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자동차]홍대 뮤지션 조한 "해치백 푸조, 내게 딱 맞는 차"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수입차 홍보맨 그만두고 '싱어송라이터'의 꿈 도전
최근 5곡짜리 EP음반 내고 뮤지션 선언
최근 5곡짜리 EP음반 내고 뮤지션 선언
마흔을 앞둔 늦깎이 나이에 직장을 그만두고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평범한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든 길을 선택하는 이들이 간혹 있다.
지난 10년간 수입차 홍보 일을 하다가 평소 꿈꿔왔던 뮤지션으로 변신을 선언한 조한(한승조)은 그런 부류에 속하는 인물이다.
일과 취미활동을 병행해도 좋았을텐데. 서른 아홉의 적지 않은 나이에 음반을 발표한 사연이 궁금했다. 지난 12일 홍익대학교 인근 서교동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 푸조 208·308 "내가 사랑한 차"
회사를 다니면서도 간간히 음반 준비를 해왔던 조한은 2017년 봄에 첫 음반을 기필코 내겠다고 다짐했다. 음반에 담아낼 수록곡 중엔 봄과 어울릴만한 노래들이 제법 많았다. 마흔 전에 도전하겠다는 자신과의 약속도 지키고 싶었다.
"음반 제작비가 필요해서 1년 전 푸조 308을 팔고 i30(2008년식) 중고차로 갈아탔습니다."
좋아하던 애마(푸조)를 어쩔 수 없이 떠나보내고 음반을 만들어야 했다. 그에게는 자동차보단 음악이 먼저였다.
2007년부터 수입차 홍보 일을 시작해 지난 3월 한불모터스를 퇴사할 때까지 10년간 수입차업계에서 일해왔다. 현장에서 다양한 수입차와 고객을 접해왔다.
"내게 특별했던 차는 일과 연관된 푸조 208을 꼽아야겠죠."
그가 푸조 208을 특별한 차로 꼽은 데는 세단을 싫어하고 해치백을 좋아하는 성향이 그대로 담긴 것. 2012년 국내 처음 출시된 208을 이듬해 구매해 타다가 이 차의 매력에 꽂혀 나중에는 '업그레이드형' 308로 갈아탔다.
"208은 주차는 물론, 어디든 가기 편했습니다. 홍대 근처 집에서 회사가 있는 성수동까지 출퇴근하면서 이용했는데 연비가 아주 좋았어요. 차를 팔 당시 계기판에 표시된 누적 연비는 L당 19㎞가 나왔으니까요."
그는 "한번 주유를 꽉 채우면 서울에서 원주, 울산을 찍고 돌아와도 기름을 추가로 넣을 필요가 없었던 '최강 연비'는 지금도 잊지 못할 정도"라고 했다.
"심플한 디자인을 좋아합니다. 푸조 208은 당시 MCP(수동 기반 변속기)가 불편하다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처음 운전을 수동변속기 차량으로 시작해서인지 수동 운전에 익숙했고 내게 너무 잘 맞았어요."
조한은 한국의 자동차문화에 대해 얘기하던 중 유행을 쫓는 사람들이 많지만 내게 맞는 차를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차가 좋아서 인기가 있는 게 아니라, 한 번 인기를 끈 브랜드가 계속 소비됩니다. 나만의 운전 성향을 알면 그게 정답은 아니죠. 운전석에 앉아보지도 않고 계약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아쉬울 따름이죠."
◆ "당분간 음악으로 승부하고 싶다"
직장을 다니면서 음악활동을 하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왜 늦은 나이에 음악에 도전하게 됐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2012년 5월부터 음반 준비를 위한 곡을 쓰기 시작해 그동안 10여곡을 만들었다. 그중 앨범 컨셉과 맞는 5곡(굿모닝 투유, 청춘예찬, 살랑살랑 등)을 추스려 첫 음반으로 엮었다. 러닝타임은 15분50여초.
"중학교 때 장래희망을 적었는데 작곡가라고 썼어요. 고등학교 때 습작으로 작곡을 하기 시작했지요. 대학 1학년 때 피아노학원을 다녔고 군복무 때도 통기타로 작곡 연습을 하곤 했습니다. 회사 생활하면서도 직장인밴드에서 보컬과 리듬기타를 맡았어요."
