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11일 열린 ‘한경-대형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좌담회’ 참석자들이 새 정부 출범과 코스피지수의 박스권 탈출 등 달라진 환경 변화에 맞는 투자전략 등을 주제로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서영호 KB증권,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구용욱 미래에셋대우,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11일 열린 ‘한경-대형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좌담회’ 참석자들이 새 정부 출범과 코스피지수의 박스권 탈출 등 달라진 환경 변화에 맞는 투자전략 등을 주제로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서영호 KB증권,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구용욱 미래에셋대우,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기업 실적이 계속 좋아질 전망인 데다 새 정부에 거는 기대도 큽니다. 코스피지수를 사상 최고치까지 밀어올린 원동력이죠. 코스피지수가 당장 2600선까지 올라도 이상할 게 없습니다.”(윤희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이건호 증권부장
이건호 증권부장
한국경제신문사는 11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대형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좌담회를 열었다. 문재인 대통령 시대가 개막하고 코스피지수가 6년간의 ‘박스권 장세(1800~2200)’를 벗어나 사상 최고치인 2300선에 안착한 상황에 맞춰 이전과는 다른 시각과 새로운 투자 전략이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이날 좌담회에서는 구용욱 미래에셋대우, 서영호 KB증권,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과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 등 5개 대형 증권사의 리서치 헤드들이 머리를 맞댔다. 이들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 북한 도발 위협 등의 변수에도 세계 경기 회복을 바탕으로 한 기업들의 뛰어난 실적과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 추세 등을 감안할 때 한국 주식시장 상승세는 당분간 꺾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이건호 부장= 코스피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습니다.

▶이창목 센터장=근간은 기업 실적입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지난해 순이익이 95조원이었는데 올해 증권업계 추정치 평균(컨센서스)은 137조원입니다. 코스피지수 레벨업이 이뤄진 원동력이죠. 2004~2005년과 2011~2012년 주가 상승기에도 호전된 기업 실적을 기반으로 각각 500포인트가량 올랐습니다.

"올 상장사 순이익 137조 예상…코스피 '황소장 사이클' 시작됐다"
▶서영호 센터장=기업 실적뿐만이 아니라 달러 약세 영향도 크다고 봅니다. 약달러 현상으로 세계 주식시장에 투자금이 몰리고 있어요. 미국과 유럽 증시도 호황입니다. 투자국의 통화 가치가 높아지면 환차익도 얻을 수 있죠.

▶이 부장=과열됐다는 지적도 있는데 추가 상승이 가능할까요.

▶오현석 센터장=대세 상승기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합니다. 과거 상승장을 보면 1986년 3저(저금리·저유가·저달러) 호황, 1992년 수출과 설비투자 증가, 1999년 인터넷 혁명, 2005년 글로벌 인프라투자 붐, 2009년 글로벌 양적완화 등의 핵심 동력이 있었죠. 지금은 수출이 늘어나고 있고, 4차 산업혁명도 다가오고 있습니다. 코스피지수 1900을 바닥으로 ‘황소장’ 사이클이 시작됐다고 봅니다.

▶윤희도 센터장=상장기업들의 올해 주당순이익(EPS)이 지난해보다 30%가량 늘어날 전망입니다. 작년 말 코스피지수가 2020선이었기 때문에 다른 조건이 같다고 보면 지금 2600선까지 올라도 이상할 게 없어요. 반도체 호황에 힘입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에 따른 착시현상을 거론하기도 하는데 두 회사를 빼도 EPS 증가율 예상치가 12%입니다. 주가가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죠.

▶구용욱 센터장=글로벌 경기 선행지수를 감안할 때 앞으로 1년 정도는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오르는 업종과 종목이 정해져 있는데, 다른 종목으로 얼마나 확대될지는 예측하기 힘들어요.

▶이 부장=미국 금리 인상과 북핵 리스크, 유럽의 정치적 불안 등이 변수로 거론됩니다.

▶윤 센터장=미국 금리인상은 이미 예고된 내용이어서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겁니다. 달러가 빠져나갈 수도 있겠지만 수출이 워낙 좋기 때문에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서 센터장=프랑스 대통령에 중도 성향의 에마뉘엘 마크롱이 당선되면서 프랑스의 유럽연합(EU) 탈퇴 가능성이 사라졌습니다. 독일은 친EU 성향 인사들이 총리를 노리고 있어 우려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 같아요.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한국과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하더라도 자금유출은 크지 않을 겁니다. 대만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일어났지만 별일이 없었죠. 다만 미국과 중국이 지난 4월7일 통상문제 갈등을 해소하겠다며 100일 안에 해법을 찾겠다는 이른바 ‘100일 플랜’을 발표했는데 이 내용이 큰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이 부장=개인들은 투자전략을 어떻게 세워야 합니까.

▶구 센터장=문재인 대통령은 소득격차 해소를 강조하고 있어요. 저소득층 등에서 소비가 살아나면 내수 쪽에 영향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문 대통령이 4차 산업혁명을 자주 거론했기 때문에 벤처기업이 유망할 수 있습니다. 대형주 중심에서 소형주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쪽으로 온기가 확산될 수 있어요.

▶이 센터장=동감합니다. 문 대통령의 중소기업 진흥 정책이나 4차 산업혁명 지원 정책이 나오면 중소형주와 코스닥시장이 좋아질 것 같습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정권 초반 1~3년에는 중소형주 시장이 좋았어요. 이번에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봅니다. 개인들이 단타(단기매매)를 통한 대박 환상을 버려야 합니다. 경제신문을 꾸준히 읽어 경제와 기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면 좋은 종목을 고를 수 있는 선구안을 갖게 됩니다.

▶윤 센터장=코스닥 시가총액의 40%가 정보기술(IT) 관련 업종입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IT 업종 성적이 좋았기 때문에 하반기에 낙수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오 센터장=저는 생각이 좀 다릅니다. 지금은 대형주 위주의 상승장이죠. 중소형주가 대형주를 따라 오를 가능성은 있지만 여전히 주도주는 대형주라고 봅니다. 개인들이 대형주에 너무 늦게 들어갈까 걱정이 됩니다. 이젠 주식의 시대입니다. 출생률 하락 등으로 인한 인구 구조 변화를 감안하면 부동산보다 주식 투자의 매력이 훨씬 큽니다. 개인들이 자산 배분을 할 때 주식 비중을 높여야 합니다. ‘몰빵식’ 투자를 하면 작은 변동에도 힘들어지죠.

▶서 센터장=반도체와 디스플레이시장이 좋을 것입니다. 국제 유가 반등에 한계가 있는 만큼 원유와 관련한 업종은 부정적으로 봅니다. 석유화학업종 투자는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는 얘기죠. 증권과 은행주 등 금융업종 전망이 밝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장=코스피지수 전망치를 높여야 하지 않나요.

▶윤 센터장=작년 말 2260을 상단으로 잡았는데 당시엔 너무 높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지금은 상황이 변했죠. 지난주 2350으로 높였고 다음달 추가 조정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구 센터장=2300 이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부장=새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이 센터장=주식거래 양도차익 과세가 거론되는데 급하게 추진하면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습니다. 새 정부가 심각하게 고민해서 추진했으면 합니다.

정리=홍윤정/박종서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