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헬스케어, 혈액 대변 등의 미생물로 질병 진단...내년 서비스 출시
“코끼리는 풀만 먹는데 어떻게 근육질일까요. 바로 장에 있는 미생물들이 탄수화물을 단백질로 바꿔주기 때문이죠. 코끼리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는 몸속 미생물들과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으며 공생합니다. 이들을 분석해야 우리 몸 상태를 제대로 알 수 있지 않겠습니까.”

최근 서울 상암동 본사에서 만난 김윤근 MD헬스케어 대표는 집무실 벽에 걸린 화이트보드에 그림을 그려가며 열변을 토했다. 과거의 질병은 주로 급성 전염병이 대부분이었지만 현대에는 암, 대사질환, 심혈관질환 등 만성 염증질환이 많기 때문에 병이 생기는 ‘환경’을 분석해야 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환경을 알 수 있는 열쇠로 몸 안의 미생물들이 인간 세포와의 정보교환을 위해 분비하는 나노소포를 꼽았다. 이 안에는 질병을 포함해 우리 몸의 변화를 읽을 수 있는 정보들이 담겨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MD헬스케어는 내년까지 일반인을 대상으로 혈액, 소변, 대변 등에 있는 나노소포를 분석해 건강을 진단하는 서비스를 출시한다. 올 하반기까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3등급 의료기기 인허가 신청을 할 계획이다. 지금껏 연구자나 연구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나노소포를 분석해주는 서비스는 있었지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건 처음이다. 김 대표는 “이대목동병원, 서울대병원 등에서 1만명 이상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결과, 위암 대장암 폐암 간암 등 9개 암에 대해 90%에 가까운 진단 정확도를 확보했다”며 “만성폐쇄성폐질환, 심근경색 등 다른 질병에 대해서도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MD헬스케어, 혈액 대변 등의 미생물로 질병 진단...내년 서비스 출시
우리 몸 안의 미생물에 대해서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됐지만 그들이 만들어내는 나노소포에 초점이 맞춰진 연구는 많지 않았다.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이던 김 대표는 2006년 포항공대로 적을 옮기고 나서 10년 가까이 나노소포로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제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연구했다. MD헬스케어는 혈액, 대소변 등의 시료에서 나노소포를 추출하고 분석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김 대표는 “체세포에서 유래된 나노소포를 활용한 체외진단 제품 시장은 있지만 미생물에서 유래된 나노소포를 활용한 체외진단 제품 시장은 아직 없다”고 설명했다.

미생물에서 유래한 나노소포를 활용한 치료제 개발도 장기 목표 중 하나다. 알레르기, 비만, 당뇨 등을 앓는 환자의 몸 속에서 미생물이 뿜어내는 나노소포를 분석한 뒤 원인이 되는 나노소포를 찾아내 정상 수준으로 맞춰주는 방식이다. 김 대표는 “나노소포 중 염증 유발과 비만, 당뇨 등과 관련성 있는 것들이 있다”며 “이것을 활용하면 항염증 체료제, 항비만 치료제, 항당뇨 치료제로 쓰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식품 개발에도 나선다. MD헬스케어는 이달 중에 식품을 전담하는 자회사를 세울 예정이다. 강원 홍천에 짓고 있는 공장이 9월께 완공되면 곧바로 김치와 장류 생산에 들어간다. 김 대표는 “발효식품에서 얻은 유익균들의 나노소포를 활용해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은 물론 건강에 좋고 맛도 좋은 식품도 만들겠다”고 말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