청소년 시절부터 그에게는 늘 음악이 따라붙었다. 성인이 돼서도 마찬가지. 록밴드 건즈앤로지스와 드림씨에터를 좋아하고 가끔 빌에반스 같은 피아노 재즈도 즐겨 듣는다고.
발표한 음반의 장르를 물었다. 그는 '홍대'라며 웃으며 말했다. 많은 인디 뮤지션들이 젊음의 거리인 홍대 음악씬에서 연주하고 노래하는 '홍대 사운드'와 유사해서일까. 음악애호가인 기자가 '인디팝'이나 '포크팝'과 가깝지 않냐고 했다. 조한은 그게 차라리 맞을 것 같다고 맞장구 쳤다.
그가 직접 작사 작곡한 곡을 노래했고 편곡은 음악 동료(인메이 씨)가 도와줬다. 5곡 수록된 음반 '시작'은 조한의 삶과 인생 철학이 투영된 작품이다. 사운드는 소박하고 간결하다. 어쿠스틱 기타가 중심에 선 메이저 코드의 밝고 희망찬 기운을 담고 있다.
그의 음악은 최근 멜론, 벅스뮤직 등에 음원으로 등록됐다. 소비자들이 그의 노래를 스트리밍 또는 다운로드 할때마다 저작권료를 받을 수 있다. 포털을 검색하면 조한의 음원이 올라온 게 확인된다. 해외 애플뮤직, 아마존 등에도 5월5일 음원이 등록됐다. 지난달 22일에는 홍대 인근 에반스라운지에서 가수 데뷔를 기념하는 쇼케이스를 열기도 했다.
유명 작곡가나 가수가 아닌 홍대 인디씬에서 활동하는 음악인들은 대체로 경제적으로 궁핍하다. 투잡을 하면서 음악활동을 이어가는 이들이 많다. 조한도 잘 알고 있다. 훗날 생계를 위협받는다면 다시 직장생활을 해야 한다는 점도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뮤지션이란 직업에 최선을 다해보고 싶다고 했다.
"일과 음악 작업을 병행할 수도 있었어요. 그런데 처음부터 두 가지 일을 한다면 내 음악에 집중할 수 없겠다 싶었습니다. 최소한 내 음악에 미안하단 생각은 들지 말아야 되는 거니까. 음악은 앞으로 계속 할 것 같아요. 창작의 샘은 죽을 때까지 마르지 않을 테니까요."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
지난 10년간 수입차 홍보 일을 하다가 평소 꿈꿔왔던 뮤지션으로 변신을 선언한 조한(한승조)은 그런 부류에 속하는 인물이다.
일과 취미활동을 병행해도 좋았을텐데. 서른 아홉의 적지 않은 나이에 음반을 발표한 사연이 궁금했다. 지난 12일 홍익대학교 인근 서교동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 푸조 208·308 "내가 사랑한 차"
회사를 다니면서도 간간히 음반 준비를 해왔던 조한은 2017년 봄에 첫 음반을 기필코 내겠다고 다짐했다. 음반에 담아낼 수록곡 중엔 봄과 어울릴만한 노래들이 제법 많았다. 마흔 전에 도전하겠다는 자신과의 약속도 지키고 싶었다.
"음반 제작비가 필요해서 1년 전 푸조 308을 팔고 i30(2008년식) 중고차로 갈아탔습니다."
좋아하던 애마(푸조)를 어쩔 수 없이 떠나보내고 음반을 만들어야 했다. 그에게는 자동차보단 음악이 먼저였다.
2007년부터 수입차 홍보 일을 시작해 지난 3월 한불모터스를 퇴사할 때까지 10년간 수입차업계에서 일해왔다. 현장에서 다양한 수입차와 고객을 접해왔다.
"내게 특별했던 차는 일과 연관된 푸조 208을 꼽아야겠죠."
그가 푸조 208을 특별한 차로 꼽은 데는 세단을 싫어하고 해치백을 좋아하는 성향이 그대로 담긴 것. 2012년 국내 처음 출시된 208을 이듬해 구매해 타다가 이 차의 매력에 꽂혀 나중에는 '업그레이드형' 308로 갈아탔다.
"208은 주차는 물론, 어디든 가기 편했습니다. 홍대 근처 집에서 회사가 있는 성수동까지 출퇴근하면서 이용했는데 연비가 아주 좋았어요. 차를 팔 당시 계기판에 표시된 누적 연비는 L당 19㎞가 나왔으니까요."
