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프론티어] '개량신약 개발' 집념 통했다…대원제약, 일본 역수출로 퀀텀점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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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경영의 힘
개량신약 개발에 역량 집중
진해거담제·위염치료제 등
연 매출 100억 제품 잇따라
경쟁력의 원천은 인재
직원 직무교육 대폭 강화
임직원 복지 투자도 늘려
개량신약 개발에 역량 집중
진해거담제·위염치료제 등
연 매출 100억 제품 잇따라
경쟁력의 원천은 인재
직원 직무교육 대폭 강화
임직원 복지 투자도 늘려
2년 전 일본 제약기업 후지케미칼의 고위임원과 관계자들이 서울 용답동에 있는 대원제약 본사를 찾았다. 이 회사가 개발한 혈액투석지연제 ‘레나메진캡슐’을 일본으로 수입하는 계약을 맺기 위해서였다. 신장 질환 환자에게 쓰이는 혈액투석지연제는 원래 일본 제품을 100% 수입했다. 그러던 것을 대원제약이 8년에 걸친 연구개발(R&D) 끝에 국산화에 성공, 일본에 역수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제약 선진국인 일본 기업이 한국산 의약품을 역수입하는 흔치 않은 일이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일본도 반한 개량신약 기술
레나메진캡슐의 원조약은 일본에서 개발됐다. 만성 신부전증 환자의 요독증 증상을 개선해 투석 시기 등을 늦춰주는 의약품이다. 모래알처럼 생긴 까만 가루약인 데다 한번에 먹어야 하는 양이 많아 복용하기가 불편한 게 단점으로 꼽혔다. 대원제약은 먹기 쉬운 캡슐형 약으로 개발했다. 이 과정에서 4개의 특허 기술도 확보했다. 후지케미칼은 레나메진캡슐을 일본에 판매하기 위한 절차를 준비 중이다.
레나메진캡슐은 개량신약이다. 원조약을 단순 복제한 것이 아니라 약효를 강화하거나 복용 횟수, 방법 등을 개선한 개량신약은 신약보다 개발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하지만 1~2년이면 시중에 내놓을 수 있는 일반 복제약(제네릭)에 비해서는 개발이 훨씬 까다롭다. 약효와 안전성 등을 검증하는 임상시험을 별도로 거쳐야 하기 때문에 개발부터 허가를 받기까지 꼬박 5년 가까이 걸린다. 독자적인 기술 없이는 개량신약 개발이 쉽지 않은 이유다.
이 회사는 개량신약 분야에서 독보적이다. 지금까지 시장에 내놓은 개량신약은 10여종에 이른다. 진해거담제 코대원포르테시럽, 위염치료제 오티렌F정 등은 연 매출이 100억원을 넘는다. 백승열 부회장은 “최근 5년 내 발매한 신제품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며 “지속적인 R&D 투자를 통해 새로운 형태의 의약품을 내놓는 전략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15년 새 8배 폭풍 성장
1958년 설립된 대원제약은 항생제 진통제 등을 병원에 납품하던 중소 제약사였다.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올라선 것은 형제인 백승호 회장(61)과 백승열 부회장(58)이 나란히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다. 백 회장은 1982년, 백 부회장은 1985년 입사해 창업자이자 부친인 고(故) 백부현 회장에게서 경영수업을 받았고 1997년 나란히 공동 대표에 올랐다. 미국 남가주대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은 백 회장은 경영 전반을, 서울대 농생물학 박사 학위를 딴 백 부회장은 R&D를 맡아 회사를 이끌었다.
2001년 신약 개발에 뛰어들어 7년 만에 국산 12호 신약인 소염진통제 펠루비정을 개발해냈다. 백 회장과 백 부회장은 신약 개발 성과에도 불구하고 사업 방향을 확 틀었다. 시간과 돈이 많이 드는 신약보다 원조약을 뛰어넘는 개량신약을 제조하는 게 승산이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신약 개발 과정에서 쌓은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도 컸다. 2009년 중앙연구소를 강화하고 개량신약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2012년에는 200억원을 들여 서울 군자동에 R&D센터를 마련했다.
성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2013년 위염치료제 등 5종의 개량신약을 한꺼번에 내놨다. 이후 해마다 1~2종의 개량신약을 꾸준히 내고 있다. 이 덕분에 2001년 300억원대에 머물던 매출은 지난해 2407억원으로 15년 만에 8배로 늘었다.
