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서커스’ 멤버가 지난 11일 미국 시애틀 워싱턴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개발자 콘퍼런스 ‘MS 빌드 2017’에서 홀로렌즈로 구현된 자신들의 공연을 체험하고 있다. 연합뉴스
‘태양의 서커스’ 멤버가 지난 11일 미국 시애틀 워싱턴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개발자 콘퍼런스 ‘MS 빌드 2017’에서 홀로렌즈로 구현된 자신들의 공연을 체험하고 있다. 연합뉴스
PC 시대를 호령해온 마이크로소프트(MS)는 스마트폰 얘기만 나오면 기가 죽는다. 노키아를 인수해 선보인 스마트폰은 줄줄이 실패했고 모바일 운영체제(OS)인 윈도폰의 글로벌 점유율도 1% 밑으로 떨어졌다.

절치부심 반전 기회를 찾고 있는 MS가 이번에는 “스마트폰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해 눈길을 끌고 있다. MS의 스타 개발자인 알렉스 키프만(사진)은 이달 초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스마트폰은 이미 죽었고 단지 사람들이 아직 깨닫지 못한 것일 뿐”이라고 단언했다. 키프만은 혼합현실(MR)을 체험할 수 있는 MS의 차세대 웨어러블(착용형) 기기 홀로렌즈를 개발한 주역이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스마트폰 겸용 태블릿PC 개발을 시사했다. ‘포스트모바일 시대’를 주도하려는 MS의 발걸음이 한층 빨라지고 있다.

◆포스트모바일 후보 ‘슈퍼 서피스폰’

[글로벌] "스마트폰 시대는 끝났다"…MS의 포스트 모바일은?
MS는 애플과 삼성이 지배하던 스마트폰 시장에 뒤늦게 뛰어들었다. 노키아를 거액에 인수하고 대대적으로 투자했지만 참패를 맛봐야 했다. 노키아 인수를 주도한 스티브 발머 CEO는 쫓겨났다. 노키아 인수 2년 만인 2015년 7월 후임 나델라는 휴대폰사업부문 인력 7800명을 감축했다. 그렇다고 스마트폰을 포기할 수도 없는 일이다. 사람들은 이제 생활 속 필요한 정보를 언제 어디서든 모바일로 얻고 있다.

MS의 포스트모바일 대안 중 하나는 화면을 접을 수 있는 스마트폰 겸용 태블릿PC인 ‘슈퍼 서피스폰’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나델라는 지난 4일 미국 공영매체 마켓플레이스와의 인터뷰에서 “데스크톱도 될 수 있는 전화기인 이른바 ‘콘티뉴엄’이라는 특별한 기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우리는 더 많은 휴대폰을 만들겠지만 그것은 오늘날의 휴대폰과는 다른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MS는 올초 화면을 반으로 접으면 스마트폰으로 쓸 수 있고 펼치면 태블릿PC로 사용할 수 있는 폴더블 폰에 대한 특허 출원서를 공개했다. MS의 태블릿 겸용 데스크톱PC인 서피스의 이름을 딴 슈퍼 서피스폰 출시 루머가 나온 이유다. 나델라의 이번 인터뷰는 이 루머를 사실상 확인해준 것이라는 게 미국 현지 언론의 평가다.

나델라는 이번 인터뷰에서 “우리는 형태와 기능에서 새로운 변화가 무엇인지를 찾고 있다”며 “누구도 ‘2 in 1’을 생각지 못했을 때 서피스로 그 카테고리를 성공시킨 게 좋은 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IT 전문 블로그 기즈모도는 “MS가 애플과 구글을 따라잡고 싶다면 설득력 있는 새로운 플랫폼이 필요하다”며 “중요한 것은 사용자들의 구매 욕구가 생길 수 있는 제품을 내놓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실과 가상세계 넘나드는 홀로렌즈

홀로렌즈를 개발한 키프만은 스마트폰을 대체할 플랫폼으로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넘나들 수 있는 MR 기기를 지목했다. 그는 “인터넷의 등장은 사람들이 소통하고 비즈니스 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며 “MR이 인터넷의 출현과 맞먹는 수준의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키프만은 MR 기기가 스마트폰을 포함해 화면이 있는 모든 기기를 자연스럽게 대체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MR 기기를 이용해 앱, 비디오, 정보, 온라인 소셜 라이프 등을 눈앞에 띄워 놓게 되면 사람들은 스마트폰과 TV를 포함해 스크린이 있는 어떤 기기도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MS는 지난 11일 미국 시애틀 워싱턴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개발자 콘퍼런스인 ‘MS 빌드 2017’에서 저렴하게 MR을 즐길 수 있는 헤드셋과 컨트롤러도 공개했다.

윈도10을 기반으로 사용할 수 있는 MR 헤드셋은 에이서와 HP가 각각 개발했다. 에이서 제품은 299달러, HP제품은 329달러. 미국과 캐나다에 거주하는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사전 예약을 받는다. 올여름부터 제품을 배송한다.

MS는 윈도 기반 MR 모션 컨트롤러도 공개했다. 움직임을 감지하기 위해 사용자 주변에 마커라는 별도의 하드웨어를 설치할 필요가 없이 기기 내 센서를 통해 움직임을 추적할 수 있게 했다. 모션 컨트롤러는 엄지손가락으로 조작할 수 있는 스틱과 터치패드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올 연말부터 윈도용 MR 컨트롤러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 연말 쇼핑 성수기에 에이서 헤드셋과 컨트롤러를 번들로 제공하는 패키지를 399달러에 판매할 계획이다.

MS는 이번 콘퍼런스에서 “안드로이드, iOS 기기들과 호환성을 높이는 새로운 윈도10 업그레이드 버전을 올해 하반기에 출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윈도 PC에서 시작한 문서 작업을 아이폰에서도 끝낼 수 있게 하는 게 핵심이다. IT 전문매체 더버지는 “MS가 사용자를 자신의 생태계에만 묶어 두려는 전략을 포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