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행기록장치와 블랙박스 분석·버스 운전자 운행 일정 조사 중

영동고속도로에서 달리던 속도 그대로 앞서가던 승합차를 추돌해 4명이 숨지고 4명을 다치게 한 고속버스 운전자는 경찰에서 "춘곤증으로 깜빡 졸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평창경찰서는 고속버스 운전자 정모(49) 씨를 교통사고 처리특례법(치사상)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12일 밝혔다.

정 씨는 지난 11일 오후 3시 28분 평창군 봉평면 진조리 영동고속도로 인천 방향 173.6㎞ 지점 둔내터널 인근에서 앞서가던 스타렉스 승합차를 추돌했다.

이 사고로 승합차에 타고 있던 60∼70대 노인 4명이 숨지고 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피해 할머니들은 동네 친목회원들로 이날 2018평창동계올림픽 경기장 시설을 둘러보는 '당일치기' 여행을 마치고 충남 당진으로 귀가하다 날벼락을 당했다.

사고 당시 도로공사 CCTV 영상을 보면 사고 버스는 둔내터널을 1㎞ 앞둔 지점에서 2차로를 운행 중이었고, 앞서 운행 중이던 승합차를 비롯한 차량 3∼4대는 약간 서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고 버스는 앞선 서행 차량과 달리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진행 속도 그대로 주행하다가 노인 등 9명이 탄 스타렉스 승합차를 들이받아 참사로 이어졌다.

사고 운전자 정 씨는 경찰에서 "식사 후 춘곤증으로 깜빡 졸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일 오전 8시 30분께 경기 파주시 문산읍을 출발한 고속버스 운전자 정 씨는 오후 1시 30분께 강릉에 도착한 뒤 식사 후 오후 2시 30분 강릉에서 출발해 문산으로 가던 중이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문산에서 강릉까지 구간은 대중교통으로 4시간 이상 소요되고, 중간에 휴식시간까지 합하면 거의 4시간 30분가량 소요된다"며 "버스 운행 일정대로라면 정씨가 점심 후 곧바로 고속버스를 운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찰은 사고 버스의 운행기록장치와 블랙박스를 확보해 버스운전자의 졸음 여부, 사고 당시 속도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또 버스운전자 정 씨의 노선 운행 일정 등을 파악해 무리한 운행이 있었는지도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은 이날 한국도로공사 등과 합동으로 사고 버스 현장 감식을 벌이기도 했다.

(평창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j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