독보적인 시럽제 기술력
이 회사는 시럽제 분야에서 히트작을 잇따라 내고 있다. 올해 200억원 매출을 바라보는 코대원포르테시럽은 이 회사 간판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코대원포르테시럽은 대용량 병포장이던 원조약이 휴대와 복용에 불편했던 단점을 파우치 형태의 소포장 제품으로 개선한 개량신약이다. 이 과정에서 쌓은 시럽제 제조기술은 이 회사의 경쟁력이 되고 있다. 이 기술을 적용한 짜먹는 감기약 콜대원, 파우치 형태의 위장약 트리겔 등이 잇따라 인기를 끌었다. 백 부회장은 “복용하기 편리한 시럽제와 현탁액제를 생산하는 기술은 국내 최고 수준”이라며 “먹기 불편한 의약품을 복용하기 편리한 시럽제 형태로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원제약은 시럽제 의약품 등을 내세워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설 계획이다. 하반기에 8만㎡ 규모로 착공하는 충북 진천공장에는 글로벌 생산 기준에 부합하는 시럽제 전용 생산라인을 설치하기로 했다. 백 부회장은 “2~3년 내에 공장이 완공되면 시럽제와 현탁액제 제조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이 전부다”
대원제약은 사람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회사의 성장과 경쟁력은 우수 인재에 달렸다는 경영 철학 때문이다. ‘사람에 대한 투자가 곧 사업에 대한 투자’라는 창업자의 경영철학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 백 회장은 평소 “기업 경쟁력은 사람에게서 나온다”고 강조한다.
이런 소신 때문에 직원들의 직무 교육에 철저하다. 국내 제약업계에서는 이례적으로 신입사원에게 6주에 걸친 강도 높은 실무교육을 시행한다. 모든 직원은 사이버교육 등을 통해 직무와 직급에 따라 정해진 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인문학, 외국어, 전문기술 등을 공부하는 동호회도 지원해준다. 직무와 관련해 자기계발이 필요한 경우 대학원 학자금을 전액 지원해준다. 2005년부터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 사내근로복지기금에도 지난해까지 총 80억원을 출연했다. 임직원에게 자녀학자금, 주택자금대출, 복리후생비 등을 지원해준다. 본사와 경기 향남공장에는 직원 휴게공간과 체력단련실을 운영하고 있다.
글로벌 진출 본격화
대원제약은 1994년부터 의약품 수출을 시작해 40여개국에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펠루비정 등 신약과 개량신약의 인허가 절차를 진행 중이다. 백 부회장은 “중국은 급속한 고령화와 환경오염 등으로 진통제, 호흡기, 항암 관련 의약품 전망이 밝다”며 “중국을 시작으로 글로벌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의료기기 해외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베트남 호찌민에 설립한 현지법인을 거점으로 자회사 딜라이트의 보청기 등 의료기기 사업과 의약품 사업을 동남아 지역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신약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고지혈증 신약(DW-10558)의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백 부회장은 “다국적 제약사와 경쟁하기에는 아직은 역부족이지만 차근히 실력을 쌓아가면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국산 신약 등을 내세워 해외 시장에 적극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
일본도 반한 개량신약 기술
레나메진캡슐의 원조약은 일본에서 개발됐다. 만성 신부전증 환자의 요독증 증상을 개선해 투석 시기 등을 늦춰주는 의약품이다. 모래알처럼 생긴 까만 가루약인 데다 한번에 먹어야 하는 양이 많아 복용하기가 불편한 게 단점으로 꼽혔다. 대원제약은 먹기 쉬운 캡슐형 약으로 개발했다. 이 과정에서 4개의 특허 기술도 확보했다. 후지케미칼은 레나메진캡슐을 일본에 판매하기 위한 절차를 준비 중이다.
레나메진캡슐은 개량신약이다. 원조약을 단순 복제한 것이 아니라 약효를 강화하거나 복용 횟수, 방법 등을 개선한 개량신약은 신약보다 개발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하지만 1~2년이면 시중에 내놓을 수 있는 일반 복제약(제네릭)에 비해서는 개발이 훨씬 까다롭다. 약효와 안전성 등을 검증하는 임상시험을 별도로 거쳐야 하기 때문에 개발부터 허가를 받기까지 꼬박 5년 가까이 걸린다. 독자적인 기술 없이는 개량신약 개발이 쉽지 않은 이유다.
