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구의 비타민 경제] 도움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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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구 <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
옛날 어느 마을에 젊은 새 원님이 부임했다. 의욕이 충만한 새 원님은 고을을 더 잘살게 하기 위해 밤낮으로 일했다. 바로 직전까지 있던 옛 원님은 나이가 많고 의욕이 거의 없던 사람이었기에 자신이 조금만 열심히 해도 고을의 살림이 훨씬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고을에는 오히려 도둑이 늘어나고 살림이 어려워졌다. 자연히 젊은 새 원님에 대한 고을 백성들의 불만도 높아졌다.
젊은 새 원님은 의욕도 없이 매일같이 풍류나 즐긴 전임자에 비해 자신은 밤낮으로 열심히 노력했는데 결과는 오히려 나빠진 것을 납득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이제는 은퇴해서 고향으로 돌아간 전임자를 찾아가서 물었다고 한다. “내가 듣기로는 전임 원님께서는 고을 살림살이에 신경 쓰기보다는 풍류를 즐기셨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을이 잘 돌아간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러자 나이가 많은 전임 원님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고 한다. “제가 고을 살림에 무심하고 풍류만 즐긴다는 사실을 잘 아는 고을 백성들이 원님은 믿을 수 없다는 생각에 스스로 열심히 살았기 때문입니다.”
1929년 미국에서 일어난 대공황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적어도 그중 하나가 은행들을 돕는 은행이라 할 수 있는 중앙은행(Fed)의 등장이었다고 한다. 전에는 한 은행이 어려움에 빠지면 주변의 다른 은행들이 자금을 빌려주고 도와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자체적인 구제제도가 있었고 그것이 잘 기능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려운 은행을 정부가 공식적으로 도와주는 Fed가 설립되고 나서 발생한 대공황 시기에 은행들은 이제는 정부가 알아서 어려운 은행을 도울 테니 자신들이 나설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Fed는 은행들이 기대했던 만큼 신속한 도움을 주지 못했고 그 결과 은행들이 차례로 도산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것이 경제위기가 초기에 해결되지 못하고 대공황으로 이어진 이유의 하나다.
정부나 상급자가 어떤 분야를 책임지겠다고 하면 많은 국민이나 하급자는 이제는 그 분야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마음을 갖게 된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정부나 상급자가 그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사례가 현실에는 많다. 도움에 대한 환상과 오해는 오히려 더 나쁜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정부나 조직 상급자로선 자신의 도움에 대해 과장하고 생색내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니 도움이 오히려 해를 끼치는 현상은 가까운 시일에 사라지기 어려울 것이다.
한순구 <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
젊은 새 원님은 의욕도 없이 매일같이 풍류나 즐긴 전임자에 비해 자신은 밤낮으로 열심히 노력했는데 결과는 오히려 나빠진 것을 납득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이제는 은퇴해서 고향으로 돌아간 전임자를 찾아가서 물었다고 한다. “내가 듣기로는 전임 원님께서는 고을 살림살이에 신경 쓰기보다는 풍류를 즐기셨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을이 잘 돌아간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러자 나이가 많은 전임 원님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고 한다. “제가 고을 살림에 무심하고 풍류만 즐긴다는 사실을 잘 아는 고을 백성들이 원님은 믿을 수 없다는 생각에 스스로 열심히 살았기 때문입니다.”
1929년 미국에서 일어난 대공황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적어도 그중 하나가 은행들을 돕는 은행이라 할 수 있는 중앙은행(Fed)의 등장이었다고 한다. 전에는 한 은행이 어려움에 빠지면 주변의 다른 은행들이 자금을 빌려주고 도와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자체적인 구제제도가 있었고 그것이 잘 기능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려운 은행을 정부가 공식적으로 도와주는 Fed가 설립되고 나서 발생한 대공황 시기에 은행들은 이제는 정부가 알아서 어려운 은행을 도울 테니 자신들이 나설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Fed는 은행들이 기대했던 만큼 신속한 도움을 주지 못했고 그 결과 은행들이 차례로 도산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것이 경제위기가 초기에 해결되지 못하고 대공황으로 이어진 이유의 하나다.
정부나 상급자가 어떤 분야를 책임지겠다고 하면 많은 국민이나 하급자는 이제는 그 분야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마음을 갖게 된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정부나 상급자가 그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사례가 현실에는 많다. 도움에 대한 환상과 오해는 오히려 더 나쁜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정부나 조직 상급자로선 자신의 도움에 대해 과장하고 생색내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니 도움이 오히려 해를 끼치는 현상은 가까운 시일에 사라지기 어려울 것이다.
한순구 <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