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재 칼럼] 어떤 정규직의 비정규직 보호 요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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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비정규직 1만명 정규직 전환
비교·질투 구조화하고 불만 증폭시킬 것
카스트 뺨치는 노동시장 계급부터 없애야
정규재 논설고문 jkj@hankyung.com
비교·질투 구조화하고 불만 증폭시킬 것
카스트 뺨치는 노동시장 계급부터 없애야
정규재 논설고문 jkj@hankyung.com
한국 정치에서는 종종 듣기 좋은 말이기만 하면 바로 진리로 둔갑한다. 그 때문에 대통령 후보 토론회는 누가 착한 사람인지, 혹은 덜 악당인지를 다투는 ‘착한 아이 뽑기 학예회’같이 돌아갔다. 복지와 노동은 그런 대표적 분야다. 문재인 대통령이 아직은 후보였던 지난 노동절에 발표한 노동정책도 한껏 선한 의지를 뽐냈다. △10%에 불과한 노조 가입률을 대폭 끌어올리고 △최저 시급을 2020년까지 1만원으로 올리며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면 전환하고 △산업현장에는 위험의 외주화를 금지하는 외에도 △동일가치 노동은 동일임금을 지불하는 차별금지를 시행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OECD 11위의 경제대국을 만들어 온 것은 이름없는 노동자”였기 때문에 이제 “노동자의 땀과 눈물을 먹고 자라는 경제성장은 폐기해야 한다”는 웅변이었다.
구체적 내용들은 사실에 부합하는지와 관계없이 더욱 절실하고 아름다웠다. 노조 미가입 근로자를 위해 지역별 노동회의소를 창설하고, 산업 내 다른 노조가 쟁취한 협상 결과는 제3 노조에도 적용하며, 적정 임금제와 생활임금제를 도입하고, 비정규직 사용 사유를 제한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국방 납세 등 사람들이 싫어하고 기피하는 것에 우리는 종종 ‘신성하다’는 접두어를 붙이곤 하지만 노동 역시 신성한 영역으로 선언됐다.
지난 주말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해 1만 명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겠다고 선언한 것은 그런 약속들의 차베스적 실천이라고 할 만했다. 자, 이것으로 비정규직 근로자의 평균적인 근로조건이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다. 오히려 불만은 증폭되고 비교와 질투는 구조화할 가능성이 높다. “공기업 언저리에라도 있으니 저런 복도 생긴다”며 입술을 삐죽거리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벌써 각계의 아우성이 봇물처럼 터지고 있다고 한다.
대통령의 기대와 달리 평균적 조건은 개선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다. 누군가는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다른 누군가는 손실을 본다. 그 누구의 조건도 악화시키지 않으면서 다른 누군가의 조건을 향상시키는 파레토 개선은 없다. 전체 임금을 끌어올리려면 노동 규제가 아니라 기업가에 의존하는 경제전략으로의 일대 수정이 필요하다. 국민소득이 4만달러가 되지 않고서는 평균적 노동소득을 끌어올릴 방법이 없고, 노동소득 분배율 개선이야말로 산업 고도화의 결과다.
더구나 한국 노동시장은 실로 카스트적이다. 공무원이 1계급, 대기업과 공기업이 2계급, 비정규직과 중소기업 정규직이 3계급이라면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4계급이다. 그것으로 끝이냐고? 아니다. 비조직 비정형 근로자는 5계급이며 실업자는 6계급, 즉 불가촉 천민이다. 놀랍게도 한국의 좌파들은 1계급과 2계급을 동맹군으로 삼고 있다.
몇 해 전 국내 굴지의 한 노조는 몇 가지 새로운 단체협상안을 내놓았다. 비정규직 근로자를 위해 구내식당을 새로 만들고, 샤워실을 새로 만들며, 출근버스를 새로 배차하라는 요구였다. 드디어 강성노조까지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동지애를 공유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그럴 리가 있나. 정규직 어르신들이 왜 출근버스에서 서서 와야 하며, 정규직 어르신들이 왜 점심식사를 위해 비정규직 뒤에 줄을 서야 하며, 샤워실에서 북적여야 하는지를 이들은 회사에 따져 묻고 있었던 것이다. 계급의식은 이렇게 완고하고 투철하다.
