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당 쇄신해야" vs 정우택 "대선 지고 도전하나"…불붙는 한국당 '당권 경쟁'
이르면 6월 자유한국당 당 대표 선출을 앞두고 유력 후보들이 벌써부터 서로 견제하며 신경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한국당은 대선에서 패해 집권 여당 자리를 빼앗겼지만 원내 2당이자 제1야당 지위를 유지하고 있어 당권 경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내에선 대선후보로 나선 홍준표 전 경남지사와 정우택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원유철·이주영·나경원·정진석·홍문종 의원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후보들 간 물밑 경쟁은 벌써 시작된 분위기다. 정 권한대행은 1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홍 전 지사의 거취와 관련해 “지금 막 대선에서 떨어졌는데 당권에 도전하겠다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며 “홍 전 지사는 도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권한대행이 당권 도전 가능성이 점쳐지는 홍 전 지사를 견제하고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홍 전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이번 선거를 통해 복원된 한국당을 더욱 쇄신하고 혁신해야 한다”며 정치적 역할을 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홍 전 지사는 전날에도 페이스북에 “이번 대선을 끝이 아닌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겠다”는 글을 올려 전면에 나설 뜻을 내비쳤다.

두 사람은 홍 전 지사가 대선 직전 결정한 바른정당 탈당파의 복당을 놓고도 대립하고 있다. 정 권한대행은 “(탈당파) 복당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상당수 있다”며 재논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이에 홍 전 지사는 “당권에 눈이 멀어 한국당을 분열시키는 어떠한 행동도 옳지 않다”고 각을 세웠다.

당권 경쟁 과정에서 탈당파 복당과 친박 핵심 의원들의 징계 해제 등을 놓고 친박(친박근혜)·비박(비박근혜) 간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홍 전 지사는 12일 미국으로 출국해 한 달 정도 머문 뒤 귀국할 예정이다.

친박계 4선인 홍문종 의원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권에 도전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여러 가지를 고려해 결정하겠다”며 출마 의사를 드러냈다. 한국당은 이르면 6월, 늦어도 7월 전당대회를 열고 당 대표를 선출할 계획이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