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vs 펀드] 1조 넘게 몰린 미국 뱅크론 펀드 고전…기대수익률 연 5%대로 낮춰야
지난해 재테크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미국 뱅크론 펀드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연 10%를 훌쩍 넘긴 이 펀드들의 수익률이 올 들어 0%대로 떨어졌다. 미국 금리 상승 효과가 상품 가격에 선반영된 여파다. 전문가들은 뱅크론 펀드의 수익률 목표를 연 5% 아래로 낮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일부 자산가 사이에선 미국 대신 유럽 뱅크론 펀드에 자금을 옮기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펀드 vs 펀드] 1조 넘게 몰린 미국 뱅크론 펀드 고전…기대수익률 연 5%대로 낮춰야
1조원 넘게 몰렸지만 … 수익률 급락

16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연초 이후 지난 10일까지 ‘프랭클린미국금리연동’ 펀드와 ‘이스트스프링미국뱅크론’ 펀드의 수익률은 각각 1.11%와 0.12%로 집계됐다. 지난해 수익률이 각각 13.19%와 7.37%였지만 3개월 만기 리보 금리(libor·런던 은행 간 대출 금리)가 상승세를 멈추면서 수익률도 떨어졌다.

뱅크론은 신용등급 BBB-에 못 미치는 미국 기업에 담보를 받고 자금을 빌려주는 선순위 담보대출을 말한다. 수익률이 3개월 만기 리보 금리와 연동되는 게 특징이다. 기준 금리가 오르면 이자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다.

낮은 수익률에도 자금 유입세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작년 초부터 지난 10일까지 이들 2개 펀드에만 1조1032억원이 들어왔다.

전문가들은 올해 뱅크론 펀드에 대한 기대수익률을 낮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금리 상승으로 인한 채권 ‘매매차익’이 사라지고 이자만 기준가에 반영되고 있어서다. 지난해 뱅크론펀드가 크게 늘어난 것도 수익률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돈을 빌려주겠다는 사람은 늘어나는데 자금 수요는 그대로니 이자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뱅크론 발행사는 기존 뱅크론 가격이 오르면 콜옵션(조기상환할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하고 더 낮은 금리로 새 상품을 재발행할 수 있다.

뭉칫돈 몰리는 유럽 뱅크론

환헤지 상품의 경우 수익률이 더욱 낮아졌다. 한국의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높았던 지난해 초엔 원화로 환헤지를 할 경우 연 0.5%포인트 안팎의 추가 수익을 올렸지만 현재는 투자금의 0.9%포인트를 비용으로 지불해야 한다. 달러 선물환 매입 방식의 환헤지는 한국의 금리 수준이 미국보다 높을수록 유리하다. 신환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뱅크론 펀드의 올해 기대수익률은 연 3~4% 정도로 작년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고 말했다.

최근엔 미국 뱅크론 펀드 대안으로 유럽 뱅크론에 관심을 갖는 자산가도 늘고 있다. 이달 들어 토러스투자증권이 기관투자가와 거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유럽 뱅크론 사모펀드 사전 수요 조사를 한 결과 200억원 안팎의 자금이 몰렸다. 유럽 뱅크론 펀드가 국내에서 판매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유럽 뱅크론 펀드는 3개월 만기 리보금리에 수익률이 연동되는 미국 뱅크론과 달리 유로리보 금리(euro libor·유럽은행 간 대출금리)에 연동된다. 현재 3개월 만기 유로 리보금리는 -0.36% 수준이다. 제로금리인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유로 리보금리도 점차 오를 것이란 분석이 많다. 한국과 유럽의 금리 차이로 인해 환헤지 상품은 연 1%포인트 정도의 추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신환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기대수익률은 연 3~4% 정도로 낮아진 미국과 달리 유럽 뱅크론 펀드는 이보다 높은 수익률을 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