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붉은빛 금문교 지나면 만나리…'미친 영혼' 달래는 예술과 낭만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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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라 작가의 좌충우돌 미국 여행기 (2) 자유와 낭만의 샌프란시스코

![[여행의 향기] 붉은빛 금문교 지나면 만나리…'미친 영혼' 달래는 예술과 낭만도시](https://img.hankyung.com/photo/201705/AA.13898181.1.jpg)
실현 불가능했던 꿈이 도시의 상징으로

샌프란시스코 반도의 북쪽 끄트머리에 다다르자 금문교가 위용을 드러낸다. 수많은 사진 속에서 봤지만 실제로 마주한 금문교는 그보다 훨씬 근사했다. 무려 2만7572개의 철선을 꼬아 만든 직경 90㎝ 케이블에 총 길이 2800m의 거대한 다리가 매달려 있다. 해수면과 다리의 길이는 비행기가 지나갈 정도로 높고 두 개의 탑의 높이도 227m나 된다. 걸어서 한 시간이 족히 걸리는 기나긴 다리의 끝에는 예술가들의 마을인 소살리토가 기다리고 있다. 문득 금문교는 ‘왜 금빛이 아니라 붉은빛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사실 금문교라는 명칭은 골든 러시 시대 당시 샌프란시스코 해협을 칭하던 말, 골든 게이트에서 따왔다. 다리가 붉은색인 이유는 따로 있다. 안개가 자주 발생하는 변덕스러운 기후에도 눈에 잘 띄도록 인터내셔널 오렌지 색을 칠했기 때문이다. 활발한 샌프란시스코의 분위기와 오렌지나무가 천지인 캘리포니아와도 꼭 어울리는 색이다. 신나게 금문교를 건너는데 다리가 미세하게 흔들리는 것이 느껴진다. 겁이 덜컥 났지만 알고 보니 ‘흔들림’이 금문교 기술의 핵심이란다.
교량 중심부에서 8m가량의 길이를 흔들릴 수 있게 건설함으로써 강풍과 강진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금문교를 유지하기 위한 샌프란시스코시의 노력이다. 그들은 다리의 부식을 막기 위해 매년 색을 덧칠하며 보수한다. 금문교 전체를 칠하는 데 꼬박 1년이 걸린다고 하니 단 하루도 빠짐없이 관리하는 셈이다. 금문교는 어디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 모습이 천차만별이다. 다양한 전망 포인트가 있는데 가장 유명한 곳은 포트 포인트와 비스타 포인트다. 비스타 포인트는 마린카운티 쪽에, 포트포인트는 샌프란시스코 쪽에 있다. 석양 무렵 배터리 스펜서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금문교와 샌프란시스코의 야경도 빼놓을 수 없다.
항구도시의 활기찬 내음이 가득


탈출 불가능의 감옥, 알카트라즈

알카트라즈로 가는 페리를 타기 위해 피어33 선착장으로 향한다. 페리의 뱃고동 소리가 힘차게 울려 퍼지고 머지 않아 알카트라즈에 닻을 내린다. 페리를 같이 탄 사람들과 우르르 감옥으로 들어가는데 왠지 모를 긴장이 느껴진다. 알카트라즈를 탐험하는 최고의 방법은 오디오 가이드 안내에 따라 부지런히 걷고 움직이는 것이다. 한국어도 지원된다. 감옥의 역사부터, 건물 구조, 수감자들의 생활, 당시 일어난 여러 사건을 자세히 설명해준다. 수감자의 실제 육성과 함께 재연되어 마치 현장에 와 있는 듯 생생하다. 1962년 발생한 죄수 3인의 탈옥사건 당시 숟가락으로 벽면을 파내 만든 탈출구와 간수들을 따돌리기 위해 만든 더미 인형도 볼 수 있다. 독방에 들어가 알카트라즈를 직접 체험해볼 수도 있다.
감옥 구석 벽면의 조그마한 틈새에 눈을 가져다 대니 샌프란시스코의 스카이라인이 한눈에 보인다. 손을 뻗으면 닿을 듯 가깝다. 탈출은 그림의 떡이던 죄수들에게 샌프란시스코를 바라보는 것보다 더한 고문이 있었을까. 아무도 가길 원치 않던 극악무도의 감옥이 이제는 하루에 수천 명이 제 발로 찾아가는 관광명소가 됐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면서도 흥미롭다.
미국 사회 반기 든 비트 세대의 메카

