성된다. 향후 케냐를 포함해 아프리카 전역에서 과학 인재를 배출하는 중심지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보미건설은 현지 기후와 지형을 고려해 친환경 설계를 적용했다. 케냐에 최초로 초고성능콘크리트(UHPC)를 도입한 차양 시스템을 시공했다.보미건설은 지역사회를 위해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도 전개하고 있다. 케냐 청소년의 과학기술 교육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학용품을 제공하고, 우물을 만드는 등 교육 환경 개선(사진)에 힘썼다.또 여성 일자리 창출과 재교육을 지원하는 비정부기구에 컴퓨터를 지원했다. 지역에 담수 탱크를 설치하고, 유지·보수 관련 기술 교육과 지원을 병행했다. 김학현 보미건설 대표는 “개도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하는 의미 있는 프로젝트”라며 “앞으로도 혁신적인 ESG 경영 활동을 펼쳐 아프리카 현지에서 K건설 위상을 높여가겠다”고 말했다.안정락 기자
구글에서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에릭 슈밋(사진)이 로켓 스타트업에 CEO로 합류한다. 슈밋은 2001~2011년 구글 CEO를 맡아 회사를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11일 현지 매체에 따르면 슈밋은 로켓 스타트업 ‘랠러티비티 스페이스’에서 CEO직을 맡기로 했다. 랠러티비티 스페이스는 저·중궤도로 2t 이하 소형 화물을 운송하는 로켓을 제작한다. 2016년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의 우주기업 블루오리진과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출신 엔지니어가 공동 설립했다. 스페이스X의 대형 로켓인 팰컨9, 팰컨 헤비에 견줄 수 있는 대형 로켓 ‘테란 R’을 개발 중이다. 첫 발사 목표 시점은 내년이다. 슈밋은 그동안 항공우주·방위 관련 산업에 투자하다가 지난 1월 이 스타트업에도 투자했다.김소현 기자
LX판토스는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돌턴시 물류센터를 1700억원에 인수했다고 11일 밝혔다. 부지 면적이 축구장 43개 크기(30만4769㎡)에 달하는 신축 상온물류센터 두 개 동이다.LX판토스가 인수한 물류센터가 있는 돌턴은 주요 고속도로가 교차하고 애틀랜타 공항과 가까워 물류 창고와 유통업체가 밀집한 내륙 물류 중심지다. 조지아주에는 자동차와 배터리 기업과 협력사 등 한국 기업 140곳이 진출해 있다. LX판토스는 LG전자와 한화큐셀 등 현지 고객사를 중심으로 한국은 물론 글로벌 제조사를 신규 고객으로 유치할 계획이다.김보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