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더지게임 방식으로 대선 테마주 잡았죠"
“두더지게임 방식을 활용해 32개에 달하는 대선 테마주의 주가 급등을 적발했습니다.”

오는 15일 취임 2년을 앞둔 이해선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사진)은 조기에 치러진 ‘장미 대선’에서 테마주 과열을 막는 데 기여한 ‘사이버 얼럿(alert)’ 제도를 두더지게임에 비유했다. 사이버 얼럿은 온라인에서 떠도는 소문으로 주가가 급격히 오르내릴 때 해당 기업에 사실관계의 ‘해명공시’를 요구하는 제도다.

무작위로 튀어나오는 두더지를 망치로 때려 점수를 얻는 두더지게임처럼 풍문으로 주가가 급등하는 기업이 나올 때마다 즉각 해명공시를 요구하는 등 적극 대응했다는 설명이다.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6월 자본시장 건전화와 개인투자자들의 피해 방지를 위해 이 제도를 도입했다. 도입 초기 해명공시를 기업 자율에 맡기다 보니 공시를 한 기업이 한 곳도 없었다. 이 위원장은 “기업 자율로는 해결이 안 되겠다고 판단했다”며 “올 들어 거래소가 직접 해당 기업에 해명공시를 요구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의 발빠른 대처는 앞당겨진 대선 일정과 맞물려 효과를 냈다. 대선 테마주로 묶여 주가가 급등한 32개 종목 중 상당수는 해명공시 후 20% 이상 주가가 하락하는 등 ‘제자리’를 찾았다. 그는 “테마주 자체를 없애는 일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시장 참여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알려 신중한 판단을 하도록 유도했다”고 했다.

한국거래소는 올초 기업들의 내부 통제 체제 구축을 돕기 위한 지원 제도인 ‘컴플라이언스 컨설팅’을 도입했다. 상장 기업의 내부자 정보를 활용한 불공정 거래를 막기 위한 대책의 하나다. 한국거래소는 회계컨설팅 전문업체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와 공동 개발한 표준 모델을 적용했다. 컨설팅을 원하는 기업을 직접 방문해 임직원을 대상으로 내부 통제 관련 컨설팅을 한다. 올해 네 개 기업이 컨설팅을 마쳤고 추가로 10곳의 컨설팅이 예정돼 있다. 지난해 임직원들의 내부 정보를 이용한 주식 매매(손실 회피)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한미약품도 컨설팅을 받기로 돼 있다.

이 위원장은 “내부자 거래로 논란을 빚은 기업들이 컴플라이언스 컨설팅을 받는다면 이미지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올해 안에 50개 기업을 컨설팅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고 말했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