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일대일로(一帶一路)'와 '다이아몬드'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국제협력 정상포럼’에 29개국 정상 등 130여 개국 인사 1500여 명이 참석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4일 개막식에서 “1000억위안(약 16조4000억원)의 일대일로 기금을 신설해 대륙 간 인프라 확충을 지원하고, 협력계약 대상 국가와 국제기구도 80여 곳으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시진핑 정권의 최대 프로젝트인 ‘일대일로’는 동서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아프리카를 육로(一帶)와 해로(一路)로 잇는 사업이다. 대상 국가는 65개국이다.

중국은 지난해까지 500억달러(약 56조4000억원)를 투입했고, 5년간 최대 1500억달러(약 169조원)를 더 투자할 계획이다. 돈만 퍼붓는 건 아니다. 군사적 효용까지 계산한 ‘인프라 외교’의 일환이다. 육로 확장의 핵심은 고속철도다. 얼마 전 중국에서 태국으로 이어지는 300여㎞ 구간의 6조원짜리 고속철 사업을 딴 데 이어 중국~라오스 구간(414㎞) 공사에 착수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다~반둥 구간(142㎞)도 곧 착공한다. 지난달엔 중국 저장성 이우(義烏)와 영국 런던을 잇는 유로차이나 화물열차 운행에 들어갔다. 중국의 고속철 수출국은 100곳이 넘는다.

바닷길은 주요국의 대형 항구들을 거점으로 삼는다. 남중국해와 말라카 해협, 벵골만과 인도양, 아라비아해와 중동·아프리카를 ‘진주 목걸이’ 모양으로 잇는 것이다. 원유 수송로뿐만 아니라 군항으로 활용하려는 전략이다. 올해 초 획득한 스리랑카의 함반토타항 운영권을 비롯해 미얀마 최대 항구 차우크퓨, 파키스탄 유일의 대형 항만 가다르, 아덴만 연안 아프리카의 지부티까지 연결했으니 명나라 시절의 ‘정화(鄭和) 대원정’ 노선을 모두 복원한 셈이다.

그러나 주변국의 반발도 심하다. 경제·외교적 종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인도는 “중국이 개방성과 포용성의 원칙을 저버리고 패권국으로 가고 있다”며 이번 정상포럼에 불참했다. 더 버거운 상대는 일본이다. 아베 총리는 일본과 미국~호주~인도 4국을 연결하는 마름모꼴의 ‘안보 다이아몬드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고속철도 수주에서 안전성을 내세워 중국을 따돌리고, 각국 항만 투자를 경쟁적으로 늘리고 있다. 그 결과 ‘진주 목걸이’와 ‘다이아몬드’가 부딪치는 남중국해 등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중국 중심의 대륙세력과 일본 위주의 해양세력 사이에 낀 한국의 미래도 불투명하다. 이 와중에 북한은 일대일로 포럼 첫날 미사일로 찬물을 끼얹었다. 새 정부가 풀어야 할 외교 숙제가 더 많아졌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