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재협상 의지를 밝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미국 측 협상 대표인 무역대표부(USTR) 대표로 ‘대(對)중국 강경파’이자 보호무역주의자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69)가 확정됐다.

미국 상원은 11일(현지시간) 라이트하이저 내정자 인준안에 찬성 82표, 반대 14표를 던져 압도적인 찬성률(85%)로 통과시켰다. 이로써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과 윌버 로스 상무장관, 라이트하이저 USTR로 이어지는 강경 보호무역주의파 진용이 완성됐다.

트럼프 정부가 협상을 담당할 라이트하이저를 공식 임명하고 한·미 FTA와 NAFTA 등의 재협상을 선언한 뒤 90일간의 의회 회람 기간을 거치면 정식으로 재협상 절차를 시작할 수 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정부에서 USTR 부대표로 20여 개의 양자 무역협정 체결에 참여한 통상 전문가다. 이후에는 US스틸 등 미국의 철강회사를 대변하면서 중국 등지의 해외 기업에 ‘징벌적 관세’ 부과를 주장하는 무역 변호사로 수십 년간 일했다.

그는 지난 1월 초 USTR 대표에 내정되자 “미국인 노동자를 위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하라는 트럼프 당선인의 임무에 헌신해 모든 미국인에게 혜택을 주는 더 좋은 무역협정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또 청문회에서 미국이 당면한 주요 무역 문제 중 하나로 ‘중국 문제’를 꼽으며 “세계무역기구(WTO)는 중국의 산업정책과 관련된 사례를 처리할 능력이 없다”고 덧붙였다.

과거에도 여러 차례 WTO에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1996년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는 “WTO로는 중국 같은 나라를 잡지 못한다” “자유무역에서 자유라는 단어를 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WTO 규정에 너무 맹목적으로 따른다”고 비판한 적도 있다.

그는 또 청문회에서 한국과 멕시코를 겨냥해 “엄청난 규모의 대미 흑자를 누리고 있다”며 “두 나라에 대한 미국의 무역적자는 규모가 크고 지속적”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에도 농업 부문을 더 개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USTR 부대표로 있을 때는 ‘수출자율규제’ 형식으로 일본 자동차업계가 대미 수출을 줄이도록 압력을 행사했다. 전문가들은 그가 이번에도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비슷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