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에 이어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기업이 스스로 소유·지배구조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의견을 냈다. 새 정부의 재벌개혁 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경제계가 기업 소유·지배구조만큼은 시장에서 해법을 찾아야 함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일부의 일탈을 빌미로 기업 전체의 의욕을 꺾는 정책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는 호소이기도 하다.

경제계가 걱정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새 정부와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불법 경영승계, 황제 경영 등을 없앤다는 명분 아래 지주회사 규제 강화를 통한 기업 소유·지배구조 개편을 밀어붙일 태세다. 지주회사의 상장 자회사 주식보유 하한을 20%에서 30%, 비상장사는 40%에서 50%로 각각 높이려는 시도가 대표적이다. 이렇게 되면 지주회사는 경영권 지분을 확보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진다. 분할 자회사의 자사주 의결권을 제한해 신규 지주회사 전환을 어렵게 하는 규제도 논의되면서 기업들의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수년 넘게 지주회사 전환을 준비해 왔다가 곤경에 빠진 기업이 적지 않다.

기업 소유·지배구조를 바꾸려는 시도의 바탕엔 오너 경영에 대한 정치권의 불신이 깔려 있다. 대주주의 경영권 행사를 계속 옥죄겠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치인들은 “기업 소유·지배구조에 대해 편견을 가져서는 안 되며, 직접적인 규제는 경제 행위 왜곡을 초래한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부터 읽어야 한다.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1992~2002년 세계 500대 기업 매출증가율을 조사했더니 가족경영기업(23.4%)이 전문경영기업(10.8%)의 두 배를 웃돌았다는 결과도 있지 않은가.

기업 소유·지배구조는 선택의 문제이지 도덕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경영학계에서 정설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지배구조 유연성을 보장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 더구나 지주회사는 투명한 소유구조와 경영효율을 제고할 것이라는 OECD 권고에 따라 1999년 김대중 정부 때 도입을 장려한 제도다. 정부 정책의 시계는 5년이 아니라 20년, 30년을 내다볼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