기아차 노조의 괴이한 투표 역시 최근 주목을 끌었다. 조합원 자격을 ‘기아자동차에서 근무하는 근로자’에서 ‘기아차 주식회사에 속한 근로자’로 바꾼 이 투표는 비정규직을 밀어내고 배제하는 일종의 ‘차별화 투표’였다. 정규직 보호 제도를 깨부수지 않으면, 그리고 강성노조를 깨부수지 않으면, 노동시장 3계급 이하, 6계급까지의 평균적 근로조건 개선은 불가능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겉면의 논리만 본다. 그리고 반대자들을 악당으로 규정한다. 노동소득은 기업가들이 창조하는 가치의 총량에 의해 제한된다. 그것은 이론이기도 하고 역사이기도 하다.
정규재 논설고문 jkj@hankyung.com
구체적 내용들은 사실에 부합하는지와 관계없이 더욱 절실하고 아름다웠다. 노조 미가입 근로자를 위해 지역별 노동회의소를 창설하고, 산업 내 다른 노조가 쟁취한 협상 결과는 제3 노조에도 적용하며, 적정 임금제와 생활임금제를 도입하고, 비정규직 사용 사유를 제한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국방 납세 등 사람들이 싫어하고 기피하는 것에 우리는 종종 ‘신성하다’는 접두어를 붙이곤 하지만 노동 역시 신성한 영역으로 선언됐다.
지난 주말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해 1만 명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겠다고 선언한 것은 그런 약속들의 차베스적 실천이라고 할 만했다. 자, 이것으로 비정규직 근로자의 평균적인 근로조건이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다. 오히려 불만은 증폭되고 비교와 질투는 구조화할 가능성이 높다. “공기업 언저리에라도 있으니 저런 복도 생긴다”며 입술을 삐죽거리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벌써 각계의 아우성이 봇물처럼 터지고 있다고 한다.
대통령의 기대와 달리 평균적 조건은 개선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다. 누군가는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다른 누군가는 손실을 본다. 그 누구의 조건도 악화시키지 않으면서 다른 누군가의 조건을 향상시키는 파레토 개선은 없다. 전체 임금을 끌어올리려면 노동 규제가 아니라 기업가에 의존하는 경제전략으로의 일대 수정이 필요하다. 국민소득이 4만달러가 되지 않고서는 평균적 노동소득을 끌어올릴 방법이 없고, 노동소득 분배율 개선이야말로 산업 고도화의 결과다.
더구나 한국 노동시장은 실로 카스트적이다. 공무원이 1계급, 대기업과 공기업이 2계급, 비정규직과 중소기업 정규직이 3계급이라면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4계급이다. 그것으로 끝이냐고? 아니다. 비조직 비정형 근로자는 5계급이며 실업자는 6계급, 즉 불가촉 천민이다. 놀랍게도 한국의 좌파들은 1계급과 2계급을 동맹군으로 삼고 있다.
몇 해 전 국내 굴지의 한 노조는 몇 가지 새로운 단체협상안을 내놓았다. 비정규직 근로자를 위해 구내식당을 새로 만들고, 샤워실을 새로 만들며, 출근버스를 새로 배차하라는 요구였다. 드디어 강성노조까지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동지애를 공유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그럴 리가 있나. 정규직 어르신들이 왜 출근버스에서 서서 와야 하며, 정규직 어르신들이 왜 점심식사를 위해 비정규직 뒤에 줄을 서야 하며, 샤워실에서 북적여야 하는지를 이들은 회사에 따져 묻고 있었던 것이다. 계급의식은 이렇게 완고하고 투철하다.
기아차 노조의 괴이한 투표 역시 최근 주목을 끌었다. 조합원 자격을 ‘기아자동차에서 근무하는 근로자’에서 ‘기아차 주식회사에 속한 근로자’로 바꾼 이 투표는 비정규직을 밀어내고 배제하는 일종의 ‘차별화 투표’였다. 정규직 보호 제도를 깨부수지 않으면, 그리고 강성노조를 깨부수지 않으면, 노동시장 3계급 이하, 6계급까지의 평균적 근로조건 개선은 불가능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겉면의 논리만 본다. 그리고 반대자들을 악당으로 규정한다. 노동소득은 기업가들이 창조하는 가치의 총량에 의해 제한된다. 그것은 이론이기도 하고 역사이기도 하다.
정규재 논설고문 jk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