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앱 선탑재 막고 소비자 선택권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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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 생태계 왜곡하는 기본앱 패키지
필요없는 앱 삭제할 권리 주기보다
소비자 스스로 골라 탑재토록 해야
부수현 < 경상대 교수·심리학 >
필요없는 앱 삭제할 권리 주기보다
소비자 스스로 골라 탑재토록 해야
부수현 < 경상대 교수·심리학 >
![[기고] 앱 선탑재 막고 소비자 선택권 강화해야](https://img.hankyung.com/photo/201705/AA.13874365.1.jpg)
국내 스마트폰 OS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구글의 예를 들자면, 단말기 제조사에 안드로이드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대신 구글 검색엔진을 비롯한 일련의 구글 앱 패키지를 기본으로 탑재하게 한다. 하지만 안드로이드가 모두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오픈소스라고 주장하면서 선탑재된 앱의 변용은 막고 있다. 언제나 구글이 주는 대로만 써야 한다. 나아가 구글 앱 패키지와 경쟁할 수 있는 다른 앱은 선탑재하지 못하도록 한다. 따라서 소비자가 구글이 아닌 다른 앱을 원한다면 스마트폰을 구매한 이후에 스스로 내려받아서 사용해야 하는데, 이것은 앱 생태계를 고려할 때 매우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심리학적으로 소비자들은 익숙한 것에 먼저 손이 갈 뿐만 아니라, 이런 익숙함과 편안함이 결국 특정 대상에 대한 선호나 만족 여부를 결정한다. 더 나아가 강력한 유인이 없다면 소비자들은 지금 쓰고 있는 앱을 대체할 만한 다른 대안을 탐색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제한된 합리성의 개념에 따라 소비자들은 기본적으로 설정돼 있는 것을 잘 바꾸지 않는 경향을 보이는데, 그 이유는 단지 귀찮기 때문이다.
선탑재 앱을 둘러싼 문제는 가볍지 않다. 시간이 지날수록 소비자들은 구글과 같은 거대 기업이 제공하는 강제적인 틀 안에서만 활동하게 될 것이고, 결과적으로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모든 정보통신기술(ICT)산업이 구글과 같은 몇몇 거대 기업에 종속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는 국가 차원에서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일례로 러시아는 지난달 17일 구글과 반독점법 최종 합의를 봤다. 790만달러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구글 앱 패키지 사전설치를 강요하지 않고 제3자 검색엔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나라 역시 러시아와 같은 단호함이 필요한 때다.
소비자 권리 보호 방안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016년 9월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소비자들에게 필요하지 않은 앱을 삭제할 수 있는 권리를 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여전히 많은 앱이 소비자 의지와 관계없이 선탑재될 뿐만 아니라 실제로 얼마나 많은 소비자가 불필요한 앱을 적극적으로 삭제할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이런 예측의 근거는 ‘손실-혐오’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앱을 삭제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그것을 삭제했을 때의 손실에 초점을 두고, 그런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진다. 따라서 어떤 앱이 당장에 손실을 입히거나 가시적인 위험이 되지 않는 한 소비자들은 자신에게 ‘불필요한 앱’이라고 판단될지라도 일단 가지고 있으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선탑재된 앱을 삭제할 권리를 주는 것보다 사전에 소비자가 필요한 앱을 자유롭게 골라서 탑재할 수 있는 제도나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
부수현 < 경상대 교수·심리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