비트 세대란 겉만 번지르르한 위선으로 가득했던 미국 자본주의 사회에 반기를 든 문학이나 예술가 집단을 일컫는다. 대표적인 비트 문학가로는 앨런 긴즈버그, 잭 케루악 등이 있다. 1955년 식스 갤러리에서 앨런 긴즈버그가 ‘울부짖음(Howl)’을 낭독하고, 그 시를 출판한 퍼링게티가 음란물 배포 혐의로 체포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후 미국의 수많은 지식인, 예술가들은 ‘표현의 자유’를 외치며 그의 석방을 주장했고, 퍼링게티는 마침내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판결로 비트 운동은 더욱 구체적으로 발전하게 됐고, 그 중심에 바로 시티라이트 서점이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아지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서점은 지하부터 지상까지 총 3층으로 이뤄져 있다. 비트 문학은 물론 일반 서점에선 보기 힘든 다양한 주제의 책이 가득하다. 벽면 곳곳에 새겨진 강렬한 문구들도 인상적이다. 2층으로 올라가면 비트 정신이 깃든 ‘시인의 방’이 보존돼 있다. 책 하나를 사 들고 건너편에 있는 베수비오라는 이름의 술집으로 향한다. 그냥 술집이 아니다. 수많은 문학가와 보헤미안 예술가들이 술잔과 함께 세상과 자유를 논했던 비트 세대의 또 다른 산물이다. 창밖으로 시티라이트 서점을 찾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이름처럼 도시의 빛으로 영원히 남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샌프란시스코… 머리에 꽃을 꽂으세요

이 뜨거운 평화의 행진은 미국 사회 전반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어떤 이들은 히피를 두고 허상만 좇는 쓸모없는 집단, 치렁치렁한 옷을 입고 마약과 쾌락을 탐닉하며 방랑하는 정신 나간 사람으로 취급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기존 가치와 동떨어진 방향으로 변모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1960년대 벌어진 히피운동의 본질은 사람과 세상에 대한 진솔한 관심이었다. 주류에 휩쓸리지 않고 끊임없이 자아를 탐색하는 것, 인간의 자유와 낭만을 노래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보여준 것이다. 샌프란시스코를 떠나기 전 트윈픽스(Twin Peaks)에 오른다. 저 멀리 펼쳐진 푸른 바다, 동화에나 나올 법한 알록달록한 건물들, 구불구불한 언덕 사이를 누비는 케이블카까지 샌프란시스코의 삶이 한눈에 들어온다. 봄바람이 살랑이고 꽃이 피는 이 계절, 샌프란시스코로 다시 가고 싶다.
여행 팁
인천과 샌프란시스코를 잇는 직항이 있다. 약 11시간 걸린다. 샌프란시스코의 대중교통은 크게 케이블카, 뮤니 버스, 뮤니 메트로가 있다. 일정 기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패스가 있으니 여행 계획에 맞춰 사도록 하자. 금문교는 렌터카, 도보와 자전거, 시티 투어버스 등을 이용해 건널 수 있다. 렌터카로 이동 시에는 통행료에 주의해야 한다. 샌프란시스코로 들어올 때만 부과된다. 따로 요금소가 있는 것이 아니라 전화, 온라인 등으로 내야 한다. 알카트라즈 감옥 투어는 인기가 좋아 여행 전 예약이 필수다. 티켓 가격은 성인 기준 37달러다. 주변 여행지로는 소살리토, 와이너리로 유명한 소노마, 나파밸리 등이 있다.
샌프란시스코=글·사진 고아라 여행작가 minstok@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