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은 행복과 온기를 주는 예술…치열한 몸짓으로 관객 깨우겠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현대무용 대모' 최청자·이숙재·전미숙의 3색 무대
한국 현대무용계 ‘대모’(代母)급 안무가 세 명이 10~20여 년 전 창작물을 다시 무대에 올린다. 최청자 툇마루무용단 총예술감독이 1996년 초연한 ‘해변의 남자’, 이숙재 밀물현대무용단 대표가 2005년 처음 선보인 ‘(신)찬기파랑가’, 전미숙 한국종합예술학교 교수가 2006년 무대에 올린 ‘가지 마세요’다. 한국현대무용협회가 이달 17일부터 31일까지 개최하는 국제현대무용제(모다페) 기획 공연인 ‘현대무용 불후의 명작’ 시리즈다. 오는 21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선보일 공연의 막바지 작업을 지휘하는 세 안무가를 16일 각각 만났다.
◆샐러리맨의 유쾌한 상상 ‘해변의 남자’
“현대무용은 심오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현대무용이 코믹하면 안 된다는 법이 있나요?”
최청자 총감독(72)의 목소리에는 에너지가 넘쳤다. 지루한 일상 탈출을 꿈꾸는 샐러리맨의 유쾌한 상상을 담은 작품 ‘해변의 남자’를 안무한 그는 “현대무용은 새로움을 추구하는 행위 그 자체”라고 강조했다.
최 총감독은 한국 현대무용 사상 처음으로 창(唱)과 사물놀이를 곁들인 현대무용작 ‘갈증’을 만들었다. 한국에 ‘댄스뮤지컬’이라는 장르를 처음 선보이고 대중가요 가수에게 작곡 의뢰한 음악으로 작품을 내놓기도 했다. 무용계에서 그는 ‘파격’과 동의어였다.
남성 무용수들이 록과 재즈 음악을 배경으로 속도감 넘치는 움직임을 선보이는 ‘해변의 남자’도 초연 당시 국내 무용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1996년 미국 애틀랜타 올림픽에 초청돼 공연되기도 했다. 올해는 초연 때 솔리스트로 활약한 김형남 세종대 교수가 재구성한 무대를 선보인다.
◆고매한 화랑 찬미한 ‘(신)찬기파랑가’
“한국만 갖고 있는 고유한 게 뭘까를 많이 고민했습니다. 자연히 한글과 태극기, 무명저고리 등 한국적 이미지를 모티브로 많은 작품을 제작하게 됐죠.”
한국 현대무용계에 ‘한글춤’의 지평을 연 이숙재 대표(72)는 “춤으로 한글의 맥과 옛사람의 고매한 정신을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1991년 대한민국무용제에서 선보인 ‘홀소리 닿소리’를 시작으로 20년 넘게 한글과 관련된 작품만 39편을 제작했다.
그가 2005년 내놓은 ‘(신)찬기파랑가’를 이해준 한양대 교수가 재구성해 이번 무대에 올린다. 혼란스럽던 통일신라 말기에 평화롭고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던 화랑 기파랑의 고결한 신념을 찬미하는 작품이다. 이 대표는 “지금의 한국 사회가 어지럽고 혼란스럽기는 옛 신라 말기와 마찬가지”라며 “기파랑의 드높은 정신을 오늘의 시대 상황 속에 되살리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 개포동에 있는 무용 전문 공연장 ‘M극장’을 운영하는 그는 “무대에 서기를 갈망하는 신인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떠나는 자를 위한 비망록 ‘가지마세요’
“무용가라고 하면 규범이나 질서 밖에 있기를 좋아할 것 같고, 이성과 감성 중에선 감성의 지배를 많이 받을 것 같고…. 하지만 저는 이성이 감성을 지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창조에도 생각의 논리가 있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전미숙 교수는 담담한 목소리로 자신의 춤철학을 설명했다. 그는 “움직임과 무대 구성 등 전체적인 과정을 수학적이고 논리적으로 만들려고 신경 쓴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북미 최대 규모 현대무용축제인 제이컵스필로무용축제에 한국인 최초로 초청됐고, 한국춤비평가회의 춤비평가상을 세 번 받았다.
