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한·미 새 리더십, 경제계서 답 찾아야
나는 50년 이상을 씨티은행에서 근무하며 반세기를 금융계에서 보냈다. 특히 1980년대 세계 곳곳에서 개발도상국과 채권은행 간 외채 문제를 해결하면서 국제 금융외교 분야에서 명성을 쌓아 왔다. 1990년대 들어서는 아르헨티나, 브라질, 자메이카, 멕시코 등과 협상하던 주 채권은행들의 자문위원회를 이끌기도 했다.

한국과의 특별한 인연도 이때 시작됐다. 1997~1998년 한국이 외환위기로 유동성 문제를 겪을 때 나는 지원협상단 대표로 한국의 단기채권 만기 연장 협상을 주도했다. 그 과정에서 나는 한국 국민에 대한 깊은 존경심을 갖게 됐다. 많은 국민이 나라를 구하기 위해 ‘금 모으기’ 행사에 긴 대열을 이룬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다.

외환위기가 발생한 1997년은 김대중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역사적인 한 해였으며, 당시 우리는 한국 정부와 단기 외채에 대해 협상하고 있었다. 많은 외국 은행이 김 대통령의 후보 시절 국제통화기금(IMF) 구조조정안과 관련한 발언으로 불안해하고 있었으나, 김 대통령과 우리 외국 은행이 상호 신뢰를 형성해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

한국은 고통스러운 개혁을 인내하며 추진했고, 세계 시장은 이에 화답했다. 한국 경제는 바로 회복했다. 이 경험을 계기로 2005년에는 한·미재계회의 미국 측 위원장으로 취임했다.

한·미재계회의는 한·미 양국 관계 발전에 기여해 왔다. 특히 내가 위원장으로 있을 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제안 등 주요한 변화를 가져오고자 많은 노력이 이뤄졌다. 2000년에 한·미재계회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한·미 양국 간 FTA를 공동으로 제안했고, 이를 토대로 2006년에 정식으로 한·미 FTA 협상이 시작됐다. 2011년 1월 한·미 FTA 이행 법안이 서명됐고, 지난 3월15일에는 한·미 FTA 5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

아마도 많은 한국인이 관광이든 단기 출장이든 미국 방문을 위해 비자가 필수였던 시절을 기억할 것이다. 내가 한·미재계회의 미국 측 위원장일 때 전경련, 주한미국상공회의소와 함께 미 의회 등 주요 기관에 공동서한을 보내는 것을 시작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여 한국이 비자면제국가에 포함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했다.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또 다른 주요 성과로는 한국의 대외무기판매지위(FMS) 격상에 기여한 부분이다. 각계각층에서 민관이 함께 노력해 2008년에 성과로 이어졌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그간 많은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전경련을 중심으로 양국 간 민간 협력 관계가 오랜 기간 묵묵히 이뤄졌기 때문이다.

최근 FTA에 대해 색다른 관점을 갖고 있는 미국 대통령이 취임했다. 이제 우리가 다시 협력해 한·미 FTA가 양국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특히 교역뿐만이 아니라 지정학적으로도 큰 혜택이 됨을 강조하기 위해 같이 노력하기를 기대한다.

현재 한국은 북한의 도발 등 많은 현안에 직면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내 오랜 경험에 비춰 볼 때, 그리고 한국 국민에 대한 신뢰 등을 종합해 볼 때 한국이 다시 굳건히 일어설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윌리엄 로즈 < 전 한·미재계회의 위원장 >

윌리엄 로즈는 윌리엄 로즈 글로벌 자문단 설립자이며 한·미재계회의 명예위원장이다. 저서로는 《세계와 협상한 은행가(Banker to the World)》가 있다. 1997년 한국이 외환위기를 맞아 유동성 위기에 빠졌을 때 국제채권위원단 의장으로 한국의 단기채권 만기 연장 협상을 주도했고, 이 협상에 이바지한 공로로 당시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수교훈장 흥인장을 받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한·미 통화스와프 타결에 숨은 공로자 역할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