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남 검찰총장(왼쪽)이 11일 사의를 밝힌 뒤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를 나서고 있다. 대검은 당분간 김주현 대검차장 중심으로 운영하고 김 총장의 사표가 수리되면 퇴임식을 열 예정이다. 연합뉴스
김수남 검찰총장(왼쪽)이 11일 사의를 밝힌 뒤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를 나서고 있다. 대검은 당분간 김주현 대검차장 중심으로 운영하고 김 총장의 사표가 수리되면 퇴임식을 열 예정이다. 연합뉴스
김수남 검찰총장이 11일 전격적으로 사의를 밝혔다. 검찰총장 임기제가 도입된 1988년 이후 정부가 바뀌면서 중도 사퇴한 첫 사례다. 김 총장은 며칠 전까지만 해도 선거사범 엄단 의지를 밝히는 등 임기 완주에 의욕을 보여 왔다. 고강도 검찰 개혁을 주장해 온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민정수석 발탁이 중도 퇴진을 불렀다는 관측은 그래서 나온다. 조국발(發) 검찰 개혁의 태풍이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임기 7개월 남기고 전격 사의

김 총장은 이날 대검찰청을 통해 “이제 검찰총장직을 내려놓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임명권자인 대통령에 대한 수사여서 인간적인 고뇌가 컸다”며 “구속영장이 집행됐을 때 검찰총장직을 그만둘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이 청구됐을 때부터 사퇴를 생각했다는 설명이다.

김 총장은 “이제 박 전 대통령 관련 수사도 마무리됐고 대선도 무사히 종료돼 새 대통령이 취임했기 때문에 소임을 어느 정도 마쳤다고 생각해 사의를 밝힌다”고 했다. 사의 표명 직후 청와대 참모들로부터 보고를 받은 문재인 대통령은 ‘알았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총장 임기는 2년이다. 김 총장 임기는 올 12월1일까지로 7개월 남아 있다. 사표가 수리되면 김 총장은 임기제가 도입된 1988년 이후 중도 하차한 13번째 검찰총장이 된다. 정부 출범 직후 법무부 장관으로 승진한 경우를 제외하고 첫 중도 하차다.

◆“조국 민정수석의 거친 압박에 퇴진”

임기제가 도입되면서 정권 교체에 따라 검찰총장이 하차하는 일은 사라졌다. 그래서 검찰 안팎에선 조 수석의 기자간담회 발언을 전격 사퇴 배경으로 꼽고 있다. 조 수석은 “한국의 검찰은 기소권, 수사권, 영장 청구권까지 독점하는 등 강력한 권한을 갖고 있는데 그런 권력을 제대로 엄정하게 사용했는지 국민적인 의문이 있다”며 검찰을 압박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도 검찰이 제대로 권력을 사용했다면 초기에 예방했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이 이날 조 수석 등 신임 참모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나눈 대화도 이 같은 해석에 무게를 더한다. 문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특검 수사가 기간 연장이 되지 못한 채 검찰 수사로 넘어간 부분을 국민이 걱정하고, 검찰에서 좀 제대로 수사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검 관계자는 “어떤 압력도 없었다”며 “민정수석과 관련된 추정은 억측”이라고 말했다. 서울 주재의 한 부장검사는 “김 총장의 사의 표명은 문 대통령이 검찰을 개혁하는 데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결단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검찰총장 사퇴로 이철성 경찰청장의 거취도 주목받고 있다. 내년 8월까지 임기가 남은 이 청장은 이날 “사의를 표명할 의사가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 설치 등 검찰 개혁 급물살

이래저래 조국발 검찰 개혁 태풍이 불 것이란 분석이다. ‘적폐 청산’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는 선거과정에서 검찰을 핵심 개혁 대상으로 지목했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 등의 이슈가 부상할 전망이다. 공수처 신설에 대해 조 수석은 이날 “문 대통령 공약이고 저도 소신이 있다”고 했다. 또 “공수처는 검찰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검찰을 살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정수석의 권한에 대해서는 “민정수석은 검찰 수사를 지휘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검찰 인사 폭도 커질 것이란 분석이다. 신임 검찰총장이 임명되면 고등검사장, 검사장 등 고위간부 인사, 차장·부장검사급 인사가 연이어 단행된다.

김주완/이현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