그는 이번 모다페에서 떠나려는 자를 위한 비망록 ‘가지마세요’를 재연한다. 그는 “작품을 만들 당시 이별과 죽음, 만남부터 이별까지의 과정 중간에 있는 삶의 치열함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며 “그 치열함을 표현하기 위해 무용수의 움직임을 극한점까지 끌어내 박진감있게 표현했다”고 말했다. 올해는 초연 때와 달리 타악앙상블 ‘단’이 라이브로 음악을 연주한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샐러리맨의 유쾌한 상상 ‘해변의 남자’
“현대무용은 심오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현대무용이 코믹하면 안 된다는 법이 있나요?”
최청자 총감독(72)의 목소리에는 에너지가 넘쳤다. 지루한 일상 탈출을 꿈꾸는 샐러리맨의 유쾌한 상상을 담은 작품 ‘해변의 남자’를 안무한 그는 “현대무용은 새로움을 추구하는 행위 그 자체”라고 강조했다.
최 총감독은 한국 현대무용 사상 처음으로 창(唱)과 사물놀이를 곁들인 현대무용작 ‘갈증’을 만들었다. 한국에 ‘댄스뮤지컬’이라는 장르를 처음 선보이고 대중가요 가수에게 작곡 의뢰한 음악으로 작품을 내놓기도 했다. 무용계에서 그는 ‘파격’과 동의어였다.
남성 무용수들이 록과 재즈 음악을 배경으로 속도감 넘치는 움직임을 선보이는 ‘해변의 남자’도 초연 당시 국내 무용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1996년 미국 애틀랜타 올림픽에 초청돼 공연되기도 했다. 올해는 초연 때 솔리스트로 활약한 김형남 세종대 교수가 재구성한 무대를 선보인다.
◆고매한 화랑 찬미한 ‘(신)찬기파랑가’
“한국만 갖고 있는 고유한 게 뭘까를 많이 고민했습니다. 자연히 한글과 태극기, 무명저고리 등 한국적 이미지를 모티브로 많은 작품을 제작하게 됐죠.”
한국 현대무용계에 ‘한글춤’의 지평을 연 이숙재 대표(72)는 “춤으로 한글의 맥과 옛사람의 고매한 정신을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1991년 대한민국무용제에서 선보인 ‘홀소리 닿소리’를 시작으로 20년 넘게 한글과 관련된 작품만 39편을 제작했다.
그가 2005년 내놓은 ‘(신)찬기파랑가’를 이해준 한양대 교수가 재구성해 이번 무대에 올린다. 혼란스럽던 통일신라 말기에 평화롭고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던 화랑 기파랑의 고결한 신념을 찬미하는 작품이다. 이 대표는 “지금의 한국 사회가 어지럽고 혼란스럽기는 옛 신라 말기와 마찬가지”라며 “기파랑의 드높은 정신을 오늘의 시대 상황 속에 되살리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 개포동에 있는 무용 전문 공연장 ‘M극장’을 운영하는 그는 “무대에 서기를 갈망하는 신인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떠나는 자를 위한 비망록 ‘가지마세요’
“무용가라고 하면 규범이나 질서 밖에 있기를 좋아할 것 같고, 이성과 감성 중에선 감성의 지배를 많이 받을 것 같고…. 하지만 저는 이성이 감성을 지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창조에도 생각의 논리가 있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전미숙 교수는 담담한 목소리로 자신의 춤철학을 설명했다. 그는 “움직임과 무대 구성 등 전체적인 과정을 수학적이고 논리적으로 만들려고 신경 쓴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북미 최대 규모 현대무용축제인 제이컵스필로무용축제에 한국인 최초로 초청됐고, 한국춤비평가회의 춤비평가상을 세 번 받았다.
그는 이번 모다페에서 떠나려는 자를 위한 비망록 ‘가지마세요’를 재연한다. 그는 “작품을 만들 당시 이별과 죽음, 만남부터 이별까지의 과정 중간에 있는 삶의 치열함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며 “그 치열함을 표현하기 위해 무용수의 움직임을 극한점까지 끌어내 박진감있게 표현했다”고 말했다. 올해는 초연 때와 달리 타악앙상블 ‘단’이 라이브로 음악을 연주한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