이 회사는 개량신약 분야에서 독보적이다. 지금까지 시장에 내놓은 개량신약은 10여종에 이른다. 진해거담제 코대원포르테시럽, 위염치료제 오티렌F정 등은 연 매출이 100억원을 넘는다. 백승열 부회장은 “최근 5년 내 발매한 신제품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며 “지속적인 R&D 투자를 통해 새로운 형태의 의약품을 내놓는 전략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15년 새 8배 폭풍 성장
1958년 설립된 대원제약은 항생제 진통제 등을 병원에 납품하던 중소 제약사였다.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올라선 것은 형제인 백승호 회장(61)과 백승열 부회장(58)이 나란히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다. 백 회장은 1982년, 백 부회장은 1985년 입사해 창업자이자 부친인 고(故) 백부현 회장에게서 경영수업을 받았고 1997년 나란히 공동 대표에 올랐다. 미국 남가주대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은 백 회장은 경영 전반을, 서울대 농생물학 박사 학위를 딴 백 부회장은 R&D를 맡아 회사를 이끌었다.
2001년 신약 개발에 뛰어들어 7년 만에 국산 12호 신약인 소염진통제 펠루비정을 개발해냈다. 백 회장과 백 부회장은 신약 개발 성과에도 불구하고 사업 방향을 확 틀었다. 시간과 돈이 많이 드는 신약보다 원조약을 뛰어넘는 개량신약을 제조하는 게 승산이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신약 개발 과정에서 쌓은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도 컸다. 2009년 중앙연구소를 강화하고 개량신약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2012년에는 200억원을 들여 서울 군자동에 R&D센터를 마련했다.
성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2013년 위염치료제 등 5종의 개량신약을 한꺼번에 내놨다. 이후 해마다 1~2종의 개량신약을 꾸준히 내고 있다. 이 덕분에 2001년 300억원대에 머물던 매출은 지난해 2407억원으로 15년 만에 8배로 늘었다.
독보적인 시럽제 기술력
이 회사는 시럽제 분야에서 히트작을 잇따라 내고 있다. 올해 200억원 매출을 바라보는 코대원포르테시럽은 이 회사 간판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코대원포르테시럽은 대용량 병포장이던 원조약이 휴대와 복용에 불편했던 단점을 파우치 형태의 소포장 제품으로 개선한 개량신약이다. 이 과정에서 쌓은 시럽제 제조기술은 이 회사의 경쟁력이 되고 있다. 이 기술을 적용한 짜먹는 감기약 콜대원, 파우치 형태의 위장약 트리겔 등이 잇따라 인기를 끌었다. 백 부회장은 “복용하기 편리한 시럽제와 현탁액제를 생산하는 기술은 국내 최고 수준”이라며 “먹기 불편한 의약품을 복용하기 편리한 시럽제 형태로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원제약은 시럽제 의약품 등을 내세워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설 계획이다. 하반기에 8만㎡ 규모로 착공하는 충북 진천공장에는 글로벌 생산 기준에 부합하는 시럽제 전용 생산라인을 설치하기로 했다. 백 부회장은 “2~3년 내에 공장이 완공되면 시럽제와 현탁액제 제조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이 전부다”
대원제약은 사람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회사의 성장과 경쟁력은 우수 인재에 달렸다는 경영 철학 때문이다. ‘사람에 대한 투자가 곧 사업에 대한 투자’라는 창업자의 경영철학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 백 회장은 평소 “기업 경쟁력은 사람에게서 나온다”고 강조한다.
이런 소신 때문에 직원들의 직무 교육에 철저하다. 국내 제약업계에서는 이례적으로 신입사원에게 6주에 걸친 강도 높은 실무교육을 시행한다. 모든 직원은 사이버교육 등을 통해 직무와 직급에 따라 정해진 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인문학, 외국어, 전문기술 등을 공부하는 동호회도 지원해준다. 직무와 관련해 자기계발이 필요한 경우 대학원 학자금을 전액 지원해준다. 2005년부터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 사내근로복지기금에도 지난해까지 총 80억원을 출연했다. 임직원에게 자녀학자금, 주택자금대출, 복리후생비 등을 지원해준다. 본사와 경기 향남공장에는 직원 휴게공간과 체력단련실을 운영하고 있다.
글로벌 진출 본격화
대원제약은 1994년부터 의약품 수출을 시작해 40여개국에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펠루비정 등 신약과 개량신약의 인허가 절차를 진행 중이다. 백 부회장은 “중국은 급속한 고령화와 환경오염 등으로 진통제, 호흡기, 항암 관련 의약품 전망이 밝다”며 “중국을 시작으로 글로벌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의료기기 해외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베트남 호찌민에 설립한 현지법인을 거점으로 자회사 딜라이트의 보청기 등 의료기기 사업과 의약품 사업을 동남아 지역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신약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고지혈증 신약(DW-10558)의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백 부회장은 “다국적 제약사와 경쟁하기에는 아직은 역부족이지만 차근히 실력을 쌓아가면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국산 신약 등을 내세워 해외 시장에 적극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