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 ATC협회장은 “회원사들이 보유한 기술의 융합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신기술 개발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이철 ATC협회장은 “회원사들이 보유한 기술의 융합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신기술 개발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기존 기술에 정보통신기술(ICT) 인공지능 등 융·복합 기술을 결합해 혁신기술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업체마다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우수기술연구센터(ATC)협회 회원사들은 융·복합 기술을 개발하는 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런 시너지를 내서 글로벌 시장에서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ATC협회를 이끌어가겠습니다.”

작년 7월 ATC협회장에 선임된 이철 에이스기계 대표(57)는 “연구개발(R&D)은 대학, 연구소가 아니라 ‘기업 현장’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이런 면에서 기업이 원하는 것을 지원하는 ATC 연구개발 과제는 가장 바람직한 모델”이라고 말했다. 협회는 ATC 과제를 수행한 업체들의 기술교류와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2003년 출범한 단체다. 251개 기업이 회원사로 가입해 있다. 여기엔 ‘3차원 납도포 검사기’ 등을 제조하는 고영테크놀러지 등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 28개나 있다.

이 회장은 마이스터고 출신이다. 부산기계공고를 졸업했다. 해병대 제대 후 인쇄기계 수입 업체에서 6년간 일한 뒤 창업했다. 경기 부천에서 1993년 에이스기계를 설립했고 24년째 기계제작 외길을 걷고 있다. 에이스기계는 시간당 7만여장의 종이상자를 자동 생산할 수 있는 고속설비인 ‘포장박스 자동접착기’를 제조해 미국 등 40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지난 4월 중순 창업 강국 이스라엘과 영국을 다녀오셨죠.

“이스라엘은 첨단기술 기반의 창업 국가임을 직접 확인했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혁신기업 창업이 활발하고 이들에 대한 창업투자도 적극적으로 이뤄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인구 및 국내총생산(GDP) 등 국가 규모 대비 연구인력, 연구개발 투자 등이 세계 최상위권입니다. 글로벌 벤처캐피털의 투자가 줄고 있는데도 이스라엘 창업기업에 대한 투자는 계속 증가해 세계 창업 투자의 3.5%를 유치하고 있습니다. 국민 1인당 정보기술(IT)기업 창업 수 세계 1위 등 창업 국가로서의 명성을 획득했죠. 구글 IBM 애플 삼성 등 270여개의 글로벌 기업이 이스라엘의 우수인력 활용을 위해 이 나라에 R&D센터를 설립했을 정도입니다. 적극적인 국제협력으로 좁은 내수시장 및 제조기반의 취약점을 극복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강점 분야는 로봇, 인공지능, 빅데이터, 무인항공기 등이며 특히 방산 등 첨단산업분야에서의 기술력이 뛰어납니다.”

▷영국은 어떻습니까.

“런던시에 2011년 85개에 불과하던 벤처기업 수가 작년엔 2만3000개로 늘었습니다. 당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주도로 테크시티(Tech City)를 구축해 핀테크, 스마트시티, 에듀테크 등을 성장시켜온 덕분입니다. 영국은 유럽 최고의 ICT시장(연간 700억파운드 규모)입니다. 지난해 핀테크분야에만 10조원 이상 투자를 했고 유럽 주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의 50% 이상을 영국이 배출하고 있다고 합니다. 영국은 이스라엘, 미국, 유럽 등지에서 다양한 창업기업과 중견기업을 유치해 벤처기업 생태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강점 분야는 자율주행자동차, 반도체, 신재생에너지, 핀테크, 바이오·의료 등입니다.”

▷이스라엘과 영국의 첨단기술 선도전략은 ATC협회 회원사들이 참고할 점이 있는 듯합니다. ATC협회에 대해 소개해주시죠.

“협회의 설립 목적은 ATC지정 기업 간 정보교류와 기술혁신을 촉진하는 것입니다. 기업 발전과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 ATC 기업 간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이죠.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사단법인으로 설립됐고 제가 6대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주요 사업은 기술교류 정책개발 등입니다. 아울러 회원서비스 차원에서 과제수행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회원사의 업종은 제조업에서부터 첨단 IT, BT(바이오기술)까지 다양하게 구성돼 있습니다. ATC사업 지원 시 지원자격은 중소 중견기업으로서 세계 일류 수준의 기술개발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입니다. 구체적으론 산업부가 선정한 세계 일류상품 생산기업이거나 해당품목 세계시장 점유율 10위 이내 또는 달성 가능성이 있는 기업입니다. 열심히 연구개발(매출의 3% 이상 R&D투자)해 수출(매출의 10% 이상 수출)하는 기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세계 선두권에 도전하는 기업이죠.”

▷정부의 ATC 지원내용은 무엇이고, 다른 지원책과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5년 이내 기간 중 정부출연금 5억원 내외(글로벌 융합 ATC사업은 연간 7억원 이내)를 지원합니다. 다른 지원책과의 차이점은 연구용역 과제 범위에 특별한 제한이 없습니다. 대부분의 정부 지원책은 톱다운 방식으로 위에서 정해진 과제에 응모해 지원여부가 결정되지만 ATC과제는 기업이 원하는 것을 개발하도록 합니다. 보텀업(bottom-up) 방식입니다. 이는 굉장히 중요한 차이를 낳습니다. 시장의 흐름은 공공기관이나 연구소, 대학보다 기업이 잘 압니다. 기업은 사활을 걸고 미래트렌드를 조사하고 연구개발합니다. 시장이 원하는 것,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것만 개발합니다. 그런 면에서 보텀업방식은 굉장히 유용합니다.”

▷ATC협회 회원사 중에는 첨단산업 종사자가 많은데.

“네, 맞습니다. ATC협회 회원사는 전통적인 기술분야에서부터 첨단의 IT, BT까지 망라하는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회원으로 등록돼 있습니다. 이 중 첨단 산업분야의 비율은 대략 30% 수준입니다. 산업분류표에 따라서 세분화해보면 기계·소재가 29.1%, 전기·전자 27.5%, 정보통신 15.1%, 화학 11.1%, 바이오·의료 8.4%, 지식서비스 4.4%, 세라믹 3.2%, 에너지·자원 1.2% 등입니다. 회원사들이 보유한 기술의 융합을 통해 4차산업혁명을 주도할 신기술 개발에 나서겠습니다.”

▷앞으로 협회 발전을 위해 어떤 면에 주력하실 생각이신지요.

“여러 가지 사업이 많지만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회원사 지원을 강화할 생각입니다. ATC협회와 KOTRA의 업무협약을 통해 ‘프리(Pre)월드챔프사업(기업 맞춤형 해외마케팅 지원사업)’을 연계 지원할 예정입니다. 해외시장 진출 지원을 위해 독일 KIST 유럽연구소 내에 ‘글로벌 허브랩’을 더 활성화할 생각입니다. 무엇보다 동종 및 이업종 간 상생 및 융합을 위한 회원사 간 네트워크를 강화할 생각입니다. 이를 위해 회원사 간 교류와 협업 기반 구축을 위한 ‘ATC협회 페스티벌’을 최초로 열 생각입니다. 5월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간 열리는 이 행사는 전체 회원사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을 전시해 교류할 수 있는 분야를 파악하고 융합사업을 찾아내는 멋진 행사입니다. 회원사들이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회원사 및 협회의 위상을 제고하는 홍보 업무를 강화할 생각입니다. 아울러 코이카(KOICA) 등과 연계해 회원사의 해외 진출 시 해당 국가에서의 조기 정착을 위한 대외협력사업에도 힘쓸 생각입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