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투자] "중소형주(株)도 달린다"… 소비재·IT주(株) 슬금슬금 늘리는 펀드매니저들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의 대형주 펀드인 ‘마이다스블루칩배당’은 연초 대형주 비중(68.69%)을 8.74%포인트나 줄였다. 지난해 삼성전자 등 대형주 비중을 15.91%포인트 늘린 것과 달라진 분위기다. 신진호 마이다스에셋운용 에쿼티담당 대표는 “중소형주 장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자체 분석에 대형주 비중을 줄이고 저평가 중소형주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년 동안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중소형주와 코스닥시장 반등 기대가 커지고 있다. 대선주자들이 주요 공약으로 대기업 규제를 강화하는 대신 내수 중소기업,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힌 것도 중소형주를 향한 시장의 기대가 고조되는 이유다.

◆중소형주 펀드의 반전

[펀드 투자] "중소형주(株)도 달린다"… 소비재·IT주(株) 슬금슬금 늘리는 펀드매니저들
중소형주 반등 분위기는 중소형주를 최소 60% 이상 담아 비교적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펀드에서 감지되고 있다. 15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 33개 중소형주 펀드는 올 들어 7.56%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코스피지수 상승률(13.32%)에는 한참 못 미치지만 지난해의 수익률 부진(-11.90%)에서 벗어났다. 중소형주 펀드 설정액 1위(7186억원)인 ‘삼성중소형FOCUS’를 비롯해 ‘대신성장중소형주’와 ‘한화코리아레전드중소형주’ 펀드 등이 10% 이상의 수익률을 냈다. 지난해 두 자릿수 수익률을 낸 중소형주 펀드는 한 개도 없었다. ‘유리스몰뷰티’와 ‘맥쿼리뉴그로쓰’ 펀드 역시 연 10%에 근접한 수익률을 올리며 선전하고 있다. 대형주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상위 5% 이내 종목(96개)이다. 이외 종목은 중소형주로 분류한다.

◆소비재·IT주 주목해야

[펀드 투자] "중소형주(株)도 달린다"… 소비재·IT주(株) 슬금슬금 늘리는 펀드매니저들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중소형주 펀드매니저들의 포트폴리오엔 어떤 종목이 담겨 있을까. 삼성중소형FOCUS 펀드는 정치적 이슈로 주가가 급락한 소비재 업종에 주목했다. 영업이익 증가율이 최근 3년간 높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대형주 장세에서 수급상의 이유로 주가가 떨어진 종목들이다. 삼성전자를 사기 위해 투자자들이 떠나는 시점에서 오히려 투자 기회를 엿봤다는 설명이다. 음원 사이트인 멜론을 운용하는 로엔(3월1일 기준 포트폴리오 비중 3.34%)과 아모레G(3.11%), CJ CGV(1.65%), GS홈쇼핑(1.33%) 등을 높은 비중으로 투자하고 있다. 또 최근엔 롯데쇼핑과 현대백화점 등 유통주의 비중을 늘리기도 했다.

대신 성장중소형주는 삼성전자의 비중을 유지하거나 조금씩 낮추면서 IT소재·장비주의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 대표적인 종목은 포트폴리오 비중 1위인 스마트폰 부품회사 비에이치(5.41%)다. 이 회사 주가는 IT 호황 속에 올 들어 29.7%나 올랐다. 김종언 대신자사운용 리서치팀장은 “삼성전자도 매력적인 종목이지만 같은 업종 내에서 더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종목의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코리아레전드중소형주 펀드는 영업이익이 매년 10~15% 늘어나는 종목에 집중했다. 연 1%대 초저금리 상황에서 10% 이상 영업이익이 늘어나는 기업주가는 단기적으로는 빠질 수 있어도 곧 회복한다는 의견이다. 포트폴리오 내에선 메리츠화재(6.85%)와 한국자산신탁(5.24%) 메리츠금융지주(4.67%) 한전기술(4.32%) 등이 여기에 속한다.

◆전문가들 “4차 산업혁명 관심”

중소형주 펀드매니저들은 또 문재인 정부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장비, 자율주행차와 같은 4차 산업혁명 관련주도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핵심 공약 중 하나로 “혁신적 4차산업 경제 생태계 구축을 위해 대통령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강조해왔다. 김상표 키움증권 연구원은 “문재인 정부의 4차 산업혁명 정책의 핵심은 IT산업의 우위를 바탕으로 전기차, 자율주행차, 신재생에너지, 인공지능, 3D프린팅, 빅데이터, 산업로봇 등 핵심 기술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로 요약된다”고 말했다.

이날 시장에서도 2차전지를 생산하는 엔에스가 5% 넘게 상승했고, 3D 로봇 관련 업체인 고영테크놀러지도 3.61% 올랐다. 다만 전문가들은 아직 관련 산업이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만큼 일부 종목에 편중된 투자는 삼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