그는 "한번 주유를 꽉 채우면 서울에서 원주, 울산을 찍고 돌아와도 기름을 추가로 넣을 필요가 없었던 '최강 연비'는 지금도 잊지 못할 정도"라고 했다.
"심플한 디자인을 좋아합니다. 푸조 208은 당시 MCP(수동 기반 변속기)가 불편하다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처음 운전을 수동변속기 차량으로 시작해서인지 수동 운전에 익숙했고 내게 너무 잘 맞았어요."
조한은 한국의 자동차문화에 대해 얘기하던 중 유행을 쫓는 사람들이 많지만 내게 맞는 차를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차가 좋아서 인기가 있는 게 아니라, 한 번 인기를 끈 브랜드가 계속 소비됩니다. 나만의 운전 성향을 알면 그게 정답은 아니죠. 운전석에 앉아보지도 않고 계약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아쉬울 따름이죠."
◆ "당분간 음악으로 승부하고 싶다"
직장을 다니면서 음악활동을 하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왜 늦은 나이에 음악에 도전하게 됐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2012년 5월부터 음반 준비를 위한 곡을 쓰기 시작해 그동안 10여곡을 만들었다. 그중 앨범 컨셉과 맞는 5곡(굿모닝 투유, 청춘예찬, 살랑살랑 등)을 추스려 첫 음반으로 엮었다. 러닝타임은 15분50여초.
"중학교 때 장래희망을 적었는데 작곡가라고 썼어요. 고등학교 때 습작으로 작곡을 하기 시작했지요. 대학 1학년 때 피아노학원을 다녔고 군복무 때도 통기타로 작곡 연습을 하곤 했습니다. 회사 생활하면서도 직장인밴드에서 보컬과 리듬기타를 맡았어요."
청소년 시절부터 그에게는 늘 음악이 따라붙었다. 성인이 돼서도 마찬가지. 록밴드 건즈앤로지스와 드림씨에터를 좋아하고 가끔 빌에반스 같은 피아노 재즈도 즐겨 듣는다고.
발표한 음반의 장르를 물었다. 그는 '홍대'라며 웃으며 말했다. 많은 인디 뮤지션들이 젊음의 거리인 홍대 음악씬에서 연주하고 노래하는 '홍대 사운드'와 유사해서일까. 음악애호가인 기자가 '인디팝'이나 '포크팝'과 가깝지 않냐고 했다. 조한은 그게 차라리 맞을 것 같다고 맞장구 쳤다.
그가 직접 작사 작곡한 곡을 노래했고 편곡은 음악 동료(인메이 씨)가 도와줬다. 5곡 수록된 음반 '시작'은 조한의 삶과 인생 철학이 투영된 작품이다. 사운드는 소박하고 간결하다. 어쿠스틱 기타가 중심에 선 메이저 코드의 밝고 희망찬 기운을 담고 있다.
그의 음악은 최근 멜론, 벅스뮤직 등에 음원으로 등록됐다. 소비자들이 그의 노래를 스트리밍 또는 다운로드 할때마다 저작권료를 받을 수 있다. 포털을 검색하면 조한의 음원이 올라온 게 확인된다. 해외 애플뮤직, 아마존 등에도 5월5일 음원이 등록됐다. 지난달 22일에는 홍대 인근 에반스라운지에서 가수 데뷔를 기념하는 쇼케이스를 열기도 했다.
유명 작곡가나 가수가 아닌 홍대 인디씬에서 활동하는 음악인들은 대체로 경제적으로 궁핍하다. 투잡을 하면서 음악활동을 이어가는 이들이 많다. 조한도 잘 알고 있다. 훗날 생계를 위협받는다면 다시 직장생활을 해야 한다는 점도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뮤지션이란 직업에 최선을 다해보고 싶다고 했다.
"일과 음악 작업을 병행할 수도 있었어요. 그런데 처음부터 두 가지 일을 한다면 내 음악에 집중할 수 없겠다 싶었습니다. 최소한 내 음악에 미안하단 생각은 들지 말아야 되는 거니까. 음악은 앞으로 계속 할 것 같아요. 창작의 샘은 죽을 때까지 마르지 않을 테니까요."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